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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최장집 교수의 결별 사건에 '노동 중심' 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네요. '노동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말도 나오구요. 그런데 '노동' 이라는 단어가 정치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분명치 않아서 많이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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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은 노동을 '노동조합'과 비슷한 개념으로 쓰시는 분들입니다. 노동조합이 사용자들에 맞서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노조 조직률이 10%도 채 안되는 한국에서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과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재벌대기업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일정 부분 재벌들과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합니다. 회사가 잘 나가야 임금도 더 많이 요구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인거죠. 그들이 굳이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를 지지해야 할 동기가 약한거고 복지 등도 마찬가지. 과연 그들이 점증하는 국민들의 복지 요구를 탐탁하게 생각할까요?
이렇게 대기업노조원들이 진보적일거라는 기대는 근거없는 망상에 불과합니다. 그 사람들은 그저 '자기 밥그릇 잘 챙기는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죠. 그 사람들의 밥그릇을 굳이 걷어차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정치의 중심(?)에 놓자는 것도 황당한 주장입니다. 그것은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자발적 조직' 이라는 점에 혹한 좌파들의 먹물스런 환타지일 뿐이고, 진보정당들이 괜히 망한게 아닌거죠.
또한 설사 노조조직률이 100%라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우리 사회를 진보적으로 변화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노조조직률은 한국보다 높고 (미국 12%, 일본 18%), 프랑스는 오히려 한국보다 낮습니다. 싱가포르는 25% 대만은 37% 이구요. 물론 근로조건 등은 많이 개선되겠지만, 그 것들은 진보의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사실 임금은 거의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서 노조가 100%일 때와 0% 일 때의 임금이 큰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다만 노조는 임금이 어느 선 이하로 터무니없이 내려가는 것을 막아줄 뿐인거죠.
어떤 분들은 북유럽의 높은 노조조직률을 들면서 마치 그것이 사민주의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우연의 일치에 의한 착시인걸로 보입니다. 북유럽의 노동조합들은 '조직된 노동' 이라기보다는 '조직된 시민'의 개념에 더 가까운 거죠. 그들이 만들어낸 복지국가는 단체협상이나 파업 같은 노조 활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민주의정당에 대한 조직적인 지지 덕분인 것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래도 노동은 노동자계급의 의미인 것 같고, 최장집 교수는 특히 더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발달한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이란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냥 길가다가 수도 없이 마주치는, 평범한 장삼이사 월급쟁이 서민대중들입니다. 학자들이야 이론적 엄밀함을 위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노동 중심' 이나 '서민대중 중심'이나 그 말이 그 말입니다. 대중들이 직관적으로 알아 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정치인들이 '노동 중심' 어쩌고 하는건 공연히 있어 보이는 척 하고 싶거나, 정치와 학문도 구분을 못하는 덜 떨어진 사람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실 최장집 교수가 안철수의 지향이 '노동 중심' 이 아니라서 결별했다는 건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헤프닝이 맞습니다. '서민대중 중심' 이 아니라서 결별했다는건데 이해가 되겠습니까? '서민대중 중심' 이라는게 대체 뭘까요?
2013.08.19 14:19:02
이번주 시사인 기사 내용입니다 최장집 교수님 말씀인데요 . "중도는 아니다, 야권과 경쟁하라"
안철수의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그만둔 최장집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이 인터뷰가 안철수 의원에게 전하는 첫 번째 '홀가분한 조언'이라며 안 의원과 우리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었다. 그는 처음부터 양 정당의 중간에 위치하는 걸 목표로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의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그만둔 최장집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이 인터뷰가 안철수 의원에게 전하는 첫 번째 '홀가분한 조언'이라며 안 의원과 우리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었다. 그는 처음부터 양 정당의 중간에 위치하는 걸 목표로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3.08.19 14:24:05
피노키오님/노동중심에 대한 최장집 교수의 발언입니다.
안철수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정책 연구소 '내일'이 9일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개소식에 참여한 최창집교수는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론과 관련하여 개소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최 교수는 "그간 정치학을 연구하면서 정당 정치에서 노동의 참여를 강조해온 것은 사실이고 새로운 정당에서 노동이 주요 이슈로 다뤄져야 한다고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노동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과 노동을 대표하는 노동자 정당 혹은 진보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아마도.... 현대적 생디칼리즘.... 정도로 해석하는게 맞지 싶습니다. 기독교식으로 표현하자면 '땀흘리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라는 노동... 계급 우선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활동을 중요시하는...
위 발언이 있은 후 2개월 뒤에 울산 노동당이 이렇게 선언했죠.
"진정한 노동중심의 대중정당 되겠다"
이들은 “21일 서울 관악구청에서 당 대회를 열어 진보신당의 새 이름을 ‘노동당’으로 정하고 명실상부한 노동중심의 대중정당으로 재도약을 선언했다”며 “이로써 구 진보신당은 창당 6년만에 진보정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역사 속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기존 진보정치세력들이 신자유주의자들과 손을 잡는 동안 우리는 진보좌파의 기치 아래 사회당과의 역사적인 통합을 이뤄냈다”며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이루기 위한 노동의 꿈은 멈출 수도, 멈춰서도 안 되는 노동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제가 듣기에 최장집의 '노동중심'은 박근혜의 '창조경제'만큼이나 참 모호한 발언이라는 것입니다.
2013.08.19 19:38:09
피노키오 / 칼럼, 인터뷰 기사 몇 개 찾아보면 그 윤곽 정도는 어렵지 않게 잡힙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312219565&code=9104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26211221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1996
인용하나 해드리면...
<<< 그는 "중산층과 중하층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전체적으로 불안정해졌고, 특히 중하층서민들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더 느낀다"며 "전체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된 중하층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극히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의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기존의 정당, 기존의 언론은 서민으로 통칭되는 소외세력들의 소리를 대표하지도 대변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존재하나 자기 소리를 갖지 못하는 집단으로 소외됐다"며 "민주주의 하에서 이들이 더 많이 소외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내용을 보면 평소 피노키오님이 아크로 게시판에 써온 글의 상당수와 이렇다 할 차이랄 것도 없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312219565&code=9104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26211221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1996
인용하나 해드리면...
<<< 그는 "중산층과 중하층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전체적으로 불안정해졌고, 특히 중하층서민들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더 느낀다"며 "전체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된 중하층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극히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의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기존의 정당, 기존의 언론은 서민으로 통칭되는 소외세력들의 소리를 대표하지도 대변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존재하나 자기 소리를 갖지 못하는 집단으로 소외됐다"며 "민주주의 하에서 이들이 더 많이 소외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내용을 보면 평소 피노키오님이 아크로 게시판에 써온 글의 상당수와 이렇다 할 차이랄 것도 없습니다.
2013.08.19 19:44:02
이글 굉장히 좋네요 ... 말만 노동중심의 정당이지 진짜 좋은 정당이네요 |
▲ 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이사장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주최로 열린 '중민이론의 재조명 : 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 학술세미나에서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축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안철수 의원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최장집 이사장이 3일 "서민이라 할 수 있는 중하층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적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정치·사회적 의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안철수 신당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이 될 것"이라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서민을 위한 진보정책에 대한 강조로 읽힌다.
반론도 나왔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진보와 보수적 성향을 모두 공유한다"며 "노동중심적 신당론은 개혁적인 중산층과 중도개혁계층을 소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안철수 의원도 "노동 문제 등을 잘 대변해야 한다는 데는 (최장집 이사장과) 생각이 같지만, 진보 정당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오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주최로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 세미나에서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세력의 미래에는 민생 정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는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서민의 사회경제적 생활 향상이 중요한 정치·사회적 의제"
최장집 이사장은 "한국사회에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쟁의 원리가 한국 사회의 이념과 가치의 체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갖게 됐다"며 "그 사이에 한국사회는 세계경제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했지만, 그러나 동시에 빈부격차가 증대하면서 부와 소득의 분배구조는 약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 구조는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되었고, 고용조건은 개선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노동문제가 제기됐다"며 "또한 교육은 과거와 달리 소외계층이나 약자들이 사회적 상향이동을 할 수 있는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되면서, 부와 가난의 대물림 거의 제도화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과거와는 달리 높은 실업률, 고용의 불안정, 임시직·시급 노동의 확대가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취업의 어려움과 고용조건의 악화·불안정이 그 어떤 사회적 인구집단보다 청년세대들에게 몰아닥쳤다"며 "청년세대들은 노동시장의 경쟁에 진입하기 전부터 사회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적·실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산층과 중하층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전체적으로 불안정해졌고, 특히 중하층서민들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더 느낀다"며 "전체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된 중하층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극히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의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기존의 정당, 기존의 언론은 서민으로 통칭되는 소외세력들의 소리를 대표하지도 대변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존재하나 자기 소리를 갖지 못하는 집단으로 소외됐다"며 "민주주의 하에서 이들이 더 많이 소외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날 토론주제를 언급하며 "기존 정치질서, 기존의 정당정치로부터 유래하는 정당이나 정치전반에 대한 불만과 실망에 기인하는 정치적 무당파의 증가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중심 진보신당? 안철수 현상 핵심주체의 결집을 와해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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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중민이론의 재조명 : 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 학술세미나에서 이사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세력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 국정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표학길 교수는 최장집 이사장의 발언에 반론을 펼쳤다. 그는 안철수 신당은 노동중심 진보정당이 돼야 한다는 최 이사장의 주장에 "편향된 진보의 시각으로 몰아넣는다"고 비판했다.
2013.08.19 22:18:27
minue/
<<< 그는 "중산층과 중하층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전체적으로 불안정해졌고, 특히 중하층서민들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더 느낀다"며 "전체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된 중하층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극히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의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용어가 좀 학술적이어서 그렇지 이 정도 내용이 담긴 발언은 박근혜도 시장통 돌아다니면서 주구장창 하던거고 안철수도 마찬가지였죠. 이게 왜 '노동중심 진보정당'을 하느니 마느니로 논란이 되고 "안철수를 편향된 진보의 시각으로 몰아넣는다" 는 반박을 당한건지 궁금해지네요. 이 정도 견해도 이념적인 편향으로 느낄만큼 안철수가 꼴보수인 것 같지도 않고요.
안철수와 최교수가 "서민대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넘을 수 없는 노선 차이가 있었던 걸까요? 최교수가 진보신당류의 꼴좌파도 아닌데 잘 이해가 안갑니다. 오늘자 최교수 인터뷰 보니까 뭔가 안철수를 교정하고 싶어했거나, 되려 최교수가 정치인과 학자적 양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것 아닌가 그런 느낌도 있고요.
2013.08.19 22:31:11
이건 제 추측입니다만(즉, 조또 근거없는 소설이라는 뜻이죠 ㅋㅋㅋ..) 안철수를 거쳐간 이른바 저명인사를 꼽으라고 한다면 윤여준, 김종인, 최장집 세 사람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그냥 안철수 옆에서 충실한 부하 노릇할만큼 만만한 양반들이 아니죠. 아마, 윤여준의 경우 안철수를 띄움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할 목적으로, 김종인은 경제민주화 시행을 목적으로, 최장집은 노동을 중심으로 한 정당창당을 목적으로 안철수한테 접근했을테죠. 그런데 결과는 셋 다 나가 떨어졌습니다. 이걸 보면 안철수 자체가 자신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것 하는 시도 자체를 굉장히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공 들여 모신 최장집도 틀어지니까 별 다른 모션없이 '니 맘대로 해라. 난 내 갈길 간다.'라는 식으로 대응한 거겠죠.
이게 분명히 장점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손학규나 정동영처럼 주변에서 뭐라 떠들면 그런가보다 반응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일테죠. 윤여준이야 별 거 없는 양반이라 치더라도 문제는 최장집, 김종인도 아니라면 안철수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언가하는 점입니다. 이게 분명치 않아요. 만약 노선 문제가 아니라 앞서 말한 단순히 나 이용해서 니들 멋대로 하는 게 싫다 이런거면 안철수 자체는 가망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은 이거 하나로 안철수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지도 않을 겁니다. 지금 여야하는 꼬라지가 개판이라서 안철수에게 한 두번의 기회는 주어질 겁니다. 그런데 그 기대를 부응할 무언가가 없다면, 또 그냥 자기 곤조 하나로 저럴 사람이라면 그냥 꺼꾸러지겠죠. 제가 안철수한테 뭔가 탐탁치 않은(그러나 뭐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그런게 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쓸데없이 자기 자존심 내세우는 저런 부분인 것 같네요.
2013.08.19 22:42:39
피노키오/ 저도 피노키오님이 품고 있는 의문에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본문에서 피노키오님이 제기한 의문의 상당부분은 최장집과 별 상관없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겁니다.
관련이 있기도 하면서 조금 주제를 비껴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왜 최장집이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에 걸었는가에 관해선 아래의 글이 답이 될거라고 봅니다. 또한 저런 정도의 생각, 말은 누구나 하고 있는 피노키오님의 평가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찬반 여부를 떠나, 박근혜나 문재인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겠죠.
사족 : 그나저나 전 아래 최장집의 판단이 대체로 맞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철수보단 민주당이 낫다고 봅니다 ^^
""" 나는 한국 민주주의가 이렇게까지 나빠진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민주화이후 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이 학생 운동 출신 엘리트들에 의해 지배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한국 민주화에서 학생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부정하려는 데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그 뒤 정치인이 되고 진보 정당을 하고 사회 운동을 주도한 것이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떠한 실체적 혜택을 주었고, 이들을 위한 정치의 세계를 확장하는 데 무엇을 기여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 관한 한 내 대답은 부정적이다. 나는 학생운동의 역사적 역할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의 현실 삶과 유리된 조건에서 의식화되면서 갖게 된 과잉 이념화된 사고방식과 도덕적 우월의식은 그것이 지속되는 시간에 비례해 부정적 효과를 더 크게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곳 일용직 인력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대졸자가 아니다. 더욱이 서울의 좋은 대학 출신, 즉 엘리트집단이 아니다. 이 두 집단을 연결하는 접점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동정심을 감정이입(empathy)과 공감(sympathy)의 두 종류로 나누었다. 앞의 것은 스스로 경험하지 않았지만 가치와 이념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의 사정에 공감을 갖는 것이고, 뒤의 것은 사실의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정에 동정을 느끼는 것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인간 행위의 급진성을 불러오는 감정 형태는 앞의 것, 즉 감정이입이다. 현실의 삶에 기초하지 않은 학생운동의 전통이 정치행위나 사회운동을 추동하는 힘으로 과도하게 크게 작용할 때, 진보의 행동정향 역시 그런 형태를 띠게 된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262112215
관련이 있기도 하면서 조금 주제를 비껴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왜 최장집이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에 걸었는가에 관해선 아래의 글이 답이 될거라고 봅니다. 또한 저런 정도의 생각, 말은 누구나 하고 있는 피노키오님의 평가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찬반 여부를 떠나, 박근혜나 문재인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겠죠.
사족 : 그나저나 전 아래 최장집의 판단이 대체로 맞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철수보단 민주당이 낫다고 봅니다 ^^
""" 나는 한국 민주주의가 이렇게까지 나빠진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민주화이후 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이 학생 운동 출신 엘리트들에 의해 지배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한국 민주화에서 학생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부정하려는 데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그 뒤 정치인이 되고 진보 정당을 하고 사회 운동을 주도한 것이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떠한 실체적 혜택을 주었고, 이들을 위한 정치의 세계를 확장하는 데 무엇을 기여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 관한 한 내 대답은 부정적이다. 나는 학생운동의 역사적 역할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의 현실 삶과 유리된 조건에서 의식화되면서 갖게 된 과잉 이념화된 사고방식과 도덕적 우월의식은 그것이 지속되는 시간에 비례해 부정적 효과를 더 크게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곳 일용직 인력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대졸자가 아니다. 더욱이 서울의 좋은 대학 출신, 즉 엘리트집단이 아니다. 이 두 집단을 연결하는 접점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동정심을 감정이입(empathy)과 공감(sympathy)의 두 종류로 나누었다. 앞의 것은 스스로 경험하지 않았지만 가치와 이념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의 사정에 공감을 갖는 것이고, 뒤의 것은 사실의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정에 동정을 느끼는 것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인간 행위의 급진성을 불러오는 감정 형태는 앞의 것, 즉 감정이입이다. 현실의 삶에 기초하지 않은 학생운동의 전통이 정치행위나 사회운동을 추동하는 힘으로 과도하게 크게 작용할 때, 진보의 행동정향 역시 그런 형태를 띠게 된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262112215
2013.08.19 23:10:58
minue/
댓글과 링크해주신 기사 읽어보니 왜 최교수가 급진적 신념주의나 이념편향으로 까였는지 더 이해가 안됩니다. 최교수의 주장은 평소의 제 견해와 굉장히 비슷하고, 말만 점잖지 내용만 따져보면 486 운동권 출신들을 극도로 디스하는 sinner님의 견해와도 일맥상통하구요. 읽어보니까 최교수가 안철수에게 기대했던게 어떤건지 저도 감이 팍 오네요. 저 역시 안철수에게 그런 기대를 했던 적 있으니까요.
그런데 솔까말 최교수의 모든 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서민들도 기 펴고 잘 사는 나라' 아닙니까? 그런 문제 의식 자체는 박근혜라 해서 없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나깨나 서민타령하는게 박근혜이기도 하구요. 사실 정치인들은 거의 다 그런건데, 문제는 방법이겠죠. 안철수와 최장집이 뭐가 그렇게 달랐을까 점점 더 미스테리해지네요. 떡밥님의 가설이 솔깃해지기도 하고;;
2013.08.20 07:03:35
minue622님이 링크하신 칼럼 중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262112215 )
여기에서 인간 행위의 급진성을 불러오는 감정 형태는 앞의 것, 즉 감정이입이다. 현실의 삶에 기초하지 않은 학생운동의 전통이 정치행위나 사회운동을 추동하는 힘으로 과도하게 크게 작용할 때, 진보의 행동정향 역시 그런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한 정조와 감정은, 베버의 개념을 빌려 말하면, 강한 신념윤리를 격발하고 추동하는 반면 그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책임윤리의 부재 내지는 약화를 가져온다.
잘 읽었습니다.
시사인 기사 읽다가 작년 문재인 후보의 마지막 광고? 라는 last chance... 첨 봤는데ㅎㄷㄷㄷㄷ
제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지지자라면 저 영상 보는 순간 기분 나빴을 거 같은데 전혀 그런 기류가 없다는 게 신기할 뿐.
2013.08.19 20:50:51
프랑스는 노조조직률이 한국보다 낮은건 사실이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이 90%가 넘죠.. 그리고 비노조와 노조가 관계없이 협약적용을 받고, 노조활동이 독특(?)하게 탄력적인 가입,탈퇴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한국보다 노조비율은 높은편입니다.
2013.08.19 23:18:09
그리고 이왕 말 나온 김에 첨언하면 안철수가 가장 뼈아프게 후회해야 할 점은 최장집보단 김종인을 놓쳤다는 겁니다. 최장집 사단이야 담론을 주도하는 학자 그룹이고 실질적으로 정국을 운영하고 정책을 만드는 데 그렇게 도움이 되는 그룹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죠. 반면, 김종인은 자기 나름대로 경제체제에 대한 비전이 있고 관료적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즉, 안철수한테 비전을 부여하고 갈 길을 제시해 줄 사람으로서 김종인만한 사람이 없는데 말이죠.
2013.08.20 09:28:24
피노키오/
읽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어쩌면 다른분이 이미 링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기사 안보셨으면 한번 보심이...
최장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 연구소에서 내가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른바 ‘명사’로서 이름만 올려놓은 거지, 그 안에서 그 이상의 역할을 못하게 된 것이다. 직함이 갖는 비중에 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으면서, 내가 책임만 지는 이상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내가 연구소에 들어간 데는 내가 힘을 보태 안 의원의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잘 된다면 야권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이러한 목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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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에게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
“이야기는 나눴지만, 변화는 없었다. 반복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쉽게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그 안에서 싸우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싸우면서 일을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내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실현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안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변할 것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나눴지만, 변화는 없었다. 반복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쉽게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그 안에서 싸우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싸우면서 일을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내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실현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안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변할 것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08.20 11:32:27
- 5월 25일 수습 노무사들 모임인 ‘노동자의 벗'에서 강연 내용중 최장집의 강연중 발췌
"신당을 통해 (진보라는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 정당을 건설해보는 게 희망 "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이런 것에서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은 민주노총의 대표를 선출할 수 없을 정도로 사분오열됐다."
"노동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부 등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조직화되지 않은 영역이 계속 확산되고 노동조합은 항의집단화돼 버렸다."
"이것을 다시 추슬러서 재건하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다른 여러 형태의 방법을 모색해야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8월 17일 최장집의 인터뷰에서 발췌
"안 의원은 여전히 무이념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안 의원 그룹은 주체적인 이념을 가지고, 확실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목적의식을 중심으로 결집된 정치조직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이념성 부각을 여전히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위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최장집이 최우선시 한 화두는 '노동'이고, 구체적으로는 '노조' 지칭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대기업의 '강성노조'도 포함되지요. 하지만 진보정당과는 다르게 안신당이 '노조'를 우선순위라고 놓고 처리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노조가 모두 서민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서민의 범주에서 다수의 비율을 차지하는 건 '노조'가 아니라, 노조 조차 구성되어 있지 않은 곳에 속한 저소득자, 자영업자 등으로 보아야 겠지요.
최장집은 안철수가 취하고 있는 포지션에 대해서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념을 갖고, 분명하게 해당 가치를 추구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특정 이념에 속하지 않으려는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장집은 '노동, 노조'를 중시하고, 안철수는 서민과 중산층, 장하성은 중산층과 서민입니다. 우선순위가 조금씩 다르다는 거지요. 만약 최장집이 안신당을 '진보정당'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면, 사퇴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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