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록 "난닝구"이긴 하지만, 분파적 사고방식으로 김대중과 노무현을 절연하는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제가 친노를 비판하는 이유도 그들이 저항 연대의 일원이었던 호남을 배제하는 절연의 정치, 분리의 정치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을 김대중에 비해 지나치게 격하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찬성할수 없습니다. 저는 실제 결과만큼이나 의도나 방향성도 중시합니다. 노무현과 그의 정치의 전략적 실패를 지적할수는 있어도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노명박론 만큼이나 게으른 일종의 관념주의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치 발전에도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그래도... 한번 김대중과 노무현을 비교해볼까요? 일단 정치의 영역을 봅시다. 쭉 살펴보면 김대중은 없는 살림을 차곡차곡 늘렸다면 노무현은 한번에 확 급전을 땡겨 사업을 벌였다가 망한쪽에 가깝습니다. 노무현이 급전을 땡길때는 김대중보다 훨씬 나아보이기도 했습니다만... 개인 취향에 따라 급전을 땡기는 돈키호테형 사업가를 보고 아드레날린의 과다 분비를 즐기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보편적 관점에서는 적수공권에서 차곡차곡 돈을 불려간 쪽이 좋은 평가를 받을수 밖에 없겠죠. 물론 재산을 불리는 과정에서 손을 더럽힌건 사실입니다.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겠지요.

경제... 이건 imf를 빼놓을수 없겠죠. 김대중이 imf를 극복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imf의 극복의 결정적 원인은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수출이 늘어나 외환을 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imf사태가 온건 외환이 없었기 때문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상당히 테크니컬하고 기계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imf의 긴축재정과 개혁이 도리어 한국 경제를 쓸데없이 조여맸다는 비판도 나오는 것이지요. 김대중 정부는 이 위기 국면을 정치적으로 스무스하게 넘긴거 빼고는 경제적으로 imf위기를 극복하는데 무슨 큰 역할을 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수출을 독려하고 imf 요구 조건을 이행하는데 급급했지요. 이 시기의 경제 운용 전체에 대해 김대중 정부에 대해 딱히 책임이나 업적을 돌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았어요. 

노무현 정부는? 사실 90년대 이후 정부의 산업 정책이 작동할수 있는 여지는 많이 없어졌습니다. 박정희 식의 적극적 산업 개입으로 성장률에 영향력을 끼치는 시절은 지나간겁니다. 이후의 경제 운용은 얼마나 관리를 잘했느냐, 분배 정의를 실천했느냐에 맞춰져야 겠지요. imf위기 극복에 전전했던 김대중 정부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분배 정의를 실천할수 있는 많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한것에 비해 왜곡된 분배 구조를 개선하는데는 미비했습니다. 오히려 삼성의 조언을 받아들여 소득 2만불 국정 지표를 내세우는등 모호한 경제 실용주의에 투항하기도 했지요. 경제의 영역에서는 김대중이나 노무현이나 삐까삐까 하다고 봅니다. 

사회문화의 영역... 여기서는 노무현이 점수를 좀 얻습니다. 권위주의 타파가 일종의 추상적 정신개혁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른 실제적 개혁과 같이 가지 못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권위주의 타파를 내세운것은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최고 권력자 부터 법에 정해진 권력만을 사용함으로서 사회 전반에 합리적, 탈권위적 권력 문화를 전파한것은, 장기적인 정신사적 차원에서 분명 평가를 받을거라고 봅니다. 오직 눈앞의 이익만을 좆은 기회주의, 편법주의가 횡행했던 대한민국에, 순진한 바보가 대통령으로서 5년동안 자리했다는것, 분명 대한민국의 집단 무의식에 알게 모르게 큰 족적을 남겼고 아주 긍정적 유산으로서 오래 존속할겁니다.

김대중 정부는, 사회문화의 차원에서 족적을 남기기는, 워낙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를 담보하는것에도 벅찼기 때문에, 노무현이 보여주었던 어떤 우아한(?) 가치를 심기울 여유는 없었습니다. 만약 충분히 뒷받침된 상황에서 집권했다면 노무현 만큼이나 보편적 정신 가치를 구현했을수도 있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