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보편적 가치관이나 윤리기준에 의할 때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어야 합니다. 그냥 단지 저쪽에 사소한 공격 거리라도 주는 건 안 된다는 뜻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만약 그런 뜻이라면 애초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부터가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동이 될 텐데, 미뉴에님이 그정도 수준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우선 고소에 대한 왈가왈부 문제에 대해 따져 보죠. 저는 원칙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해서 국가권력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비난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예외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고소들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개개의 사건을 놓고 봤을 때 그 사건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느냐는 것이겠죠.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만약 정말로 유족이 노운지 게임을 고소했을 경우에 그것이 그때 그 사람들이나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고소건과 동일하게 인식될 것인가 생각해 봤을 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고소가 있었을 때도 조선일보조차 그런 사설을 썼지만 그럼에도 여론이 결코 영화제작자 측에 유리하기만 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조선일보조차 그렇게 쓸 정도면 식자층이 보기에 표현의 자유 문제가 맞는데도 여론이 결코 확실히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죠. 그럼 앞의 두 영화들처럼 역사적 사실에 관한 풍자이거나 진실추구라는 공익성이 있는 경우가 전혀 아닌 개인적 불행에 대한 조롱에 가까운 게임에 대해, 그 게임이 고소당했을 때 여론이 우호적일 가능성은, 한국적 정서까지 고려한다면, 극히 희박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언제나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는 법이고, 말했듯이 문제는 그런 비판 의견이 보편적 설득력이나 위력을 갖느냐 여부인데, 그렇지는 않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같은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편의상 뭉뚱그리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개개의 경우들이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만약 공격을 당해도 그 사안과 이 사안은 성질이 다르다는 반론이 설득력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범야권 진영(?)이 불리하거나 곤란해 지는가? 사실 이게 제일 이해 안 가고 웃기는 얘기라고 봅니다. 제가 님이 100분 토론의 경우를 예로 든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유족의 고소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데 있어서, 고작 100분 토론에서 예컨대 진 씨가 변 씨한테 공격 당할 수도 있다는 것 따위를 이유로 든다는 것부터가 사실 어이없는 일인 겁니다. 

미뉴님말마따나 노무현 재단과 진중권이 같은 진영이라고 칩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님의 말이 말이 되려면, 같은 진영의 행동에 대해서는 최소한 뭔가 연대 책임감 비슷한 걸 가져야 한다는, 즉 일종의 정치적 윤리적 연좌제와 같은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윤리기준이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좀 후진적이기로서니 과연 그 정도일까요. 

님은 진 씨가 고소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을 때, 그것이 웃음거리가 된다고 하셨는데, 전 솔직히 그런 님의 생각이 더 웃음거리가 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솔직히 말해서 누구나 자신이 좀 곤란한 문제, 예를 들면 이 경우처럼 친한 사람을 비판해야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이 때 그러한 태도의 정당성 여부는, 보통 그 사람 자신과의 관련성에 의해 판단됩니다. 예를 들면 자기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서라면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그야말로 떳떳하지 못한 것이고 비겁한 행동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자신의 행동은 아니더라도 선거캠프에 함께 있었다거나 함께 일을 했다거나 하는 식의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답변 회피가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도 아니고 거기에 관여한 바도 없으며, 더군다나 그 사안에 대해 자신이 무슨 찬성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라면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일일 뿐인 겁니다. 같은 진영이니까? 이건 정말 웃기는 소리라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 진영 따위로 엮는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짓인지 생각을 좀 해보셨습니까? 보수, 진보로 묶어 볼까요? 그럼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일베충 아니면 종북세력과 엮인다는 얘기가 되고, 보수라면 일베충들에 대해, 진보라면 종북세력에 대해 언제나 책임감을 느끼고 사죄하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 얘기를 직장이나 학교에서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하실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리고 장애인이나 여성 비하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비판하면 그것도 잘못이냐고요? 그 경우와 고소의 경우가 같다고 보십니까? 고소는 처벌을 요청하는 것일 뿐, 처벌은 법에 따라 국가기관이 판단하는 겁니다. 반면 님이 예로 드신 차별이나 비하행위의 경우는 그 행위 자체가 타인에 대한 폭력인 경우죠. 그리고 저도 고소가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국가에 대한 권리인 걸 몰라서가 아니라 비난받아 마땅한 고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