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이번에 전향적으로 잘 합의를 했네요. 양쪽 정권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개성공단의 재개가 박근혜의 원칙의 승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실질적 내용은 저는 좀 달리 봅니다. 박근혜의 원칙이 김정은의 반칙을 굴복시켰다고 보수진영쪽에서 평가하는 모양인데, 물론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좀 다르게 해석합니다. 북측이 남측 정권에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권의 성향으로 보거나 대북지원의 규모로 보면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에 대해 북측이 더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신뢰>의 관점을 달리 봅니다. 남북간의 <남북의 신뢰>는 남측 정권의 대북지원 의지나 북측에 대한 우호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측 정권이 남측 여론을 주도하고 담아내어 남측 제안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지가 좌우한다고 봅니다.

2007년 노무현과 김정일의 대화록을 보시면, 김정일은 노무현의 말을 믿지 않는 말을 많이 하고 있죠. 노무현은 NLL 이나 대북지원에 대해 반대하는 남측 국민이 있으면 여론이 가만있지 않아 바보가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김정일은 노무현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도 노무현의 제안들이 남측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라기보다 노무현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제스처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죠. 노무현의 제안들이 북측에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남측 여론이나 국민들 지지가 없으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남측의 보수진영을 아우르지 않으면 정권 차원의 남북의 어떤 합의도 불안하며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는 것, 또 이런 합의들이 정권(특히 보수 정권)이 바뀌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북측이 모를 리 없죠.

이번에 개성공단이 재개가 된 것은 중국 입장의 변화 등 국제환경도 많이 달라진 것도 큰 영향이 있었지만, 박근혜의 원칙에 북측이 굴복한 것이 아니라 북측이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그 진정성에 신뢰를 일단 보여준 것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저는 개성공단 재개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사업 등 기존의 남북간 사업말고도, 박근혜가 제안한 DMZ 평화공원도 조만간 가시권에 들어오리라 생각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김포-백두산 직항로도 남북간에 협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요. 식량, 의료 부문의 인도적 대북지원도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될 가능성도 높구요. 제가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북측도 남측을 대하는 관점이나 시각이 과거 정권에 대하던 것과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달라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수정권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느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오히려 보수정권이, 특히 박근혜의 정치 스타일이 이런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만드는데 더 유리하고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