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냐. 모처럼 여유로운 토요일. 그래서인지 좀 럴럴하게 이야기를 풀고 싶다능.

아래 어느 분이 이명박과 노무현의 정치적 발언을 비교하셨는데...글쎄올시다. 전 선관위나 헌재가 옳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요. 
이명박의 발언은 당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있었고 민생탐방입니다. 반면 노무현은 청와대 기자 간담회, 혹은 국무회의 심지어 평통자문회의같은 국가 기관에서 발언했죠. 또 이명박의 보궐 선거 관련 발언은 선거 끝난 후에 있었던 반면 노무현은 선거 전에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고 했죠. 더구나 제가 알기로 그때 노무현은 '무적' 상태였습니다.

선관위나 헌재에서 문제 삼은 노무현의 정치 행위는 정당의 당원이 아니라 대통령이란 직위에서 행한 발언이죠. 제가 알기로 노무현이 전당대회 등에 참가해서 축사하거나 열우당 고위 관계자를 만나 한 발언을 선관위에서 문제 삼았던 건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물론 그 경계가 애매하긴 한데요. 당시 선관위의 입장은 '애매한건 우리도 안다. 그렇지만 우린 법 집행 기관이지 입법기관이 아니다. 애매한게 문제면 국회에서 해결하라.'였던 걸로 압니다.

특히 전 평통자문회의에서 한 발언은 아주 문제가 많다고 봐요. 평통 자문회의는 열우당이나 노사모 모임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해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 등의 우익 세력도 포괄하는 국가 기관 모임이죠. 거기서 한쪽을 일방적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은... 글쎄요.

이런 문제는 역지 사지해보면 됩니다. 가령 이명박이 평통자문회의에서 '과거 인공기 흔들던 인간들이 지금 민주인사란 탈을 쓰고... 걸핏하면 남북 정상회담이나 구걸하면서...'라 발언했다고 해보세요. 황당무계하다못해..... 시청앞이 촛불로 뒤덮일 걸요? 제가 자꾸 이야기하지만 이명박 만만하지 않다니까요. 이명박 정부 홍보 정책 보면 참여정부를 철저히 연구했다는 증거가 많아요.

애니웨이,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니고...

세 명의 스타일을 보면 그들의 전직이 드러난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김대중은 전직이 '상인'이었죠. 정치전엔 사업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후배 정치인들에게 '상인적 감각'을 요구한 적도 많았습니다. 실제 정책이나 홍보도 보면 상인적 감각이 드러날 때가 많아요. 가령 대북정책도 그렇습니다. 민족사적 의의를 내세우는 한편으로 은근 슬쩍 사람들을 설득했던 진짜 논리는 '북한 애들에게 돈 줘 달래는게 남는 장사다'였거든요. 사실 햇볕정책이 먹힌 게 바로 후자의 논리였습니다. 이걸 한나라당이 몰라 한참 헤맸죠. 디제이는 장사 논리로 나가는데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부 내내 '퍼주기다' 혹은 '안보관이 의심스럽다' '친북이다, 좌파다'라는 참으로 이념스런 논리를 들고 나왔으니...

그뿐만 아니라 DJP연합도 그렇습니다. 만약 디제이 전직이 상인이 아니라 재야 인사였다면 그거 불가능했을 겁니다. 거기에 홍보도 그래요. 디제이는 연설 시작마다 '현명한 국민의 도움으로'라는 수식어를 빠뜨리지 않았죠. 이거 까놓고 말해 '고객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와 다르지 않아요. 사실 저런 카피 진짜로 믿는 바보는 한명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런 말도 안하는 상인은 외면당합니다. 그게 사람 사는 이치지요.

반면 노무현은 전직 변호사이면서 재야 운동가였습니다. 이게 참 설명하기 어려운데...일단 가장 논리적이면서 감정적인 직업들을 갖고 있었다고 해봅시다.

일단 전직을 보면 노무현은 세무 변호사로 돈을 잘 벌었다고 하죠. 이거 두가지로 설명가능한데 하나는 세무 공무원이었던 노건평의 도움 두번째는 그가 수리에 밝았다는 겁니다. 그 이후 행적을 봐도 그가 상당히 이공계적 재능이나 감성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발명도 했다 그러고 청와대 들어가선 인터넷이나 컴퓨터에도 - 그 나이 감안하면- 상당히 해박했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제가 이공계 출신이라 좀 이야기하자면...이공계 출신들의 성향 하나가 '답'이 있다고 믿는 겁니다. 당장 수학이 그렇잖아요? 수학은 정연한 논리로 증명하면 끝입니다. 그래서 이공계 출신들이 연애를 잘 못합니다.(저는 빼고. 쿨럭) 반면 인문계는 속칭 이빨이 강하죠. 좋게 말해 명쾌한 답 못지 않게 그걸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공계 출신들은 인문계보고 '주둥아리로 먹고 사는 것들'이라 깔보고 인문계 출신들은 '저 답답한 꼴통들'이라 서로를 손가락질하곤 합니다만...쿨럭. 다 어린 시절 이야기고.

제가 보기에 법조계쪽 사람들도 그런 성향을 갖기 쉽습니다. 왜 판사나 검사 부인들이 스트레스 받는다잖아요. 부인은 대화를 하자 그러는데 남편은 판결이나 취조를 하고 있다고. - -;;;

그러면 시민운동가들의 성향을 볼까요? 대체로 자기 확신이 강합니다. 하기야 그렇지 않다면 시민운동을 할 수나 있겠습니까. 특히 노무현처럼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되기가 쉽죠.

그래서 노무현의 정책을 보면 '논리의 자기 완결성'을 중시해요. 다 느끼지 않았습니까? 뭐 잘못하는거 같은데 막상 말로 상대하면 이길 자신이 없을 것 같은... 쿨럭. 여기서 노무현이 똥고집뿐이었다고 보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상대의 논리가 더 옳다고 판단할 경우 노무현은 언제나 솔직히 받아들였다는 증언도 많습니다. 중요한건 그에게 '논리'였다는 거지요. 하다못해 빅딜이라 말할 수 있는 대연정조차 그래요. 노무현의 대연정보면 '정권 반 차지하는게 너한테 이익이니까 내가 말한 제안 받아들여'라는 식이었죠. 상대의 이해관계까지 논리로 포괄하는 식입니다. 그렇지만 거래는 그렇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당장 디제이피 연합 보세요. 제가 알기로 제안부터 협상, 막판 뜸까지 1년 넘게 걸렸을 걸요?

안타까운건 논리의 자기 완결성이 법조계나 시민운동가에겐 가장 중요하지만 온갖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더 나아가 온갖 잡탕으로 가득한 국가 구성원을 설득하고 이끄는 대통령으로선 한계가 있다는 거지요. 가령 민생 탐방이 그래요. 그거 쑈라는 노무현의 말은 논리적으로 맞아요. 문제는... 국민들도 쑈라는건 안다는 거죠.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신경쓴다는 신호를 보고 싶은 겁니다. 이건 어떤 점에서 연애랑 비슷해요. 여자는 '내 눈이 좀 찢어져서 안예쁜 거 같지 않아?'라고 묻는데 남자가 '그건 말이지, 동아시아 여성의 특징이야. 특히 북방계의 특징인데 몽골과... 그러니까 넌 지금 외모지상주의에 물들어서...서구 중심의 외모관을 가지고'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여자가 그걸 몰라서 물었나요? 입에 발린 말이라도 '그게 너의 매력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물은거지.

재밌는건 이런 노무현의 성향이 홍보에도 드러난다는 겁니다. 전 노무현의 연설에서 '현명한 국민들의 도움으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아마도 노무현은 그런건 형식이라고 싫어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괜찮은데 심지어 '국민들이 언제나 옳은 판단을 하는건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었죠. 누가 그걸 모르나요? 그렇지만 듣는 국민 입장에선...쯔압. 거기에 그 밑의 홍보 담당자들은 한술 더 떠서...아이구.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 이만.

그러면 이명박은 어떤가요? 관심없는 사람이라 잘 알진 못하지만 이명박은 앞의 둘과는 달리 기업가 출신이죠. 그래서 효율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이명박의 청와대 스탭들이 상당히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요? 또 효율을 위한 자기 변신에도 능합니다. 주변의 말로는 이명박이 상당히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고 해요. 그렇지만 필요하니까 민생 탐방 나가서 열심히 연기하지 않습니까? 반면 한계도 있겠죠. 전 이명박이 자기 후계 키우는건 잘 못할 거라 봅니다. 하기야 누가 그걸 잘하겠습니까만. 아무튼 전 이명박 스타일이 사람들에게 먹히는 이유중 하나는 샐러리맨이 많다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아무튼 관심없는 사람은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제목에 붙였던 헌재. 전 역설적이지만 한국 사회 변화에서 참여정부 시기가 중요한 이유중 하나로 바로 헌재의 부각을 들어요. 그 이전엔 대통령 누굴 뽑냐로 한국 사회 전체가 바뀌는 판이었다면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거죠. 어찌보면 대통령 개인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거에 비해 많지 않은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거대 담론의 시대가 지났다고 할까요? 이건 YS나 DJ를 노무현이나 이명박과 비교해보면 뚜렸해요. 좋아하든 말든간에 앞의 두 사람은 거대한 담론을 사명으로 안고 있었습니다. 민주화와 대북 화해. 반면 뒤의 두 사람 보세요. 앞의 두 사람과 비교할만한 거대 업적은 없을 겁니다. 이건 역량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시대 자체가 그렇다는 거죠. 당장 수도 이전을 보세요. 헌재는 '그거 대통령 꼴리는대로 할 수 있는게 아냐!'라고 못박았습니다. 절차를 밟으라는 거죠. 대통령이든 국회든 누구든간에 한국 사회의 틀을 규정하는 헌법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제야 한국 사회가 시스템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