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정당을 세 가지로 즉 한나라당 계열, 민주당 계열, 민주노동당 계열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계열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이 있으며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가깝다. 한나라당 계열과 민주당 계열은 사회민주주의보다 우파적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계열은 민주당 계열보다 더 우파적이다. 한나라당 계열에는 현재의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가 등이 있으며 과거의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등이 있다. 이승만, 박정희, 김종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가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민주당 계열에는 현재의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이 있으며 과거의 민주당, 신민당, 신한민주당, 평화민주당, 통합민주당,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등이 있다.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이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과거의 자유당과 공화당은 극우파에 상당히 가까웠기 때문에 현재의 한나라당과는 상당히 달랐다. 하지만 상대적인 정치 지형을 따질 때에는 이런 삼분법이 상당히 유용한 것 같다.

 

한국의 지역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호남과 영남의 대립을 주로 다룬다. 이렇게 되면 호남과 영남의 대립이라는 하나의 현상이 존재하는 것이 된다. 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현상으로 나누어서 고찰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첫째, 호남 사람들은 전국 평균에 비해 민주당 계열을 훨씬 많이 지지한다. 둘째, 영남 사람들은 전국 평균에 비해 한나라당 계열을 훨씬 많이 지지한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뚜렷한 현상이 별로 없었다. 충청도에서 김종필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것이었다.

 

한 때 호남 사람들은 김대중에게 100%에 가깝게 투표한 적이 있다. 나는 이 현상을 1980년 광주 학살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980년 이전의 호남의 투표 행태에 대한 자료를 본 적은 없지만 1980년 이후와는 매우 달랐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1980년대 이전의 투표 형태가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영남 사람들의 투표 행태의 변화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 적어도 1980년대 이후에는 한나라당 계열에 대한 지지율이 70% 정도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던 것 같다. 그 이전에 투표 행태가 어땠는지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최근 20여 년 동안에는 상당히 신뢰할 만한 여론 조사 결과가 있기 때문에 그것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신 시절이나 5공화국 시절에 신뢰할 만한 여론 조사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그 시절의 투표 자료 역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특히 자유당 시절의 대규모 부정 선거는 유명하다. 따라서 실제 지지율과 투표 행태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득표율보다 더 나은 자료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호남/영남 지역주의에 대한 온갖 가설들은 있지만 정작 지역주의 현상에 대해서는 그냥 가정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 호남과 영남의 지역에 따른 뚜렷한 투표 성향이 언제 생겨서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먼저 따져야 한다. 내가 한국의 지역주의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투표 행태에 대한 분석조차도 본 적이 없다. 현상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현상이 어떤 것인지를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