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총장이 올해 가을에, 늦어도 내년 초 쯤에는 경질 될 것이라고 채총장이 임명된 올해 초부터 필자의 SNS에서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필자가 그렇게 예상했던 배경으로서 채총장을 둘러싼 검찰 내 일련의 사건들과 정치권의 역학관계를 볼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검찰은 수사권과 경찰 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기소권은 검찰만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권한 집중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검찰의 권한 분산과 검찰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를 위한 제도의 도입 등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지만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와 집권 정부의 검찰 지배를 통한 통치력 강화의 욕심 때문에 검찰개혁은 지금까지 조금도 진척된 바가 없다.      

견제 장치 없이 막대한 권력을 독점한 검찰조직은 필연적으로 임명 통수권자가 행사하는 정치권력에 휘둘리게 되어 있으며 임명권자 외에는 검찰 조직에 대한 견제 통제 장치가 없다보니 부조리와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시사저널에서 조사한 직업 평판에서 검찰은 가장 낮은 신뢰도의 그룹에 속했는데, 권력의 개 '견찰', 사기꾼에게서 떡값이라며 뇌물을 챙기는 '떡찰', 성상납 받는 '색찰' 등등의 경멸적인 별칭은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검찰에 대한 평판이 최악으로 떨어졌던 때가 채동욱 39대 검찰총장의 전임인 한상대 제 38대 검찰총장 시기다. 스폰서 검사, 성추문 검사 등등 수 많은 검찰 비리가 폭증하자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극에 달했고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진까지 언급됐다. 이에 한 총장은 퇴진여론을 불식시키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검찰의 정치적 권력의 핵인 중수부 폐지를 비롯해 검찰조직 축소, 권한 분산 등 검찰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검찰 스스로 검찰을 개혁할 수 있을까?

당연히, 기득권과 조직을 축소시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검찰 조직은 한 총장의 검찰개혁안을 반대했다. 당시 대검의 최재경 중수부장은 조희팔 사건에서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최대(10억원 대)의 뇌물을 챙긴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에게 거짓으로 말하라고 언론대응을 조언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한 총장은 최재경 중수부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최재경 중수부장은 한상대 총장에 항명하며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을 일으켰다.

잘못한 쪽은 최재경 중수부장과 김광준 부장검사였고 한상대 검찰총장은 '꼼수'가 없지는 않았지만 국민의 뜻을 받아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 감찰을 지시한 것인데 엄중한 상명하복 관계의 검찰 조직에서 잘못한 자들이 하극상을 벌인 것이다. 결과는 평검사부터 검찰간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최재경 중수부장 쪽의 승리였고 그 결과 한 총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조직의 수장까지 처단하는 살벌한 '검사동일체 정신'을 보여줬다.


한상대 검찰총장 시절 폭증한 검찰 비리와 사상 초유의 검란을 통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임명권자인 대통령 외에는 그 누구로부터도 통제받지 않는 검찰의 추악한 조직이기주의와 그릇된 특권의식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국민적인 여론이 일었다. 마침 대선 정국에서 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모두,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검찰개혁을 약속했다. 박근혜후보는 특별검사법의 도입, 문재인 후보는 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를 공약한 것이다.

검란 이후 사정이 이렇게 변하자 검찰 조직은 위기 의식을 가졌고, 자체적으로 검찰과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시정하는 검찰심사회제(한국형)와 특임검사제 등을 들고 나와서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검찰심사회제와 특임검사제는 필자가 이미 여러번 말했듯이 검찰개혁의 본질을 벗어나고 적합성이 떨어져 검찰 개혁을 기대할 수가 없다. 이 와중에 검란을 주도하며 검찰 기득권 수호라는 조직의 기대에 부응해 신망을 얻은 이가 채동욱 검사다. 

결국 불명예 퇴진한 제 38대 한상대 총장 후임으로 제 39대 총장인 채동욱 총장이 선출됐다. 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박근혜 라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시절에 만들어진 검찰총장 후보추천 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인물 중에서 선발돼 박대통령 취임 직후인 3월 15일 지명됐다. 박 대통령이 점찍은 인물은 따로 있었지만 취임 초기 연이은 인사 실패 속에서 사생활에 문제가 없고 검찰조직의 신망을 받고 청문회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채동욱 검사가 결정됐다. 


채동욱 총장과 검찰조직의 입장에서 보자. 전임 한상대 총장 시절의 검란과, 검찰의 부정부패는 상상초월의 난장판이었다. 이 상황에서 집권한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위해 특별검사법 도입을 약속했다. 민주당의 공수처가 훨씬 강력하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과 진보당이 추진하는 특별검사법도 검찰 개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박근혜도 검찰의 편이 아니다. 고립무원의 채 총장은 검찰기득권 수호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채 총장이 박근혜 정부에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지만 필자는 채 총장이 검찰조직의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에 각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전임 총장 시절의 검란과 검찰의 부정부패가 너무나 심해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얌전하게 있는다면 어차피 결국엔 특별검사법이나 공수처로 검찰조직의 기득권은 사라진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폭증하는 검찰비리와 검란이라는 극단의 상황에서, 그리고 박근헤 대통령도, 민주당 등 야권도, 시민사회단체도 그 누구도 검찰조직과 채동욱 총장의 편을 들지 않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채동욱 총장의 특단의 조치는 그 어떤 정치세력의 편도 들지 않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 편에 서서 원리 원칙대로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검찰조직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고 전략이 된다. 채 총장 스스로도 "검찰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이런 입장을 예고한 바 있다.


국민의 편에 서서 '검찰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원리원칙대로 일하며 대신, 검찰개혁은 최소한의 개혁으로서 '특임검사제'로 이뤄 내겠다는 것이 채동욱 총장의 복심이다. 예상대로 채동욱 총장 체제의 검찰은 원리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갔다. CJ와 SK 등 대기업 비리 수사와 전두환의 비자금 환수,  MB 4대강 사건 등에서 성과를 보이며 박근혜 정부와 함께 지지도를 높여갔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었다. 

채동욱 총장 임명 전후의 이러한 정치적 역학 관계, 이해 관계에 더해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라는 중대한 사건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임명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과 배치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채동욱 총장이 자신과 검찰조직의 이익을 위해 박 대통령에게 각을 세울 것이라고 보았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채 총장이 원세훈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처리할 거라고 봤지만 필자는 선거법 위반으로 처리할 것이라 본 것이다.

채동욱 총장이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해나가자 대선 개입이 사실인지 여부와 상관없이(필자는 개입은 있었지만 당선에 영향은 없었다고 추측한다), 유리한 고지를 일부러 미리 양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은 검찰 출신의 김기춘 실장과 홍정식 민정 수석을 등용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검찰조직의 신망을 얻고 있는 채동욱 총장을 견제하며 일선 평검사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검찰 출신의 실장과 민정 수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긴장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조선일보는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설을 터뜨렸고 법무부는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채 총장은 우왕좌왕하다 "검찰흔들기"라는 말을 내뱉었고 사려가 부족한 민주당은 이를 정지챙점화 했다. 채 총장이 생각하는 그 주체는 조선일보와 '국정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터에 국가 통치 질서를 부정하는 듯한 그 발언은 그 어느 민주적인 대통령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 결국 올해 초에 예상했던대로 채 총장은 이번 가을에 퇴진했다.

필자는 공직자의 사생활로 공무담임의 적격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 사생활에 공무를 관여시켰다던가 공권력을 행사했다던가 하면 몰라도,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이다. 공과 사는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 자연인인 채동욱 부부와 임모 여인이 알아서 처리하면 그 뿐인 일이다. 조선일보의 문제 제기는 뭉겨버리거나 의연하게 대처해야 했는데 총장의 "검찰흔들기"라는 발언과 민주당의 동조로 조선일보의 문제 제기는 정치적으로 확산됐다. 결과는 지금과 같이  뻔한 일.


필자는 채동욱 총장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민주당에서도 주장했듯이 채동욱 검사는 '스폰서 검사'사건을 축소시킨 장본인이며 '검란'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검찰개혁을 반대하며 최소한의 개혁을 통한 검찰 기득권 수호를 도모한 '견찰'이며 '떡찰'이며 '색찰'인 거대조직 검찰의 총수일 뿐이다. 설령 그가 의인(義人)이라 할지라도 시스템적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조직을 한 두 사람의 의인이 나타나 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문제는 또 다시 터진다. 

필자는 그렇게 채동욱 총장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지만 채 총장이 가급적 오래, 내년 초까지는 버텨주기를 바랐다. 비록 검찰 조직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수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수사를 진행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를 국정원 법이 아닌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쉬움이 남는 퇴진이지만 검찰개혁과 국법질서 회복의 기회는 다시 온다.

이제 후임 총장의 행보, 그리고 그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봐야 한다. 후임 총장의 행보와  후임 총장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채동욱 총장에 대한 조치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근거다. 민주당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봐야 한다.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지금과 같은 소동은 벌어질 일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거국적인 차원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졸렬한 꼼수는 자충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