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에서도 말이 안되는 표현들에 대해서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생각나는 것을 적어본다.

허송세월(虛送勢月)은 말 그대로 '세월을 헛되이 보낸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표현을 쓸 때는 그냥 '허송세월한다'는 식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허송세월을 보낸다'고 쓰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학 저학년생이나 시정의 갑남을녀들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대학교수, 기자... 나름대로 우리나라에서 가방끈 길고, 먹물 좀 들었다는 친구들이 이런다.

'염두(念頭)'도 그렇다. 이건 동사가 아니다.

그래서 '염두에 둔다'는 식으로 쓰는 게 맞다. 그런데 요즘은...

'염두하다'는 표현이 보편화되는 추세이다.

정말 가관인 것은

조선일보 기고나 기사에 저런 표현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런 기사를 보고 몇번 백자평인가에서 지적을 했다.

표현은 좀 거칠었다.

"야, 이 거지같은 시키들아. 대한민국 한자는 니들이 전부 전세낸 것처럼 온갖 지랄을 떨면서 이런 한자조차도 엉터리로 쓰냐? 이렇게 허접한 시키들한테 비싼 월급 주는 방가넘들도 참 불쌍하다...운운"

몇번 그랬더니, 내 100자평은 모두 지우고, 아예 글쓰기가 금지됐다.



이건 또 조선일보고 뭐고 가릴 것이 아예 전국민적인 현상인데...

'에 대한'이 그것이다.

도대체 저 '에 대한'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가만 보면 대부분 소유격 '의'의 대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가령 '유시민에 대한 진실' 이런 식으로 많이 쓴다. 사실 이건 '유시민의 진실'로 쓰는 게 맞다.

우리나라 말은 조사에 의해 개념간의 관계가 결정된다. 주격, 처격, 소유격, 목적격 등등...

그런데 '에 대한'은 모든 조사를 초월해 쓰이는 경향이 있다.

아마, 그렇게 모호하게, 어떤 개념과 또다른 개념이 뭔가 관계가 있긴 있는데, 그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명백하지 않거나, 또는 명백하게 드러내기 싫은 경우에 저 '대한'을 즐겨 쓰는 것 같다.

'민주당의 17대 대통령 선거전략에 대한 평가' 이런 식이라면 '에 대한'을 써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래는 그냥 '민주당의 17개 대통령 선거전략 평가'가 훨씬 더 낫다.

심지어는 '미국에 대한 북한 미사일 평가'라는 식의 포스트 제목도 본 적이 있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내용을 읽어봤더니,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벽에 작년부터인가, 인상적인 슬로건이 나붙었다.

"5호선 보라색의 상징은 '황제'입니다."

글쎄, 다른 사람들은 이상한 걸 못 느끼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이상하다.

황제의 상징이 보라색일 수는 있어도, 보라색의 상징이 황제일 수 있을까?

보라색이 황제를 상징한다는 표현은 말이 되지만, 황제가 보라색을 상징한다?

저 위의 표현은

"5호선의 보라색은 '황제'를 상징합니다" 정도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쩝~~

언어 표현을 놓고 맞니 틀리니 해도,

결국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그게 맞는 표현, 표준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저런 표현들이 이상하다고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내가 틀린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가령 요즘

'갈 때까지 갔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건 '갈 데까지 갔다'고 써야 한다.

그런데 전에 그런 지적을 한번 했더니,

저건 '갈 때까지 갔다'라고 써도 틀린 게 아니라는 의견이 대세...^^



이렇게 표현이 맞니 틀리니 따지는 것 자체가 이미 무의미한 행동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