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와 압수수색을 하는 등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정원과 경찰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내란 음모 혐의가 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오락가락하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날조라고 주장했다. 512일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회합에 대해 아예 그런 모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에는 모임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에는 그런 비슷한 말은 했지만 국정원에서 맥락을 완전히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에는 국정원이 당원 한 명을 매수해서 프락치 짓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석기·김재연의말 바꾸기’, 당 내부에서도 비판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01903.html

 

이석기 사건 의혹과 해명…'오락가락·말바꾸기'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9/02/0200000000AKR20130902105800001.HTML?input=1179m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통합진보당 당원 중 한 명이 국정원과 협력하여 엄청난 분량의 녹음 또는 녹화를 했으며, 거기에는 김일성주의자(주사파)가 아니면 하기 힘든 말과 부르기 힘든 노래 등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다는 점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조만간 그것들이 공개될 것이 뻔하다.

 

 

 

나는 이전에 통합진보당의 소위 종북 문제에 대해 글을 여러 편 쓴 적이 있다. 이 글은 아래 글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좌파인 나는 이번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가 반갑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24

 

북조선에 대한 입장도 못 밝히면서 무슨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26

 

좌파인 내가 종북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27

 

내가 원하는 종북 검증과 그들이 원하는 종북 검증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28

 

NL은 탈북자와 새터민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나?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29

 

이상규 씨 그냥 '비밀이에요'라고 말하시지요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30

 

좌파 또는 진보파는 NL과 조직적으로 갈라서야 한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31

 

주사파의 비열한 행태를 까발린 이재영 씨의 인터뷰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33

 

탈북자에게 폭언한 임수경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34

 

이정희, 변희재, 그리고 종북 주사파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HFl/122

 

 

 

1. 백기완 씨를 비롯하여 여러 진보 활동가와 진보 단체에서 국정원은 조작에 도통한 집단이며 이번 사건도 조작일 것이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도 확실한 증거인 녹음 파일 또는 녹화 파일이 있음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의 말을 무조건 믿지 말라”는 호소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국정원 댓글 의혹 물타기를 위해 이번 사건을 터뜨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의도를 문제 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은 과학자가 논문을 발표할 때, 과학 발전을 위한 순수한 의도에서가 아니라 출세를 위해서 논문을 썼다고 비판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과학자의 논문을 비판할 때에는 그 의도가 아니라, 논리적 일관성과 실증을 문제 삼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국정원을 비판하고 싶다면 그 의도나 타이밍이 아니라, 증거가 충분한지, 증거 수집 방식이 적법한지, 김일성주의 사상이나 그 표현을 처벌하는 것이 옳은지 등을 문제 삼아야 한다.

 

 

 

2. 나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광범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존경하고, 적기가를 부르고,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북조선의 말투를 따라 하고, 북조선 체제와 비슷한 체제로 남한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합을 하면서 적기가를 부르든, 기미 가요를 부르든, 인터네셔널가를 부르든, 찬송가를 부르든, 빠빠빠를 부르든 그들의 자유다.

 

만약 그들이 김일성주의와 관련된 사상과 표현 때문에 처벌을 받는다면 그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내가 글을 쓰는 것 말고 뭔가 행동에 나설 것 같지는 않지만). 물론 21세기에 그런 황당한 생각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조롱하거나, 연민을 느낄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헌법 밖의 진보에 대해 한마디 했다.

 

앞서 심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단회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석기 의원의)혐의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부정했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심상정 '헌법밖 진보' 발언, 매우 위험"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0902_0012327495&cID=10301&pID=10300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런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본주의 질서에 바탕을 둔 현재의 남한 헌법과는 매우 다른 공산주의 사회를 꿈꾸는 나 같은 사람을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극좌파가 틀린 것인가? 진보 세력이 대다수 국민의 뜻만 따라야 하나? 대다수 국민의 생각과 대치되며 현 체제와 엄청나게 다른 체제를 꿈꾸는 것이 죄인가?

 

 

 

3. 나는 북조선 정권을 위한 간첩 행위, 테러 모의, 사보타지(폭파 공작) 모의 등까지 방어할 생각이 없다. 만약 그들이 그런 행위 또는 모의를 했다는 증거가 드러나서 처벌받는다면 나는 그 점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 둘 것이다.

 

 

 

4. 정의당과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을 주도하는 김일성주의자들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김일성주의자들은 처음에는 진보 정당 창당에 시큰둥했다. 아마 북조선이 조선로동당이 있기 때문에 굳이 남한에 당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은 민주노동당에 대거 입당했으며 결국 당권을 장악했다.

 

결국 2008년에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의 일부 당원들이 김일성주의자들과 함께 할 수 없다면서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그 후 진보신당의 일부 당원들이 다시 김일성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2011년에 통합진보당을 만들었다. 그 때 유시민 계열도 참여했다.

 

나는 제대로 된 좌파 또는 진보파가 김일성주의자들과 조직적으로 확실히 분리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진보신당(현재는 노동당)이나 사회당(2012년에 진보신당과 합당)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진보신당이나 사회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에 투표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잘못된 선택이었다(최는 10년 동안 나는 글을 쓰거나 투표를 하는 것 말고 정치 활동에 관여한 적이 사실상 없다).

 

김일성주의자들과 통합진보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정의당의 고참 당원들은 그들이 김일성주의자라는 것을 몰랐을까? 만약 알고도 같은 당에서 활동했다면 김일성주의자들과 같은 당에서 활동하는 것이 여전히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만약 그들이 김일성주의자라는 것을 몰랐다면 정치 고참 행세를 하기에는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닐까?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연합을 할 때 그들이 김일성주의자였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것도 몰랐다면 제1 야당으로서 정보에 너무 어두운 것이 아닐까? 알고도 선거연합을 했다면 새누리당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김일성주의자들과 선거연합을 하는 것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반성해야 한다.

 

 

 

5. 나는 남한의 김일성주의자들이 아주 특별히 찌질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주 이상한 것들을 믿기도 한다. 20세기에 이루어진 온갖 심리학 연구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김일성주의자들은 김일성이 죽은 지 3일 후에 부활했다고 믿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그들은 독실한 기독교인보다는 합리적이다. 독실한 기독교인들 중에 예수의 기적을 부정하면서 “신약에 나오는 예수의 기적은 다 뻥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내 추측으로는, 독실한 김일성주의자가 독실한 기독교인에 비해 남한에서 더 조롱거리가 되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극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다수가 바보 같은 것을 믿거나 바보 같은 짓을 하면 덜 바보 같아 보이는 것 같다.

 

 

 

6. 이석기를 비롯한 여러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사법 처리를 받을지 여부는 앞으로 드러날 증거와 남한의 법과 법관의 양심 등에 달려 있다.

 

어쨌든 이제 남한의 대다수 국민은 2013년의 통합진보당이 김일성주의자들의 천국임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내 추측으로는 “통합진보당을 김일성주의자들이 주도한다고 해도 그 당에 투표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한 유권자의 1%도 안 된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은 급속히 몰락할 것이다.

 

남한에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복지와 정치적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유권자의 10~20%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그들은 결국 정의당과 노동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진보 정당이 앞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진보 정당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던 김일성주의자들이 마침내 정치 역사에서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건강한 진보의 비판을 통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에 의해 사라지게 된 것은 씁쓸하다. 하지만 역사는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7. 통합진보당은 이제 국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병정놀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질 것 같다.

 

지금까지 김일성주의자들은 30년 동안 남한의 진보 운동을 주도해왔다. 그들에게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자부심에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그들은 거리에서, 공장에서 독재와 자본가의 횡포에 맞서서 헌신적으로 싸웠다.

 

그러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상실감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실감이 일본 적군파와 같은 테러 활동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것이 폭파 공작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들이 김일성주의를 버리고 제대로 된 진보를 위해, 민중을 위해 같이 싸울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들의 헌신성이 제대로 된 사상과 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의 사상 전향이 새누리당과 조중동에 안기는 쪽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보 운동에 안기는 쪽으로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덕하

2013-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