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조사 청문회에 등장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을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거 중의 하나는 증인 14명의 경찰들이 하나같이 권은희를 반박한다는 겁니다.

 차칸노르님도 댓글 어디에선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14명 각각의 증인들의 비중을 권은희와 동일하게 놓고 보라고.
 '얼핏' 들으면 이게 그럴싸해 보이죠.
  권은희의 증언에 동의하지 않는 증인들이 훨씬 더 많지 않느냐는, '쪽수'의 우세에 기댄 주장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실 이게 전혀 그럴싸하지 않습니다.

 증인들 간의 주장이 서로 충돌할 경우, 다수파의 주장에 더 비중을 두어야 이치에 맞는 상황과 조건이 있어요. 그러나 이번 사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저 14명의 증인들은 각기 생업(및 여타 이해관계)과 관련된 조직에 모두 연루되어 있는 자들입니다. 피차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은 서로 독립적인 증인들이, 한 사건을 여러 각도와 시각에서 동시에 목격한 그런 경우가 아니란 말이죠.
 
쉬운 예를 들어 교통사고 목격 증인들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저 사고가 난 당일 순전히 우연으로 같은 시각, 사고난 지점 근처에서 사고를 동시 목격했으며, 동시에 서로들 인적, 사회적 연결고리로 맺어지지 않은 남남인 14명의 증언들이 나머지 한 사람의 증언을 일관되게 반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저 14명의 증인들에게도 나머지 1명과 동일한 비중을 부여해, 쪽수가 많은 편의 증언에 비중을 더 많이 둬야죠.

 그러나 이번 사건이 그런 사건입니까? 전혀 아니죠.

 이번 국정원 청문회 증언을 둘러싼 사건은 그냥 쪽수 많다고 밀어붙이는게 통하는 그런 사건이 전혀 아니에요.
 
 따라서, 쪽수 자랑은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