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잡스런 소감 :  제1 야당이 국회를 떠나 장외집회로 나가게 된 상황은 어느모로 봐도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정당은 시민운동단체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민주당 탓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김한길이 그러더군요. 이게 다 박근혜 탓이라고. 맞는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박근혜 탓입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박근혜 입만 바라보고 있고 박근혜의 심중을 따라 국정조사초기부터 무리한 어깃장을 놓은 겁니다.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자고 마지막까지 우겨 관철시킨 게 대표적인 예. 이 사태의 책임은 99.99% 이상 박근혜에게 있습니다. 이건 그냥 악의 축입니다.

 이렇게 보면,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음모론에 가까운 얘기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새누리당이 작전을 잘 짰달까요.
 처음부터 검찰의 수사를 노골적으로 훼방놓는 서툰 짓을 해서 들키기라도 했다면 새누리당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했을 겁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대강이나마 미리 구상을 한 것인지는 모르나 검찰조사의 정상적인 진행과 국정조사합의까지 순리대로 타고가는 '척' 하다가 중간에 NLL 포기발언 등 떡밥을 툭툭 던지면서 막판에 국정조사의 실질적 무력화를 기도한 이 일련의 '흐름'은 상당히 괜찮았달까요.

 만약 이게 상당부분 얼추 사전에 계획하고 나온 결과라면, 대단하다고 할 밖에. 나쁘게 말하면 아주 독사같은 새끼들이고요. 



 2. 박근혜 아웃
: 나브라틸로바님이 저하고 정치취향이 비슷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건 각자 판단하시고), 나브라틸로바님도 여러 차례 비슷한 취지의 지적을 했듯이 '지금 현 시점'에서 시민단체들의 박근혜 퇴진 구호에 같이 묻혀가는 건 야권 입장에선 거의 자살수라고 봅니다.

 다른 나라 국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국민은 선거제도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한 국민입니다.
 87년의 민주화 운동도 직선제 개헌의 최소강령이었고, 노무현 당시의 탄핵소동은 두말할 나위도 없죠.
 그런데, 제가 봤을 때 국정원 사건이 박근혜의 <정통성>을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직 아니었다고 판단이 주류인 것 같습니다.
 촛불집회 관련 기사만 봐도 그렇죠. 시민운동가 및 그 부류들와 같은 <프로시민>이 아닌, 진짜 일반시민이 대거 호응하고 합류하는 낌새는 아직 드러나지 않아요.

 이건 뭘 의미할까요? 지금 단계에서 막무가내로 박근혜 아웃을 외친다면 민주제도의 한 축인 선거의 절차적 공정성을 지지하는 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그 결과에 강짜를 놓으며 억지를 부리는 세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 이게 지금 새누리당이 바라는 '구도'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한길 등 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 정권 퇴진의 구호와는 선을 확실히 긋는 방침을 정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잘한 일이라고 봄.



 3.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까.

 전 민주당이 국정원의 총체적 개혁, 물갈이 정도를 당면목표로 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것도 사실 만만찮은 목표고, 해내면 야당으로서 대단한 성과를 낸 겁니다. 해내면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가 그걸 순순히 해줄리가 없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대마사냥은, 뭔가 수상쩍은 커넥션이 밝혀지면 그때 가서 노려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