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게시판 점말님 댓글보다 문득 든 생각입니다. 점말님은 노무현 지지자와 디제이 지지자를 구분하면서 전자는 감정적으로, 후자는 논리적으로 지지한다고 하셨는데요....

제 글의 애독자인 점말님께 조금 죄송합니다만.... 아니 뭐 죄송할 건 없고 솔직히 저는......

감정적으로 지지하거든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습니다.

물론 지지하는 모든 정치인이 그런 건 아니죠. 가령 전 감정 갖기는 커녕 누군지도 모른 채 진보 정당 후보를 지지한 적도 여러번 있구요, 그외에도 많습니다만... 제가 콕 찝어 누굴 지지한다고 했을 땐 언제나 감정이 섞여 있었습니다. 아니 섞인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이랄까요?

까놓고 말해 김대중, 추미애가 그렇습니다. 

다만 그 감정이 시간을 두고 만들어졌으므로 그냥 '감정'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죠. 가령 제가 김대중을 지지해온 역사가 그래요. 전 87년 선거때 김영삼 찍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아니 어쩌면 그 뒤로도 한동안 김대중보다 김영삼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김대중을 싫어한 적은 없었죠. 다만 그때까지 꽤 운동물이 있었던 지라 저의 김대중 지지는 어디까지나 '비판적 지지' 혹은 '전략적 지지'였지요.

그런데 언제 제가 김대중에게 뻑 갔냐.

임동원 해임 결의때 그랬습니다. 전 그때 김대중이 그렇게까지 강단있게 나올 줄 몰랐어요. 워낙 위험한 승부수라서 대충 타협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왠 걸. 꼬우면 제이피 당신이 나가 부러. 결의안 통과 됐으면 통과됐지, 난 해임 못한당께. 글고 말 나옴시롱 야그지만 내가 감옥 한두번 간게 아니잖여? 그래서 다음 정권에서 내가 감옥갔으면 감옥 갔지, 햇볕 정책은 절대로 포기 못한당께.  하는데 팍 꽂혔습니다.

와...저 인간 뭐가 달라도 다른데? 내가 지금까지 알던 보수 정치인이 아니잖아? 

그때 진짜로 뭉클해서 눈물까지 살짝 나오더라는. 아무튼 그 뒤로 전 김대중을 정말로 지지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전 이회창 낙선이 그때 결정됐다고 생각합니다. 그전까지 이회창이 햇볕 정책을 비판한건 수도권 사람들에게 '야당이니까 견제하느라 그러겠지'라고 이해될 구석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해임결의안 통과시킨 순간 정신이 번쩍 든 겁니다. "와, 이회창 저거 집권하면 진짜로 때려잡자 공산당 시절로 돌아가겠네."

아니라구요? 정권 재창출은 모조리 노무현 공이라구요? 글쎄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남 사람들도 그렇고 수도권 사람들도 그렇고 그때 바랐던건 후보가 누가 됐든 이회창 꺾을 사람이면 됐어요. 즉 당시 선거의 대세는 '왠만하면 이회창 되는 꼴 보고 싶지 않다'였죠. 그러니까 노무현 지지율이 롤러 코스터를 탔던 겁니다. 노무현이 이회창 꺾을 것 같으면 급등하고 안될 것 같으면 폭락하고. 이건 노무현 스스로 밝혔죠? '내가 좋아서 찍었냐? 이회창 되는 거 막을라고 그랬지." 그거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선거 막판 터져 나온 구호를 기억해보세요.  '이회창 되면 전쟁 난다'였죠. 균형 개발이니 정치 개혁이니가 아니었습니다.

말이 샜는데 전 아크로의 소위 '난닝구' 분들과 달리 그때부터 김대중을 감정적으로 좋아했어요. 그리고 역설적으론 그래서 그 뒤부터 김대중에 대해선 잘 논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내가 감정적이 될 게 뻔하니까.- -;;;; 예전에 헬로월드님과 대판 싸운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김대중에 대한 평가였다는... 사실 헬로월드님도 김대중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했는데 사소한 부분 갖고 싸울 만큼 제 감정을 주체 못했던 거죠. 

아... 빠뜨렸던 정치인 한명을 추가해야 겠군요. 사실 노무현도 좋아'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좋아하는지도 모르죠. 얼마나 좋아했냐면 노사모로 거리에서 선거운동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때도 소위 노빠분들과는 감정적으로 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거리 선거운동만 나가고 뒷풀이는 빠지곤 했습니다. 이야기할 때마다 답답하더라구요. 노무현 찬양하는 말만 많고 어쩌다 비판 한마디하면 바로 싸해지는 그런 분위기가 싫었습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때 노사모했던 감정의 기저엔 노무현 자신에 대한 애정보다 회창 정권은 못보겠다는 감정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386의 집단 정서도 작용했겠지요.

추미애는 전에 말씀 드린 대로 '한총련 사태'때 콱 화인이 박혀 버렸죠. (거꾸로 그때 여론 눈치보며 빌빌거렸던 386 애새퀴들은 지금도 안믿습니다.) 저 여.자.야. 했던 거지요.

이거 갑자기 고백이 너무 길어지는데..... 전 솔직히 말해 저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 감정적으로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닌가요? 제가 보기엔 그런데요? 물론 특정 정치인을 너무 미워해서 무조건 반대로 찍는 경향도 포함되죠.(누가 제일 그런지는 아시죠?) 물론 아닌 사람도 있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국참 대표가 유시민인지 아닌지, 아니 숫제 국참이 있기나 한지, 추미애가 지금 국회의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들 꽤 많습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냐? 전 솔직히 자신이 감정적으로 지지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 주변의 소위 '노빠'들과 노무현을 놓고 거의 토론을 하지 않지만(싸움나거나 내가 너무 답답해서) 유일한 예외가 있어요. 그건 자신이 노뭇현을 감정적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감정적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대화의 여지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건 기독교인들과 대화할 때 그래요. 자신의 신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과는 종교 문제로 토론이 됩니다. 그렇지만 여호와가 절대적 진리라고 믿는 사람과는 소희 이야기나 하는게 낫죠.  

제가 느끼는 노빠들의 문제는 감정적으로 지지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감정을 절대적 진리거나 역사적 사명이라고 착각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가령 이 곳의 몇몇 친노분들 논리를 보세요. 대개가 '난 이걸 아는데 넌 모르기 때문에, 혹은 넌 조중동에 세되됐기 때문에 그런거야'라는 식의 논리가 많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절대적 지식이나 진리로 치환하는 거죠. 이런 노빠분들의 논리는 뭐랑 똑같냐.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은 주를 영접했기에 타인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는 것과 똑같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실존적 차원일 뿐, 진실과는 무관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죠. 조중동 세뇌론? 그건 기독교인들이 '너의 영혼이 사탄에게 사로잡혀 있어서 주를 보지 못하는 거야.'와 똑같습니다. 지금 무본 가보니 '알면 사랑한다'는 배너가 떠있네요. 풋.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노빠들의 감정이 과잉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을 감정 자체로 보지 못하고 절대적 진리로 간주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뒷받침할 논리 계발에 대해 소홀해지면서 더욱 감정 과잉으로 빠지게 되는 거죠.  

그러면 노빠분들은 노무현을 정말 사랑했던 걸까요?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몇몇 분들은 그렇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노빠 다수는요?

글쎄요. 제가 게시판에서 본 노빠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은 좋아하는 것과 다릅니다. 좋아하는 건 좋아할 이유만 있어도 됩니다. 대부분 좋아하면서 사랑한다고 착각합니다. 상대가 예뻐서, 혹은 돈이 많아서, 능력남이라 좋아하면서 자신이 사랑한다고 착각합니다. 이 정도까지만 해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상대의 단점을 보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그래서 사랑할 이유가 많으니 사랑한다고 착각합니다.

진짜 사랑은 상대의 단점을 아는 순간 시작합니다. 어느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내가 '예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남자가 진짜로 아내를 사랑하는 겁니다. 어떤 어떤 단점도 있고 예쁠 것도 없고 알고보면 세상의 수많은 여자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럼에도 상대를 배려하고 아껴주는게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랑은 엄밀히 말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대표 노빠 조모씨 글을 읽을 때마다 전 웃습니다. 조모씨 글은 노무현의 가치를 주장하는 것 같지만 그 속은 자기 자랑과 자기애로 가득합니다. 자신은 잘나서 노무현을 지지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잘난 자신을 인정해준 노무현이 얼마나 대단하냐는 식이지요. 그러니까 노빠 쪽에서 자꾸만 국개론이니 국민 수준이 어떻네로 빠지는 겁니다. 남들이 못날 수록 노무현을 지지하는 소수에 속한 자신은 그만큼 가치가 수직상승하게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노무현 지지층은 끝없이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겁니다. 적으면 적을 수록 소수의 가치있는 선지자가 될 수 있었을 테니.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믿고 남들에게도 인정하길 강요하는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망칩니다. 아이는 부모의 과잉 기대를 채워주느라 피폐해주고 주변 사람들은 괜히 조언했다 욕먹을게 뻔하니 몸을 사리게 됩니다. 돌아서서 손가락질할 뿐이죠.

그런데 그게 사랑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