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내 한국에서 있었다. 원래 게중 몇가지는 정치/사회 게시판에 쓸까하다가 자료모으고 그러면서 보낼 시간이 없다보니 그냥 이 감상이 식기전에 짧은 에세이나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쓰기로 했다.



1. 한국의 여름은 정말 덥다.


전세계의 어느 나라 사람들을 만나봐도 누구나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요새 기후가 좀 이상하다고.... 몇년에 한번씩 한국에 가지만, 한국의 여름은 점점 더 더워지는 것만 같다. 내가 더위에 원래 이렇게 약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응이 안되더라.



2. 한국은 생각보다 넓다.


불과 200km 도 떨어지지 않은 두 지역에서 여름 내내 어느 한 곳은 장마에 홍수에 물난리가 나는데, 다른 한 곳은 가뭄이 들어서 걱정이다.


한국 사람들이 간혹 한국인들은 너무 획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로 생각한다. 이렇게 가끔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이렇게 좁은 지역에 살면서 저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 이유가 아마도 좁은 국토이지만 산악지형으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았고 거기에 더해져서 이 좁은 곳에서의 날씨도 지역마다 이렇게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한국은 에너지 부족 국가.


집집마다 에어컨이 없는 집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 에어컨을 마음 껏 쓰는 집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는 주로 대학에만 있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에어컨 사용금지라고 하더라. 도대체 일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중앙 냉방 시스템인 학교들은 알짤 없이 에어컨을 꺼버리더라. 나도 처음에는 양심을 지킬려고 노력했다. 왠만하면 에어컨을 껐다. 할 수 없이 짐싸들고 (일부러 공동 연구자들 데리고) 카페에 가서 일을 해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아예 연구실 불을 끄고 문 잠가놓고 - 즉 아무도 없는 것처럼 가장하고 - 양심을 팔아먹으면서 일을 했다. 젠장.


왜 이런 일이 에너지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좀 찾아보니, 전기요금 체계에 문제가 많이 있어보인다. 몇몇 고발프로그램 및 전문가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산업용 전기에 대한 과할 정도의 국가 혜택이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좀 더 들여다보니 그 안에 캐보면 비리도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인센티브 구조가 보인다.



4. 한국은 비 정규직의 천지


학교 직원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다. 들어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은 똑같은데, 월급은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더라. 아마 다른 분야들도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불만이 없다면 성자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5. 한국은 살기 참 편하다.


한국 갔다온 교포들이 백이면 백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저렴한 점심값, 택시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택시비보다 싼 대리운전, 돈 5000원이면 하루에 배달되는 택배, 바로 배달되는 음식,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4시간 내에 처리되는 책, 온갖 종류의 물품들. 이 이외에도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천지이다.


그러니깐 한국은 돈이 조금만 있으면 참 살기 좋은 나라인 것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값싸고 편리한 것들은 죄다 그 일에 관련된 종사자들의 저임금에 기반하고 있다. 이것을 착취(economic rent)라는 말 말고 따로 부를 수 있는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난다. 평균 임금은 10-20년째 오르지 않고 있는데, GDP는 꾸준히 잘도 올라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