북유럽 복지 얘기가 나왔는데요, 국민성 얘기가 나오는 게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북유럽에 몇 년 동안 살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관찰한 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유럽에서는 대체로 최저 생활은 정부에서 보장해 줍니다. 직장이 없고, 한 번도 직장을 구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스웨덴의 경우 한 달에 약 150만원 정도 지급할 겁니다.
그 정도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 금액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의 현금을 받으면서 일 안하고 노는 대신, 대부분의 북유럽 사람들은 직업을 갖고 일하기를 원합니다. 그 이유는 국민성 때문이 아닙니다. 단지 그게 본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150만원은 그리 큰 돈 아닙니다.
스위스에서 매달 300만원 보장한다는 얘기 나왔으니, 300만원을 기준으로 얘기해 봅시다.
스위스에서 300만원이면, 그리 많은 돈 아닙니다.
스위스를 북유럽으로 치환해서 말씀드릴게요.
북유럽에서는 맞벌이 부부들도 수도료가 비싸서 화장실에서 김이 나도록 샤워하지 않습니다. 난방을 전기로 하면 전기료가 많이 드니까 장작을 패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물론 장작 값도 싸진 않습니다. 남자들요,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는 돈이 아까워서 스스로 머리를 자르곤 합니다. 자기 머리를 스스로 자를 수 있는 도구가 다 있습니다. 차 기름값이 아까워서 직장 출퇴근할 때 30분씩 자전거 타고 다니고요. 덴마크에서는요, 길거리에 중고 가게 있는 게 우리나라 약국 수준입니다.
그 맞벌이 부부들요, 부부 수입 합치면 세후 1000만원 거뜬히 넘을 겁니다. 그런데 물가가 비싸서 그렇게 궁색하게 사는 겁니다.

그런데, 300만원 정도라.. 북유럽에서는 생활비에서 방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 300만원 받아 봐야 쓸 수 있는 돈을 정말 얼마 안 됩니다.
까놓고 말해서 소고기도 제대로 먹기 힘들 겁니다. 남들 다 가는 휴가는 상상도 할 수 없고요,
가정을 꾸린다든지, 애인을 만들든지 하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이런 사람들요,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쓰레기통 뒤져서 캔이나 패트병 모아다가 수퍼에 가져가면 수퍼 물건과 바꿀 수 있는 교환권을 줍니다. 그걸로 생필품을 마련하곤 합니다.
20, 30대가 평생을 그렇게 살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죠.

2. 복지는 수입에 비례합니다.
미국과 북유럽이 다른 결정적 차이가 있는데요,
북유럽에서 개인에게 복지를 얼마나 제공하는지는, 단지 "세금을 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영주권, 시민권이 없어도 세금만 내면 복지 풀 옵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금을 내려면 직업이 있어야 합니다. 즉, 직업의 유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직업이 없으면 사회보험 가입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의료, 교육 서비스는 직업의 유무와 상관 없습니다)

직업이 있으면요,
실직 하더라도 월급의 80%를 5년 정도 받습니다. 퇴직 후에도 월급의 80%를 받고요, 출산을 해서 애 돌본다고 집에 있어도 월급의 80%를 받습니다. 그래서 수입이 많았던 사람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립니다.

하지만 직업이 없으면요, 퇴직 후에 답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받고, 노인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살면서, 정말 근근히 삽니다.
전기료를 못내니 난방을 할 수 없고, 장작도 못 사서 길거리에서 폐가구 주워서 그거 때워서 겨울을 납니다.

애기를 낳아도, 직장이 없으면 스웨덴의 경우 나라에서 매일 5만원 정도 지급할 뿐입니다. 물가 생각하면, 이 돈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북유럽 젊은이들은 기를 쓰고 취업하려 합니다. 하지만, 취업난이 정말 심각합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3D는 기피합니다. 그 조그만 덴마크에서, 어떤 수를 써도 구인을 할 수 없는 일자리가 수만 개에 이릅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덴마크에서 직업에 따른 외국인 선호 리스트가 있겠습니까.

정부 입장에서도 직장이 가진 적 없는 사람에게 현금 보조는 가급적 안 하려고 합니다.  재정에 부담이 되거든요.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가졌던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복지는, 사회 보험에서 지급 되니까 정부 재정에 부담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가급적 취업률을 높이려고 합니다. 
이민자들요, 아내가 일 안하는 경우 많습니다. 그 경우에도 아내도 취직 시키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취지는 "취직 안 한 배우자들을 위해서 들어가는 카운셀링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요, 명예 퇴직 하고 난 뒤에, 엄청난 빚을 내어 장사 밑천마련하고 동네 치킨 가게 차리느니, 매달 얼마 돈을 받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그게 합리적이고 위험이 적은 선택일 수 있지요 (오해 소지가 있어서 확실히 말씀드리는데, 그게 옳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북유럽에서는 만약 실직한다면 실직 수당이 끊기기 전에 정부가 마련해준 프로그램을 통해 재취업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생활이 너무 궁핍하고 노후 대책이 안 서거든요.
애초에 복지와 국민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