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gustav님의 본글에 댓글로 달려다가 핀트가 안맞는 것 같아서 따로 글을 올립니다. 여러 회원님들이 육체노동이라는 단어를 즐겨 언급하시길래 슬쩍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

 

저는 육체노동이라는 단어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도 그렇고 사회문화적으로도 그렇고.

 

우선 학술적인 측면에서 노동을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으로 분리하여 구분하는 것은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구분법이죠. 여기서 정신은 두뇌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고, 모든 육체노동(?)은 맹렬한 두뇌활동까지 동반하는 것이죠. 가장 단순하다는 망치질을 할 때조차 근육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 이상으로 두뇌를 사용하죠.  

 

제 친구가 고급 인테리어 목공 기술자인데, 당연히 망치질 대패질 톱질 페인트질 등등을 해야 하는 완전 노가다 육체노동이죠. 그러나 도면수치분석, 인테리어설계, 작업결과예측, 공정의진행, 비용계산, 휘하 조공들의 노무컨트롤까지 미친듯이 머리를 핑핑 굴려야 비로소 가능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과연 정신노동자일까요 육체노동자일까요?

 

IT노동은 어떻습니까? 하루 종일 두뇌에서는 코딩이 떠다니고 팔과 손가락 근육을 이용하여 열심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죠. 이 사람이 하는 것은 정신노동일까요 육체노동일까요?

 

정신노동의 최고봉(?)이라 여겨지는 강의노동은 어떻습니까? 정말로 두뇌만 사용할까요?

 

이렇게 모든 노동은 두뇌활동이 반드시 필요한 정신노동입니다. 다만 근육의 힘까지 필요로 하는 노동이냐 아니면 두뇌활동만으로 충분한 단순노동이냐로 구분될 뿐인거죠. 또한 역으로 모든 노동은 반드시 한개 이상의 신체기관을 이용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육체노동이기도 합니다. 두뇌 역시 육체를 구성하는 신체기관들중의 하나일 뿐인거고, 두뇌를 여타 신체기관들과 구분해서 뭔가 특수한 것으로 대접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선입견일 뿐인거죠. 저는 그래서 모든 노동은 그저 노동이라고 불러야만 하고, 굳이 따로 구분을 해야한다면 두뇌중심노동 근육중심노동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조차 학술적으로 엄밀한 구분법은 아닌거죠.

 

다음으로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노동을 정신노동 육체노동으로 구분하는 것은 인간의 두뇌활동을 좀 더 고차원적인 것으로 취급하여 우대하고, 근육활동을 천시하고 차별하려는 불순한 목적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사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죠.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을 실재하는 것처럼 여긴다는 점에서 전근대적인 종교적문화의 산물이기도 하고, 노동을 서열화해서 보다 쉽게 통제하려는 음모도 숨어있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아크로 회원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노동은 정신노동인가요 아니면 육체노동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