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채동욱의 혼외자 진위 공방에 대하여 진위를 확정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따라서 각자의 그럴 듯한 해석들은 모두 의심 혹은 추측이나 가설일 뿐이다. 그러나 그럴 듯하다해서 곧바로 합리적인 의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 주장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다음의 규칙을 따라야 할 것 같다.

1. 드러난 사실관계와 정황들을 모순없이 재구성할 수 있는가?
2. 상반된 가능성이 있을 때 상식선에서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가?
3. 가설 속의 인물들이 자기 이익에 맞게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4. 인과관계가 아닌 것을 인과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는가?

열거한 것들을 지키지 않는다면 남들에게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강변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러면 위 규칙에 따라서 채동욱 혼외자가 진짜다(진짜설) 와 아니다(가짜설) 라는 양쪽의 주장들을 검증해보자. 물론 위 규칙들을 더 잘 따르는 주장이라해서 그것이 곧바로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의심인지 아닌지만을 가늠해 볼 뿐이다.

1. 드러난 사실관계와 정황들을 모순없이 재구성할 수 있는가?
그럴 듯하다는 것은 1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보기에 진짜설과 가짜설 모두 그럴 듯하며 사실일 수 있다.


2. 상반된 가능성이 있을 때 상식선에서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가?
임모씨의 아들은 채동욱의 친자가 맞거나 아니거나 둘 중의 하나다. 따라서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들을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두가지 상반된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a. 채동욱은 옷 벗는 순간은 물론 사퇴한 이후에도 거짓말을 일삼으며 친자식의 존재를 부정하고, 내연관계에 있던 불쌍한 모자의 인격마저 짓밟은 천하의 개쌍놈이자 희대의 사이코패스가 맞다.
 
b. 채동욱은 조선일보와 청와대와 보수층의 근거없는 의혹제기와 협력플레이에 의한 정치적 희생양이다.

어느 쪽이 더 확률이 높은지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겠지만, a일 확률이 더 높다고 주장하는 분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현 시점에서 채동욱을 그런 희대의 사이코패스같은 인격의 소유자라고 판단할 만한 사실이나 근거가 있는가?


3. 가설 속의 인물들이 자기 이익에 맞게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진짜론과 가짜론에 등장하는 채동욱과 조선일보 청와대 등은 모두 자기 이익에 맞게 합리적인 선택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가장 석연치않은 것은 임모 여인이다. 채동욱의 친자가 맞을 경우, 임모 여인의 행동은 정말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고위층의 비밀스런 내연녀와 혼외자는 둘 중의 하나이다. 극도로 조심하며 비밀스럽게 살거나, 소송을 불사하면서 친자확인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그런데 임모 여인은 대놓고 주변사람에게 밝히면서 당당하게 살았으며, 막상 친자확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스스로 차버렸다. 

물론 채동욱에 대한 지극한 희생정신과 순정파 여인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 세상이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시대도 아니고. 더구나 친부임을 끝까지 부정하는 악독한 아버지를 위해서 아이를 정체모를 사생아로 만들어 희생시키는 엄마는 <미워도 다시 한번>조차 가볍게 뛰어넘는 역대급 순정녀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지극한 희생정신의 순정녀가 왜 주변사람들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채동욱이라고 떠들고 다녔을까?


4. 인과관계가 아닌 것을 인과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는가?
가령 임모씨가 청담동의 고급주택에서 살고 있고, 아이의 성이 채씨이고, 등록금이 비싼 사립초등학교에 다녔고, 미국에 유학을 갔기때문에 채동욱의 아들이 확실하다라는 주장등이 그렇다. 그 사실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잘해봐야 아이의 아버지가 채씨성을 가진 부자라는 것이다. 이조차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허름한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이 채동욱의 아들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듯이,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채동욱이 숨겨둔 내연녀와 아이를 위해서 그 정도 돈을 쓸 수 있는 부자도 아닌 것 같다.


결론 -
신기한 것은 각자의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역시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진영과 상관없이 오로지 합리적인 유추 해석만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의 정치적인 희망사항을 사실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인 것처럼 가장하고,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사실만을 취합하고 확대해석한 결과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아크로에서 지켜보기가 가장 괴로운 것은, 진영논리와 이중잣대가 유독 심하게 두드러지는 분들이 자신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 자처하고, 타인들을 향해 진영논리와 이중잣대를 버리라고 충고하는 모습이다. 정치가 직업인 것도 아니고, 정당의 대변인도 아닐텐데 왜 그러고 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