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론조사를 보고 솔직히 환멸만 느껴집니다.
국정원의 광범위한 선거 개입이 드러났음에도 박근혜는 그렇다치더라도 새누리에 대한 지지에조차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솔직히 어떤 인물이 나온들 정권 교체의 희망이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네요.
마치 삼당 합당 시절을 다시 겪는 기분입니다.

편향된 언론 환경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진보 언론들이 친노 편향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너무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친노미디어가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민주당을 청산 대상 정도로 수 년간 매도한 여파가 여전히 남아 민주당의 회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살펴보면 현재 사태를 두고도 김한길 무능론 운운하는 노빠들 천지입니다.
모바일 투표 폐지가 호남당으로의 퇴행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소위 진보진영에서 민주당을 죄인으로 만드는 한편 호남 출신자들을 위축시켜 친노 부역자나 회의론자로 만드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모바일 투표로 이용섭이 당대표 되고 친노들이 수렴청정 했으면 민주당은 칭찬받았을까요? 호남 친노 이용섭 역시 결국 버리는 카드였을 겁니다.

 

김한길은 일단 장외, 원내 병행투쟁이라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만큼 이런 저런 비난을 피해나가며 잘 버텨나가는 모습입니다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친노당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점입니다.


저는 소위 부동층이라는 사람들 가운데 민주당이 결국 호남당이기 때문에 싫다는 사람이 대다수, 아니 최소한 절반은 된다고 봅니다.
이들은 유시민의 언행에 솔깃해 하던 반새누리, 반민주 성향을 가진 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이며 (유시민은 좌파 놀음을 안했으면, 더 많은 지지를 얻었을지도 모릅니다. 유시민이 새누리당 갔으면 훨씬 높이 올라갔을꺼라는 말이 저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던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호남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선에서 호남이 새누리를 지지하기 어렵고, 새누리를 지지한다고 한들 호남의 사회적 사막화를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저는 그냥 있어도 하등 답답할 것이 없는 새누리가 호남의 쇠퇴를 막아주기보다는 친노가 태도를 고칠 가능성이 차라리 높다고 봅니다.
친노 가운데는 최소한 호남 출신이라도 있으니까요. (물론, 호남 친노라는 자들은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기는 커녕 영남후보론에 부역함으로써 친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며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려는 자들이 대부분이긴 합니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태도를 바꿀수도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안철수 신당에서 호남이 실컷 돌쇠 노릇하다가 팽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무엇입니까? 호남 출신 당원들이 주축을 이루는 민주당에서도 당한 일을 안철수 신당에서는 절대 당할리가 없다? 그런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안철수 신당의 출범여부와는 상관없이 호남에 민주당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니, 신당이 출범하면 더욱 필요해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안철수가 처음 등장했을때 우파 성향 친노의 지지를 끌고 가서 친노와 경쟁하다가 마지막으로 호남에 구애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면 양측이 경쟁하는 가운데 호남이 가치를 인정받고 당당하게 지분을 요구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현재 상황은 호남이 앞장서서 안철수를 지지하며 결국 호남의 지지가 양분되는 양상 입니다. 진작 이렇게 됐어야 한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남은 충청도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고, 충청도 흉내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니, 기왕 흉내낼 바엔 왜 영남이나 수도권 흉내를 안냅니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까?
(인위적인 개발 배제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불리한 지리적 위치와 산업화 과정에서의 소외로 인한 열악한 경제 상황, 일종의 인종 차별성 비하로 쓰리쿠션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호남에게 충청도처럼 투표하라는 분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을 배제한 판단 아닌가요?

충청도보다 인구마저 적어진 호남이지만 그나마 몰표가 나오고 그 방향에 따라 수도권의 표심까지 움직이기 때문에 민주진영에서나마 호남에 구애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겁니다. 이것은 처지가 맘에 안든다고 부정해 버릴 수 없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제가 그동안 아크로에서 김한길에 대한 친노의 공격을 비판하고, 민주당과 김한길을 옹호해 온 것은 무슨 망상 때문이 아닙니다.

 

김한길은 이유야 어찌되었건 자신의 정치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세 번의 선택에서 호남당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국민회의 내지 민주당 편에 선 사람입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 친노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사람이구요.

 

저는 당원 다수가 호남 출신인 민주당내에서조차 여러 차례 호남 편에 섰던 김한길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서 호남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문제를 김한길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친노의 당권 흔들기를 극복하고 민주당이 체질 개선을 이루기를, 즉 친노당에서 전문성을 갖춘 중도 세력에 문이 열린 정당으로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환상 때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