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라는 대형급 변수가 발생했는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은 새누리당에게 가장 유리한 구도는 정책대결구도 입니다. 반면 야권은 민주 vs 반민주이구요. 상대방이 가장 잘하는 걸 못하게 하고, 내가 가장 잘하는 쪽으로 끌고 오는 것은 전략의 기본입니다. 새누리당이 승승장구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소한의 민주적 원칙을 지켜주면서 정책대결로 끌고 갔기 때문이죠. 정책대결은 이념보다 실효성 효율성 전문성같은 것이 더 쟁점이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야당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가장 잘하는 민주 vs 반민주가 더 이상 효과적인 전략이 못되는 탓도 있구요.

(혹시 새누리당이 최소한의 민주적 원칙을 지켰다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은 이석기같은 친구가 국회의원이 된 것이 어느 정부 시절인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만약 새누리당이 이석기를 빌미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같은 반민주적인 작태들을 정당화하고 정국을 이념대결로 몰고가는건 야당에 유리한 구도를 스스로 만들어주는 삽질인거고, 야당은 새누리당이 차려주는 밥상에 땡큐를 외쳐야하는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국정원 댓글사건같은 것이 당연시되고 일상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기우라고 봅니다. 아무리 어쩌고 저쩌고해도 "국정원이 정치개입하면 안된다" 는건 여야를 떠나 우리 사회에 확립된 상식이거든요.

현재 새누리당이 걱정하는 건 원세훈 김용판등이 사법적 단죄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체로는 호재이죠. "봐라, 우리는 이렇게 민주적인 정부인데 독재라니 무슨 헛소리냐" 하고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들이 걱정하는건 어디까지나 댓글사건으로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에 흠집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걸핏하면 대선불복이냐며 예민하고 반응하고, 승복의 의사를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새누리당은 댓글사건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오고 싶어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새누리당이 머리가 있다면 조만간 딜을 시도할 겁니다. "댓글사건은 사법부에 맡기고 이만 끝내자, 대신 이석기건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 불순세력도 잘라냈으니 우리 클린하게 정책대결 해봅시다" 이런 식으로요. 어차피 대부분의 국민들이 국정원 댓글사건 대여공세에 시큰둥 했듯이, 이석기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분간이야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난리가 날 것 같지만, 어차피 그 역시 국민들 먹고 사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거든요. 게다가 현재 북한과 대화모드가 진행되고 있어서 이석기건으로 확전하는건 부담스러운 것이구요.

제가 늘상 말씀드렸듯이 민주당이든 안철수든 야권은 무능한 자들의 패권놀음 하루 속히 정리하고 새누리당을 능가하는 스마트한 중산층 서민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촛불이니 장외투쟁이니 하는 것들은 그 다음이구요. 정당의 기본이 안돼 있는데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