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환이라고 한겨례 같은 매체에 진화심리학 관련 칼럼 등을 기고하는 진화심리학자가 있죠. 제가 볼 때 이덕하님은 아크로에 올리는 본인 글을 전중환의 저런 대중매체지 칼럼보다 더 격식을 갖춘 글이면 글이었지 그보다 더 느슨하고 헐렁한 글로 여길 것 같진 않습니다. 이 전제 하에서 덕하님 글에 평소 느끼는 아쉬운 점 한 둘 적자면,



 1) 진화심리학계의 이런저런 가설(통설)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의외(?)로 적다. (뒤집어 말해 본인 생각을 전파하는 더 열중한다는 것)


 2) 진화심리학계의 가설(통설)들을 소개하는 경우에도 그 내용이 피상적이다 지나치게 소략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정신병질(psychopathy)이 적응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진화 심리학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이 진화 심리학자들 대다수를 끌어들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이 가설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증거도 반증하는 증거도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원문링크)"


 누가 어떤 책이나 논문에서 저런 가설을 제기했으며 무슨 이유로 저 가설을 지지하는지, 또 이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 진화 심리학자들은 무슨 이유로 그러한지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디 가서 남한테 말을 전파하기가 좀 곤란합니다. 레퍼런스가 전혀 없거든요. 인터넷에 이덕하란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니 그런 말이 있더라, 그러니 믿어라, 이럴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일반대중을 상대로 쓴, 가벼운 진화심리학 잡글에서도 전중환의 글은 덕하님의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좀 길지만 초정상 자극이란 개념을 소개하는 글에서 전중환이 쓴 글 몇 문단 발췌합니다. (전문링크)


  진화심리학자 더글러스 켄릭은 텔레비전·인터넷 등 대중매체를 도배하는 연예인들의 매혹적인 외모가 실제 연인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였다. 한 남성 집단엔 김태희·수지 같은 여성 스타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다른 남성 집단엔 평범한 외모의 여성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나서 참여자들이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지 물었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에게도 원빈·송중기 같은 남성 스타들 혹은 일반 남성들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현재 연애하고 있는 남자친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었다.

 성차는 뚜렷했다. 예쁜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감상한 남성들은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이 일반 여성들의 사진을 본 남성들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반면에 여성들이 실제 남자친구에게 품는 사랑은 잘생긴 남성 연예인의 사진들을 보건 평범한 남성들의 사진들을 보건 간에 차이가 없었다. 요컨대 화장발과 조명발에 힘입은 여성 연예인들의 빛나는 외모가 정상이라고 착각하는 남성은 정작 사랑해야 할 연인이나 아내에게 만족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켄릭의 연구가 내면의 성숙을 중시하는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그저 예쁘다면 정신줄을 놓는 팔푼이임을 입증한다고 생각하시는가? 조금 더 들어보길 바란다. 후속 연구에서 켄릭은 참여자들에게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은 혹은 낮은 이성의 사진들을 보여준 다음에 이것이 실제 애인에 대한 사랑에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남성 참여자들은 애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재벌 2세나 고소득 전문직 남성들을 본 여성들은 실제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현저히 낮아졌다.


 



 1분 안에 눈으로 후루룩 대충 읽고 치워버리라고 쓴 이런 글에서조차 전중환은 세 문단에 걸쳐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저런 결론을 냈는지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정도만 되어도 어디가서 남한테 전파하고 같이 얘기할 거리가 되죠. 적어도 결정적인 단서는 주잖아요. 더글러스 켄릭이란 이름과 그 사람이 했다는 실험의 내용.


덕하님이 일반대중을 상대로 진화심리학 소개와 전파를 목적으로 글을 쓰시는 거라면 글쓰기 방식을 조금 바꾸긴 해야 합니다.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덕하님 글 중 상당수는 (좁은 의미에서의) 진화심리학자들이 이뤈 과학적 업적과 그 타당성을 소개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그 분야에 대한 이덕하님의 개인적 감상과 소감, 혹은 본인 나름의 생각 및 가설을 늘어놓은 것에 가까울 때가 많아요. 그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대중을 상대로 한 진화심리학  소개와 강의>라는 성격의 글에는 잘 안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