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정황을 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아이 엄마라는 임모씨가 상당한 돈을 굴렸던 것 같다. 가게를 차린 것도 그렇고 서울에 올라와서 집을 장만한 것도 그렇고, 애 공부시키고 유학보는 것도 그렇다.

이걸 지원하려면 상당한 재산이 있어야 한다. 사실 웬만한 고위공직자도 저거 감당하기 어렵다. 두 집 살림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만 봐도 그렇다. 최소한 중견기업 정도 소유해야 하고 검찰의 경우 말 그대로 스폰서 검사여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채동욱이 그런 식으로 스폰서 두고 활동했다면 지금까지 그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20년 이상 검사 생활 그리고 아이의 출생 전후한 시기로 따지더라도 10여년 이상 스폰서를 두고 검찰 생활 해왔다는 건데...


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다들 아다시피 채동욱은 검사들 중에서는 자기 관리가 탁월한 편이라고 한다. 이것은 이번에 문제의 보도를 한 조선일보측도 채동욱 임명 당시 주간조선의 보도를 통해서 확인한 바 있다. 물론 그런 이중생활도 굳이 가능성만 갖고 따지자면 완벽하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꿰맞추려면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딸리고 논리 구조가 복잡해진다. 오컴의 면도날은 이럴 때 자주 거론된다.


채동욱은 굳이 야권 성향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인물이다. 사실 제도권이나 여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일종의 청렴성과 강직성이라는 무기를 가진 자산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박근혜는 저런 자산을 자신들이 못 잡아먹어서 환장을 한다. 귀중한 자산을 야비하게, 자신들의 불순한 정략적 의도로 때려잡는 거다.


구체적인 배경이야 잘 모르겠지만, 이거 박근혜가 실수하는 거다. 박근혜 권력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들과 전문가 집단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문제가 될 것이다. 요즘 이 사건에 대한 무슨 여론지지율 따지고 자빠졌는데 엉뚱한 고무다리 긁고 있는 거다.


대중들이 이런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여론 동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과 고위공직자 그룹의 시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 집단들 사이에서 이번 채동욱 사건이 어떻게 비칠지, 박근혜 정권은 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거다.


전문가 집단은 자존심을 먹고 산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자를 위해 화장을 하고,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한다. 이 시대의 전문가집단이 꼭 선비의 위상에 매칭되는지는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집단이 적어도 그런 정체성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 채동욱 사건은 그런 자존심을 건드렸다. 역린은 꼭 왕이나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박근혜, 어쩌면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박근혜는 역린은 자기 아버지나 자기 같은 사람에게만 있다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싶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