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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북이 개성공단재개를 위한 합의에 이른 것을 환영합니다. 전 북한이 개성공단중단결정을 내렸던 시점부터 내내 재개될 전망이 어둡다고 봤었는데, 결국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재개가 되는군요.
그리고 아래는 합의문 전문 (출처 : 동아일보)
1.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 남과 북은 이번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 보상 및 관련 문제를 앞으로 구성되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한다. 2. 남과 북은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기업들의 투자자산을 보호하며,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한다. ① 남과 북은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남측 인원들의 안전한 출입과 체류를 보장한다. ② 남과 북은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투자자산을 보호하고, 위법 행위 발생시 공동조사, 손해배상 등 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③ 남과 북은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면하여 상시적 통행 보장, 인터넷 통신과 이동전화 통신 보장, 통관 절차 간소화와 통관 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한 실무적 문제들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한다. 3. 남과 북은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조건을 보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① 남과 북은 외국 기업들의 유치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② 남과 북은 개성공단 내에서 적용되는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③ 남과 북은 생산제품의 제3국 수출 시 특혜관세 인정 등 개성공단 국제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한다. ④ 남과 북은 공동 해외 투자설명회를 추진하기로 한다. 4. 남과 북은 상기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하여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며, 산하에 필요한 분과위원회를 둔다.이를 위하여 남과 북은 빠른 시일 안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해당 기구들의 활동을 개시한다 5. 남과 북은 안전한 출입 및 체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개성공단 기업들이 설비정비를 하고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2013년 8월 14일 상부의 위임에 따라 개성공단 남북 당국 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 김기웅 상부의 위임에 따라 개성공단 남북 당국 실무회담 북측 수석대표 박철수 |
우선 합의문 1조를 보면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전 이를 남북관계에서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구분해 각기 투트랙으로 돌리겠다는 일반적 원칙을 남북 간에 분명히 해 둔 첫 사례라고 이해합니다. 합의문 1조에 대한 이런 제 해석이 만약 맞다면, 또 차후 실제로도 남북관계의 형태가 이처럼 나타난다면 전 이를 박근혜 대북정책이 거둔 소기의 성과로 인정해 줄 용의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2조 2항은 이 일반적 원칙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졍경분리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3항을 보면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을 보장하며 외국기업의 유치를 적극 장려한다고 하고 있죠. 제 기억이 맞다면 이건 박근혜가 직접 언급하기도 했던 남측의 요구사항 중 하나로 아는데 북한이 이를 결국 수용했네요. 저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이 조건의 수용은 상당히 통 큰 결단이었을 겁니다. 만약 해외기업의 유치가 현실화된다면 개성공단운영에서 정경분리원칙로부터의 이탈이 더 까다로워질테니까요.
북한이 이렇게까지 화끈하게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저로서야 모를 일이지만, 어쩌면 북한 군부의 말빨이 김정은 정권 초창기에 비해 줄어들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물론 제 희망사항이 다소 섞인 해석임).
이번 개성공단재개합의가 이뤄진 데는, 그 배경이야 어찌되었건 북한 측의 통큰 결단이 크게 한 몫 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겁니다.
이번에 북한이 크게 양보해준 만큼, 앞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화끈한 대북 퍼주기 정책을 선보이는 게 예의겠죠.
박근혜 정권이 대북 퍼주기 지존, 퍼주기 끝판왕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랍니다.
2013.08.14 22:13:31
애초 공단 신설 당시 어떤 합의문이 있었는데 이처럼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것인지 뒤져볼 필요있음.
피해 보상인지 배상인지 간단치 않은 문제이고, 박근혜가 호구 노릇해 줄 거라고 보지 않음.
(협상도중 대표를 교체해 버린 여자임.)
즉, 오늘의 합의 역시 명분축적용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 상존.
가령 삼천억 원 손해났으니 삼년간 임금 없다고 통고하면 노동자들을 뺄 것인가 안 뺄 것인가?
안 빼면 정은이 새되는 거고, 빼면 개새끼되는 거고...
2013.08.14 23:15:14
미뉴에님은 잘 알고 있겠지만 저는 북한에 한푼도 주면 안된다는 입장이긴 한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간 후에 "역시 햇볕정책보다 박그네의 원칙적인 대북 상호주의가 북한 길들이기에 성공적이다"라고 큰소리 칠수도 있겠더군요. 퍼주거나 안 퍼주거나 다같이 보수적 논지에 유리하니 이건 어째 좀 치팅 같은데... ^^
2013.08.14 23:15:23
결국 박근혜의 원칙의 승리군요
중국이 북한의 무리수를 더 이상 받아주지 않는 것이 김정은이 결국 굽힐 수 밖에 없던 요인이고
어쨋든 저는 잘 된 일이라고 봅니다
국제적인 규범 그리고 해외기업 유치도 합의했으니 뭐
금강산 관광도 곧 재개 되겠군요
이제 북한도 핵을 무기로 한 갑의 위치에서 내려와 경제문제는 상호 호혜의 관계로 하였으면 합니다.
박근혜는 야당도 북한도 자신의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끌고 가고 있군요
민주적이고 좀 더 진보적인 정치력은 아니지만 박근혜식 정치력이나 능력을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2013.08.14 23:33:03
박근혜가 더 이상 꼬장을 부리지 못한 이유라고 봅니다.
사소한 것에도 트집을 잡으며 원칙만을 내세우다가 꼬리를 내린셈요.
중국이 박근혜 정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기사입력 2013. 8.13 9:05:31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었던 중국이 개성공단 회담을 보며 ‘재점검’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이 중재 노력을 했는데도 한국은 원칙론만 앞세웠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악재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개성공단 회담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호의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박 대통령이 전임 이명박 대통령에 비해 중국에 우호적이며 미·중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 보고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개성공단 회담을 지켜보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에서도 모종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이 개성공단 회담을 주목한 것은 회담 성사 과정에서 중국 나름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의 남북 당국회담을 두고 중국은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 때 자신들이 중재한 결과로 본다. 개성공단 회담에 대해서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방중했을 때 북·중 전략대화를 나눈 결과로 여겨왔다(<시사IN> 제305호 ‘개성공단 회담 제의 중국을 의식한 것’). 중국이 이처럼 보이지 않게 중재 노력을 한 데에는 한국 정부의 요청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호의와 기대가 깔려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회담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은 영악할 정도로 중국의 기대에 부응한 반면, 한국은 경직된 원칙론만을 내세워 회담 타결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지난 6월의 남북 당국회담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개성공단 회담이 최종 결렬된 직후 베이징에서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북한도 저 정도면 노력했다. 그런데 한국은 뭘 했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회담 뒤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애써 무시했던 것 같다. “북한이 이례적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오자 이를 우리가 밀어붙여 북한이 양보한 것으로 보고 계속 밀어붙인 것이 패착이다”라는 탄식이 회담 직후 정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국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개성공단 회담 결렬은 곧 남북관계 실종으로 이어질 텐데, 한국의 청와대는 왜 강경 일변도였을까, 결국 박 대통령 자신이 남북관계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더 근본적으로는 전임 정부보다 훨씬 한·미 군사동맹에 밀착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굳히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지금 주시하고 있는 것은 8월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하기로 예정된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연습이다. 지난해에는 외국 주둔 미군 및 주한미군 병력 3만여 명과 한국군 5만6000여 명이 참가했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UFG 연습에서는 한국 국방부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맞춤형 억제전략으로 준비해온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시험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킬 체인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전 사전 탐지를 통해 먼저 공격한다는 점에서 선제공격 논란에 휩싸여 있고, KAMD 역시 주한미군을 매개로 궁극적으로는 미국 미사일 방어(MD)망에 포섭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 처지에서는 지난 3, 4월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 당시, 미군의 핵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 전략핵 폭격기가 동원돼 ‘북폭 위협’뿐 아니라 ‘중국의 안방까지 유린’했다는 강한 불쾌감을 가졌는데, 이번에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 밀착해 중국 견제하나”
중국의 이런 의구심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6월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당시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남북한이 싸우는 것은 그렇다 치고 왜 우리 안방에까지 미국의 핵 잠수함과 핵 항공모함을 끌어들이느냐”라며 키리졸브 훈련 당시의 불편했던 심경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는데, 중국어를 아는 박 대통령이 통역의 톤다운을 거치지 않은 시 주석의 직설적 표현을 그대로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뿐 아니라 다른 중국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도 박 대통령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받은 분위기와 기류가 많이 달라 상당히 당황했다고 한다.
중국으로서는 이렇듯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속내를 전달했는데도 개성공단 실무회담 무산 등 이후의 남북관계가 여전히 난항을 겪자,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긴장 완화 방향으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심적 부담 없이 김정은 제1비서를 베이징으로 불러 6자회담의 돌파구를 열고자 했던 자신들의 구상에도 장애가 되는 듯해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중국의 인식이 단순히 의구심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일에서 알 수 있다. 먼저 한·중 관계에서는 최근의 제주항공 사태가 거론된다. 지난 7월25일 저녁 9시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승객 186명을 태우고 중국 하이난 섬으로 가려던 제주항공의 운항 계획이 중국 당국의 불허 조치로 취소돼 혼란을 겪었다. 중국 측은 그동안 부정기편에 대해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이번에는 운항 4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불허 조처해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중국 일각에서는 ‘한국이 중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사들이고 미국과 손잡고 중국 견제의 최전선에 나서왔다’며 불만을 터뜨리곤 했는데, 실제로 중국 당국이 언제든 실력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얘기다.
중국이 북한의 ‘7·27 전승절’ 행사에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당 서열 8위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을 보낸 것 또한 더 이상 한국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한국 언론은 그동안 리위안차오 방중에 대해 자기 입맛대로 보도해왔지만, 실상은 ‘시진핑 시대 중국의 대북 전술이 1단계 압박 전술에서 2단계 개입과 포용 전술로 바뀌는 것을 보여준 상징’이라는 게 베이징의 시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중국의 심상찮은 기류를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한·중 정상회담 직후부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김장수 안보실장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돌았고, 최근에는 베이징 기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누군가를 보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개성공단 회담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호의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박 대통령이 전임 이명박 대통령에 비해 중국에 우호적이며 미·중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 보고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개성공단 회담을 지켜보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에서도 모종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이 개성공단 회담을 주목한 것은 회담 성사 과정에서 중국 나름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의 남북 당국회담을 두고 중국은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 때 자신들이 중재한 결과로 본다. 개성공단 회담에 대해서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방중했을 때 북·중 전략대화를 나눈 결과로 여겨왔다(<시사IN> 제305호 ‘개성공단 회담 제의 중국을 의식한 것’). 중국이 이처럼 보이지 않게 중재 노력을 한 데에는 한국 정부의 요청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호의와 기대가 깔려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월27일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자회견 전 양국 사인식에 참석했다. |
그러나 회담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은 영악할 정도로 중국의 기대에 부응한 반면, 한국은 경직된 원칙론만을 내세워 회담 타결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지난 6월의 남북 당국회담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개성공단 회담이 최종 결렬된 직후 베이징에서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북한도 저 정도면 노력했다. 그런데 한국은 뭘 했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회담 뒤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애써 무시했던 것 같다. “북한이 이례적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오자 이를 우리가 밀어붙여 북한이 양보한 것으로 보고 계속 밀어붙인 것이 패착이다”라는 탄식이 회담 직후 정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국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개성공단 회담 결렬은 곧 남북관계 실종으로 이어질 텐데, 한국의 청와대는 왜 강경 일변도였을까, 결국 박 대통령 자신이 남북관계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더 근본적으로는 전임 정부보다 훨씬 한·미 군사동맹에 밀착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굳히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지금 주시하고 있는 것은 8월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하기로 예정된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연습이다. 지난해에는 외국 주둔 미군 및 주한미군 병력 3만여 명과 한국군 5만6000여 명이 참가했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UFG 연습에서는 한국 국방부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맞춤형 억제전략으로 준비해온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시험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킬 체인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전 사전 탐지를 통해 먼저 공격한다는 점에서 선제공격 논란에 휩싸여 있고, KAMD 역시 주한미군을 매개로 궁극적으로는 미국 미사일 방어(MD)망에 포섭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 처지에서는 지난 3, 4월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 당시, 미군의 핵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 전략핵 폭격기가 동원돼 ‘북폭 위협’뿐 아니라 ‘중국의 안방까지 유린’했다는 강한 불쾌감을 가졌는데, 이번에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 밀착해 중국 견제하나”
중국의 이런 의구심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6월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당시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남북한이 싸우는 것은 그렇다 치고 왜 우리 안방에까지 미국의 핵 잠수함과 핵 항공모함을 끌어들이느냐”라며 키리졸브 훈련 당시의 불편했던 심경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는데, 중국어를 아는 박 대통령이 통역의 톤다운을 거치지 않은 시 주석의 직설적 표현을 그대로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뿐 아니라 다른 중국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도 박 대통령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받은 분위기와 기류가 많이 달라 상당히 당황했다고 한다.
5월11일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 니미츠 호. 당시 연합해상훈련에 중국은 불만을 표시했다. |
중국으로서는 이렇듯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속내를 전달했는데도 개성공단 실무회담 무산 등 이후의 남북관계가 여전히 난항을 겪자,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긴장 완화 방향으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심적 부담 없이 김정은 제1비서를 베이징으로 불러 6자회담의 돌파구를 열고자 했던 자신들의 구상에도 장애가 되는 듯해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중국의 인식이 단순히 의구심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일에서 알 수 있다. 먼저 한·중 관계에서는 최근의 제주항공 사태가 거론된다. 지난 7월25일 저녁 9시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승객 186명을 태우고 중국 하이난 섬으로 가려던 제주항공의 운항 계획이 중국 당국의 불허 조치로 취소돼 혼란을 겪었다. 중국 측은 그동안 부정기편에 대해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이번에는 운항 4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불허 조처해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중국 일각에서는 ‘한국이 중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사들이고 미국과 손잡고 중국 견제의 최전선에 나서왔다’며 불만을 터뜨리곤 했는데, 실제로 중국 당국이 언제든 실력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얘기다.
중국이 북한의 ‘7·27 전승절’ 행사에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당 서열 8위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을 보낸 것 또한 더 이상 한국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한국 언론은 그동안 리위안차오 방중에 대해 자기 입맛대로 보도해왔지만, 실상은 ‘시진핑 시대 중국의 대북 전술이 1단계 압박 전술에서 2단계 개입과 포용 전술로 바뀌는 것을 보여준 상징’이라는 게 베이징의 시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중국의 심상찮은 기류를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한·중 정상회담 직후부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김장수 안보실장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돌았고, 최근에는 베이징 기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누군가를 보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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