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후배이자 친구인 C가 투병중인 병원에 찾아갔을 때 나는 그가 빨리 회복하면 둘이서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 여행을 가자고 말했고 C도 잠시지만 희망이 그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C는 와병 전에 모스크바 총영사와 수단 대사를 지냈고 그것보다 도스토엪스끼
작품을 여러권 번역했던 러시아어 전문가였다. 나와 오랜 지기이던 그는 안타깝게도 암을 이기지 못하고
그 얼마 후 이승을 하직했다. 둘이 꿈꾸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은 꿈으로 그쳤다.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G20 기사들이 인터넷을 한동안 달구고 있다. 그 가운데 박대통령과 푸틴의
단독회담 에서 언급되었다는 유우라시아 철도 추진 기사에 나는 적지 않은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은 나 개인으로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 철도와 시베리아 철도의 연결이, 비록 당장은 쉽지 않은 먼
꿈이지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새 지평이 열리는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문제는 국내정치 지형에서 누굴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국가의 먼 비젼, 특히
북과의 관계 진전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던 박대통령 입에서 유우라시아 철도는 자기의 오랜 꿈이라
는 말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신기하고 솔직히 말해 너무나 반가왔다. 5년이란 기간은 짧은 기간이
아니며 이 기간을 또 허송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유우라시아 철도 문제는 시베리아 가스 송유관 연결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동에서 가져오는 한국의 가스수요를 거의 완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사실 러시아는 우리와 육지가 닿아있는 두 나라 중 하나, 우리 평소 느낌 보다 지정학적으로 훨씬 가까
운 나라이다. 푸틴은 년말 전에 내한하여 시베리아 극동 개발 문제와 함께 이 철도 가스 문제를 좀 더
구체화하는 협의를 진행할 걸로 보도되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상호방문
비자 면제 협정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 비자에는 국내여행사에서 지금까지 십만원 정도 비용을 요
구했다. 현지 도착하면 또 거주등록이란 걸 해야 하는데 민박집 같은데서 대행하는 수수료가 또
60~70달러 소요된다. 거의 200달러가 불필요한 경비로 낭비되는 것이다. 2개월 비자면제가 거주
등록절차 불필요로 연결될지 알 수 없으나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내가 유우라시아 철도 연결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다만 여행이나 좀 편히 하자는 생각 때문은 아니다.
우리는 일본인을 말할 때 '섬나나 00' 운운하며 세계를 모르고 생각이 꽉 막혀있다고 비난한다. 그런
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더 지독하게 고립된 '섬'에  오래동안 갇혀 있지 않은가.
일본인들은 바다라도 사방으로 훨훨 날아다닐 수가 있는데 반해 우리는 분단선으로 북은 완벽하게
막혀있고 남으로는 일본을 거쳐야만 더 멀리 나갈 수가 있을 뿐이다. 이보다 더 고립된 '섬도 세계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내부에서 극단적 사고에 매몰되어 서로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사
방이 막혀버린 지정학적 폐쇄성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열린 사고'를 좀처럼 하기 힘
들다는 것이다. 만약에 유우라시아 철도가 연결되어 우리 젊은이들이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면 우리에겐 분명 그것은 새로운 세계의 전개가 될 것이다. 이 기
차를 타면 부산에서 함부르크까지 십일이 소요된다 하는데 모스크바까지는 길어야 6일 미만이 소
요될 것 같다. 이것은 현대자동차 자료에 나온 얘기다.


 아마 이 기차는 부산에서 원산 함흥, 경성을 거쳐 우라디보스톡으로 나갈 것이다. 동해안 선로가
개설되는 극히 작은 지역만 제공하면 북이 현 체제를 유지하는데 크게 위협이 될 것도 없다. 되레
경제적 수익창출로 체제유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철도 연결과 함께 개성공단이 더 확
충되고 같은 유형의 공단이 해주,원산, 신의주, 북에서 추진하는 압록강 어느 지역 등으로 진행된
다면.... 비록 두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으로 통합이 이루어진거나 같지 않을까?
 남쪽의 현재 정치역량으로는 당장 통일 된다 해도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유우라시아 철도연결이 어쩌면 가장 쉽고 현실적인 통일 아닌 통합의 지름
길이 될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10월 혹은 11월쯤 성사될 푸틴 방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