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309/h2013092720302986330.htm


고인의 빈소에서 26일 만난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이 소설을 내고 최인호씨가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는 책을 보내줄 테니 서평을 좀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써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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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 선생은 한국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없을 적당한 칭찬을  늘어놓은 그렇고 그런 리뷰를 써갈기는 것은 비평가로서는 할 짓이 못된다. 아무리 죽어가는 작가가 마지막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소설에 대한 리뷰이고, 적잖은 친분이 있는 작가 자신이 직접 부탁한 리뷰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김병익 선생은 그 부탁의 짐작하기 쉬운 의중을 무시하고 문자 그대로의 리뷰, 즉 작품의 잘된 점을 칭찬하고 부족한 점을 혹평하돼, 논리적으로 그리하는 리뷰를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면, 필경 칭찬보다 혹평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기에, 작가에게 아예 리뷰를 써주지 않은 것보다 더 큰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김병익 선생은 프로다운 결정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결정도 내렸다. 나는 김병익 선생이 조만간, 그러니까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사라지기 전에, 자신이 번역해 낸 적어도 한 권의 책에 대해서도 프로 의식을 발휘해 대폭적인 개정작업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 책, <마르크스주의와 모더니즘>은 완벽한 번역으로 거듭나 한 10쇄는 찍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