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정원과 검찰이 합동으로 경기동부연합의 이석기 외 13인에 대해 압수수색과 체포에 들어갔죠. 여기 아크로의 일부 회원과 네티즌들 중에는 과거의 국정원(전신의 중정, 안기부)에서 밝혔던 공안사건들이 약간 무리한 측면이 있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국정원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반전을 기도하기 위한 전략적 조작 공안사건으로 보는 경향도 없지 않군요. 그런데 저는 국정원이 확증 없이 저렇게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국정원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

국정원녀 사건으로 국정원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 아크로에도 많죠. 하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해 국정원이 그런 생각을 할까요? 먼저 민주당이 물고늘어지는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은 그 개연성이 희박합니다. 검찰의 발표내용을 보더라도 73개 댓글로, 그것도 박근혜/문재인이 언급된 것은 고작 각각 3개인데, 대선 여론조작을 조직적으로 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설사 그런 기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이명박 정권의 원세훈이 한 것임으로 남재준과는 무관합니다. 남재준이 책임질 일이 아니죠. 민주당이야 남재준 사퇴를 주장하지만 국정원 사건으로 남재준이 사퇴할 이유도 없고 남재준 자신도 여전히 당당함을 유지하고 있죠. 기껏해야 남재준에게 NLL 대화록 공개를 책임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사초 실종에 비하면 문제 삼기 쉽지 않습니다. 남재준의 NLL 대화록 공개가 결과적으로 사초 실종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남재준의 NLL 대화록 공개는 공개 당시에도 합법이었지만, 사초 실종으로 오히려 대통령 기록물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국가기록물법에도 전혀 저촉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재준의 국정원이 굳이 무리해서 억지로 용공사건을 조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2. 박근혜 정권 입장에서 보아도 무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제 이정현 홍보수석의 발표를 보면, 남재준은 이 사건을 미리 박근혜에게 보고하고 처리방침을 재가받은 것 같습니다.(국정원은 압수수색 전에 민주당 김한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에게도 미리 통보했다고 합니다) 박근혜의 국정 지지율이 70%를 넘나들고 민주당이 궁지에 몰려 돌파구를 찾으려는 상황에서 박근혜가 괜히 어설프게 이석기를 잡아들여 빌미를 제공할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개성공단 문제를 우리쪽 뜻대로 관철시키고 이산상봉을 재개에 합의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도 협의하는 등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괜히 공안사건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죠.

확증없이 무리하게 압수수색한 것이 밝혀지면 70% 넘나드는 국정지지율도 곤두박질 칠테고, 잘 나가는 대북문제에도 힘이 빠질 것이며, 앞으로 남은 임기의 국정 추진에도 현격히 탄력을 상실할텐데 박근혜 정권(국정원)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있을까요? 박근혜가 이석기나 경기동부연합 무리들과 같은 꼴통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3. 통진당과 경기동부연합은 정상적인 집단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주사파들의 양태를 지켜봐 오면서 저는 저들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집단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워낙 비상식적 일들이 그들에 의해 저질러져 왔지만 대부분 설마하는 생각으로 보아왔지요. 80년대 학생운동권들의 많은 사람들도 아직도 시대착오적 사고에 젖어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꼴통 주사파들의 모임인 경기동부연합이 저런 짓을 했다는 것에 저는 놀라지 않습니다. 충분히 저러고도 남을 사람들이죠.

일본의 적군파들을 생각해 보시면 되죠. 이념 과잉의 자기 확신에다 시대착오적인 사고는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자기 세계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다 극단적인 방법들을 선택했죠. 일본의 옴진리교 등의 사이비 종교집단들에도 고학력 엘리트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들과 경기동부연합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죠. 따라서 경기동부연합이 비상식적, 비현실적 망상으로 저런 모의를 했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고 봅니다.


4. 어제 압수수색은 국정원 혼자만이 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어제의 압수수색은 국정원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지만, 공안담당 검찰, 경찰이 함께 했고, 압수수색영장도 사법부에 의해 발부되었습니다. 영장 발부는 소명자료가 충분해야 사법부가 발부하는데, 현직 국회의원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영장인데 사법부가 함부로 발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법부도 국정원(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들을 인정했기 때문에 영장발부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는 국정원이 이미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입니다.


5. 통진당이나 이석기의 행동이 석연치 않습니다.

이석기는 어제 저런 심각한 일이 벌어졌고, 본인은 현직 국회의원이라 불체포 특권이 있어 체포되지도 않는데도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국정원이 말한 내란음모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당당히 국회에 나와 항변해야 할텐데 도망가 버렸습니다.

이정희를 비롯한 통진당 사람들도 유신 부활이니 하는 추상적 말만 떠버리지 정작 사실관계에 대한 반론을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에 이미 지난 5월 종교시설을 빌려 130명이 회합을 갖고 이석기가 그 자리에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는 기사가 나와도 이에 대해 해명 한마디 없습니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국정원이 확보했다는 녹취에 대한 불법 운운하는 것입니다. 도청을 했기 때문에 불법이고 증거 효력이 없다는 주장만 하고 있죠.


6. 국정원의 이번 압수수색은 물타기인가

여기 아크로 분들도 이런 식의 의심을 하는 분들이 많고 실제 일반 국민들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이 이런 사건을 발표하거나 조사를 할 때의 시점이 어느 때라야 국정원(정권)이 국면전환용이나 물타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을까요? 대선, 총선, 지선, 보선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1년 내내 선거국면이라 할 수 있어 어느 시점이든 선거용이라는 소리를 할 수 있고, 항상 소용돌이치는 바람 잘 날 없는 정국에서 어느 시점에 발표해야 국면전환용이라 의심받지 않을까요? 국정원 사건은 재판이 진행중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언제 발표해야 국정원이 물타기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요?

지난 5월에 종교시설 모임이 있었을 때 바로 터트렸으면 국면전환용, 국정원 사건 희석용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오히려 국정원이나 정권이 의심받지 않기 위해 이 시점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물론 정권이나 국정원이 사건의 성격이나 진행정도에 따라 수사나 발표를 해야지, 정국이나 국민들의 눈치를 보며 시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정원 사건의 검찰 수사와 기소, 국정조사가 끝났고,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시점이고 10월 재보선이 있긴 하지만, 지선도 아직 멀어 국면전환이나 선거용으로 보기 쉽지 않은 시기라고 저는 보는 편입니다.
국정원이나 정권 차원에서 국면전환용으로 써 먹으려 했다면 지금이 아니라 국정지지율이 하락하고 중요 선거가 있을 때 써 먹으려고 이 사건을 묵혀 두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