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국정원 직원이 남긴 댓글 내용의 절대 다수가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분이 있네요. 그래서 도대체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얼버무리면서 명확한 답변은 없으시고. 그래서 저 혼자 궁리를 좀 해봤습니다.

일단 국정원 직원의 댓글들이 정치개입 공작이 아니라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곧이 곧대로 맞다고 치자구요. 그런데 뭐 다 아시겠지만 절대다수의 댓글들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읽어주기를 바라는 상대방은 북한사람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북한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정당에 국고지원 세금이 아깝다' 거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게 최고의 복지' 라는 식의 말을 할 리가 없죠. 따라서 만약 그들이 '심리전' 을 한게 사실이라면, 국정원 역시 대북이 아니라 대남심리전을 했다는 것이 더 타당한 판단이겠죠. 목적이야 달랐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 그 댓글들이, 북한의 모종의 심리전 공세에 맞서 반대되는 내용으로 국민들을 교육하고 계몽하기 위한거라면 얼추 말이 되긴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런걸 숨어서 익명으로 하죠? 익명으로 해야 교육계몽효과가 더 높아서 그럴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북 반공교육과 계몽수준이 그 정도로 허술한 나라일까요? 벌써 북한에서 뭔가 하나라도 하면 포털이나 보수적인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왠만한 진보적 커뮤니티에서도 김정은 욕하고 북한을 규탄하는 주장들이 봇물을 이루는 게 사실인데 말입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할 정도로 북한의 대남심리전 공세가 무지막지하고 대단하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정원직원 70명을 투입해서 무한알튀질도 하고 추천질도 하고 뭣도 하면 막아낼 수 있다 뭐 그런 계산일까요? 암만 생각해도 이걸 믿으면 골룸인 것 같은데 국민들을 모두 골룸으로 만들려고 그러는거는 아닐테고.

게다가 댓글들의 내용을 보면 소위 여권성향 네티즌들이 포털이나 여러 사이트에서 주구장창 떠드는 내용 이상의 뭔가도 없습니다. 가령 북한의 대남심리전기구에서 교묘한 논리를 작성하여 유포하고 그걸 읽는 무식한(?) 일반 국민들이 대책없이 설득을 당하고, 그래서 그 논리를 깨는 반대논리를 만들어 유포시키고 뭐 그랬다면 제가 또 밥값을 하는구나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직원의 댓글에 그런게 있었는지 저는 못 찾겟습니다. 오히려 초딩도 설득하기 힘든 단순하고 찌질한 내용을 담은 댓글들이 전부였죠. 게다가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분열을 유도하는건 북한에서 가장 좋아할만한 심리전의 내용 같은데, 그런 점에서 국정원직원의 댓글들이 딱 북한의 심리전 부서에서 좋아할만한 내용들이거든요. 혹시 제가 무식해서 심오한 심리전 전술을 미처 못 알아봐서 그런건가요?

도대체 그 막강하고 대단하다는 북한의 대남심리전과 그에 대응하는 치열한 대북심리전은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었던걸까요? 보신 분 있으시면 저도 구경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