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는 초반부터 긴박감을 주고 군더더기를 제거한 스피디한 전개로 끝까지 몰입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여운이 남거나 되새김을 할 부분이 없다. 왜 그랬을까? 단순한 스토리 전개에 관객이 기대한 반전 없이 뻔한 결말로 끝났기 때문이 아닐까?


1. 스피디했으나 너무 단순한 시나리오

보통의 영화는 서두에 감독과 출연진 소개로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이것을 생략하고 들어간다. 영화의 시작도 분위기를 잡거나 사전의 밑밥 깔기도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가 관객들로 하여금 보통의 영화에서 느낄 초반의 느긋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일 사건 하나에만 집중해서 완급의 조절없이 일사천리로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몰입과 긴장을 상영시간 내 유지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영화가 끝나자 그 긴장과 몰입이 끝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다. 그냥 2시간 상영시간만의 영화이지 관객으로 하여금 그 이후 무언가 남게 하는 것이 없다. 곱씹을 거리가 있거나 영화를 재해석하거나 놓친 부분이 없나를 되돌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박노규 아들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사과 요구를 기반으로 박노규 아들, 윤영화(하정우), 차대진(이경영, 방송국 간부), 박정민(전혜진, 경호 책임자), 경찰청장의 입장과 욕망이 변화, 증폭, 상호작용하면서 전개되는 1차원적 수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노규의 아들의 사과 요구 외에 다른 사건이 개입하거나, 박노규의 아들과 공조(공모)하는 인물의 등장시켜 이들 인물들과 이 사건을 엮거나 관통하면서 영화를 2차원, 3차원적으로 공간적, 내용적으로 확장되켜서야 한다. 이런 씨줄과 날줄의 엮임이 없다보니 관객의 궁금증과 결말의 예측불허로 긴장과 몰입을 유도하지 못하고 오로지 스피드로 그것을 커버해 버린 느낌이다. 즉, 긴장과 몰입의 질과 내용이 떨어진다.

  

2. 개연성이 부족하다

<설국열차>도 개연성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더 테러 라이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먼저 박노규 죽음의 사고 요구(복수)치고는 방법과 스케일이 상대적으로 너무 크다. 일용 노무자의 사고사가 소박하거나 사소하다고 하면 욕을 들을지 모르지만, 원인 제공의 크기나 내용에 비해 박노규 아들의 복수(사과 요구)의 방법이 첨단적이고 과학적이며 규모가 너무 크다. 대량의 폭약 준비, 이어폰 폭탄, 원격 조정, 통화 추적 회피 등의 복수의 방법이나 마포대교나 고층빌딩의 폭파의 크기가 사과 요구의 발단이 된 노무자들의 사고와는 언밸런스하다는 느낌이다.

언론, 정치, 경찰 등 사회 상부구조의 비열함과 욕망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너무 직설적이고 과도하게 그려짐으로써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특히 경찰청장의 TV 출연은 차라리 편집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했던 것이 좋았을 것이다. 경찰청장의 TV 출연에서의 발언은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일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급격히 떨어뜨려 버렸다. 박노규 아들을 격분시키는 역할로 경찰청장을 등장시켰지만, 이것은 대패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차라리 경찰청장은 사과 요구를 수용하는 것처럼 유화적으로 나오고, 실제 경찰의 행동은 박노규 가족들을 찾아 인질화하거나 설득을 강요하는 것으로 연출해 박노규 아들을 격분시키는 것으로 했더라면 어떠 했을까 싶다.

더욱 부자연스러운 장치는 귀 속의 이어폰 폭탄이다. 다른 앵커를 사상케 하고 경찰청장을 살상한 이어폰 폭탄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이어폰 폭탄을 이들이 착용할 개연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적어도 공조자가 있어 이어폰 폭탄을 스튜디오에 전달하고 윤영화가 이어폰을 떼지 못하게 감시하는 역할의 베일 속의 공조자를 설정해 놓아야 하는데 이것이 없었다. 스튜디오 화면은 항상 중계되는 것이 아니라서 중계되지 않는 틈을 타 윤영화가 얼마든지 이어폰을 떼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윤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윤영화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제3의 인물이 존재한다는 암시(복선)라고 봤는데 끝내 그런 인물의 등장은 없어 감독은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했다. 보통 관객들의 기대에 대한 배반은 반전으로 영화의 묘미를 살리지만, 이 경우는 그냥 관객을 우롱한 것일 뿐이다.


3. 기대한 반전은 없었다

영화가 단순한 스토리로 계속 이어짐에 따라 관객은 감독이 마지막 반전을 준비해 두었으리라 기대했지만, 영화가 끝나도 그런 것은 없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 초중반을 마지막에 반전으로 그 개연성을 살려내리라는 것이 내 기대였으나,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는 것에 아쉬움을 넘어 허망함도 함께 느껴진다.

대량의 폭약 준비, 마포대교 3차례 폭파, 고층빌딩 폭파, 다른 스튜디오 앵커 사상, 이어폰 폭탄, 스튜디오와 마포대교 동시 장악, 통화 추적 회피, 통화 단절 못하게 하는 설정, 대통령 동선 실시간 파악 등은 평범한 일 개인 홀로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것이다.

사과 요구는 표면적인 것이고 이는 무언가 큰 것을 끌어내기 위한 사전 전초작업이며 더 큰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응징이나 대정부 테러의 음모가 제3의 인물(세력)과 연계되어 벌어지는 것으로 반전을 꾀했다면, 대규모 폭파나 이어폰 폭탄 등의 첨단 방식이 이해되면서 개연성도 높이고 영화의 단순함도 불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설국열차>는 사전 복선이 없어 마지막 반전이 생뚱맞아 공감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 테러 라이브>는 관객들의 반전의 기대를 부풀리기는 했는데 오히려 반전 없이 싱겁게 끝나 버렸다.


4. 하정우와 이경영, 그리고 CG

이 영화가 단순한 스토리에 한정된 공간(스튜디오)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관객이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배우 하정우 때문이라는 것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정우는 이미 검증된 배우답게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 상황에 맞춘 감정 표현을 과도하지 않게 잘 표현했던 것 같다. 또 하나 칭찬할 배우는 이경영이다. 하정우 만큼의 분량은 아니었지만 하정우의 감정선을 리드하는(자극하는) 역할을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대통령 경호 책임자로 나오는 전혜진(극 중 박정민)도 차분하게 역할에 어울리게 연기한 것 같고. 반면 (경찰청장의 출연 신은 없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도 들지만) 경찰청장 역을 한 배우는 대본에 충실했는지 몰라도 리얼리티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CG 기술이나 표현력도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 같다. 마포대교의 폭파 장면과 현장, 방송국과 고층빌딩의 폭파와 기울어짐을 표현한 것, 스튜디오 밖의 장면은 자연스럽게 잘 처리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