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현대 호남의 정치적 상황이 상당히 투영된 고대국가인 "백제"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백제란 나라에 대하여 각 집단들이 생각하는 바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우선 현대정치의 지역구도에서 영남과 호남의 대립구도는 곧잘 신라VS백제에 대비되곤 합니다.
뭐 그것이 대중문화에서 잘 표현된 한 예가 영화 황산벌이겠고, 박정희 시대의 "신라임금뽑자"같은 이야기들이라든가
심지어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지역대립은 신라VS백제의 재림이다 이런 인식이 외국인에게까지 보입니다.
이 사이트에 계신 전라도분 또는 경상도분들도 알게모르게 신라 또는 백제에 대해 편향된 애정 또는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줄 아는데요.

어느 책의 제목에서도 나오는데 과거는 낯선 나라입니다. 그 시대의 실제로 있었던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현재의
정치적 목적 또는 의도에 따라서 굴절되기 쉽지요.

 혐호남인들은 백제란 고대국가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에서는 전라도의 지분을 최대한 배제하거나 무시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증폭시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예전에 백제=전라도 프레임이 먹힐 때는 백제를
무조건 까다가 나중에 백제지분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백제에서 전라도를 배제시킵니다.

예전에 서울시 민원게시판에선가 황당한 의견 게시물을 하나 봤었는데, 쓴 사람은 중년이상 나이많은 여자였고,
의견내용은 위례신도시의 이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서울의 신도시 이름을 짓는데, 왜 망할 "전라도" 국가인
백제의 옛수도였다는 위례성에서 따온 도시이름을 짓냐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히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요.
이 글을 쓴 여자분은 실제 백제야 어쨌든 반호남감정때문에 전라도=백제라는 이미지가 주류일 때, 현대 전라도를 까기
위해 애궂은(?) 고대 백제를 끌어들인 것에 불과합니다.

지금은 이런 경우는 드물고 백제는 현재의 경기,충청이 주류인 국가였고, 전라도는 나중에 편입된 지역으로서 백제가 아니다
라는 식으로 백제의 지분에서 전라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합니다.
여기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백제 왕권이 지금의 한강유역에서 처음 세워져서 중심지가 점차 충청으로 내려왔었고, 전라도
지역은 사료상으로는 마한세력이 남아 있다가 근초고왕 때에 복속되고, 유물상으로는 그 이후에도 독자세력으로 존속했다는
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있기 떄문입니다. 

이러면 백제연합이라는 형식으로 경기,충청,전라가
연대감을 가지는 것을 심적으로 방어하고 전라도는 백제에서 분리해서 이질화시킴으로서 현대의 "따"인 근거를 고대에서도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혐호남인이 주로 영남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경기,충청출신들도 백제 이야기 나오면
자신들의 역사적 연고권이 더 큰 것을 주장하면서 백제=전라도 이미지에 불만을 많이 갖는거 봤습니다.

그런데 또... 이게 일관성 있으면 좋은데 백제-일본 간의 밀접했던 외교관계가 언급되서 현대의 반일감정이 결합되면,
백제는 적인 일본과 결합해서 신라의 뒤통수를 쳤다, 또는 일본과 친하므로 뒤통수, 심지어는 일본 뒤통수는 전라도(백제)가 가르쳐
준 것,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 때는 무시하던 전라도를 끌어들이는 것이죠. 참 재미있습니다ㅎㅎ

그럼 실제 역사는 어떠하느냐?
백제는 고구려와 더불어 그 지배층이 부여에서 남하해서 세운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후기 국호가 남부여이기도 했구요.
만주에서 남하해온 부여계 이주민 세력과 삼한계 토착 세력이 결합되어 세운 국가라고 국사교과서에서도 나와 있을 거에요.
고구려와 달리 백제는 두 세력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융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지배층 중심의 역사로만 보자면 본디 토착 원주경기출신, 또는 토착 원주충청출신이 주축이 되서 세운 국가가 아니라 만주에서
남하한 지배세력이 세웠으니, 왕조만 보자면 경기,충청,전라 어느 지역도 지분가질 수 없는 셈이죠.
어찌보면 속지주의 중국식 동북공정이면 백제도 고대 중국인이 세운 나라라고 드립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최초 도읍이 서울과 그 토착세력이 결합되었고, 이후 남하하면서 나머지 천도한 곳은 충청도이니, 경기,충청의 지분은 큰 셈이지요.

해서 한 동안 전라도 지역은 경기-충청의 백제와는 별개의 마한문화를 지녔다고 마한독자론, 마한문화론이 유행하기도 했죠.
한반도 중남부의 삼한은 토착세력의 국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최후까지 마한계가 잔존했던 전라도야말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유행을 탔는데, 이제 전라도=마한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이제 반호남 진영에서는
일본의 임나일본부와 유사한 주장을 입맛대로 끌어들여 다시 전라도를 마한에서 제외시켜, 이번에는 왜와 연결시키는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뭐 반중감정이 활발한 요즘엔 중국과 종종 연결시키는 것도 봤고(전라도는 중국에서 이주한 한족의 후손) 동남아(전라도는 동남아 이주민의 후손)랑 연결시키는 것도 봤구요ㅎㅎ 물론 의도는 모두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국내의 반호남 진영이 고대 백제와 현재 전라도를 정치적 목적으로 어떻게 곡해하고 악용하는가의 예이고요. 이번에는 비슷한
목적으로 일본의 혐한진영이 어떻게 백제를 보고 있는가 알아보죠.

국내 반호남의 정치적 목적은 현재의 적인 전라도를 공격할 구실을 어떻게든 과거의 역사에서 재구성 또는 곡해해서 꾸며내는 겁니다.
비슷하게 일본 혐한의 백제공작의 정치적 목적은 소름끼치도록 비슷하게, 백제폄하,비하==>한국사에서 백제지분 없애기로 나가고 있습니다.

예전의 한국을 혐오했던 일본인들은 한국을 하찮게 생각했지만 한국 고대국가인 백제가 한국사의 일부이고, 따라서 백제=한국이라는 등식
은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서기등 자국의 사서와 기록등에 근거하여 백제는 일본의 속국이거나, 백제문화는 중국문화의 모방이라는 식으로 정치,문화적으로 폄하하는 것으로 일본우위의 역사관을 유지해왔죠.

그러나 일본과 백제가 고대 삼국중에 가장 친교국이었고, 비록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백제가 일본의 주요 문화수입통로였고 백제문화의 영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자명해지자, 결국 반도사에서 백제를 분리시키기로 방향을 바꿉니다.

즉, 백제연고권에 대한 전라도의 지분을 인정할 수 없듯이, 백제연고권에 대한 한국의 지분을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 일본이 드는 것은 백제의 지배층인 부여계가 토착 삼한계와 애초에 다른 종족이었다는 가정과 더불어, 백제멸망이후 백제지배층은 대부분 일본으로 망명하였고, 피지배층은 본디 토착민이니, 백제를 혈통,문화적으로 계승한 것은 실질적으로 일본이다라는 인식입니다.
근데 재미있게도 혐한들이 백제를 한국사에서 제외시키고 한국의 역사는 사실상 신라에 몰아주기를 하는 것이 알려진 뒤에, 한국 인터넷에서도 신라민족론같은 설이 나오면서 백제(와 고구려)의 비중을 축소시키고 전라도는 사실상 왜로 몰아가는 괴설들이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죠.

아무튼 백제는 삼국중에 가장 기록도 덜 남은 나라여서 연구자료도 상당히 부족한데다가 옛 백제의 영역이었던 현대의 한 지역과 그 백제와 동맹이었던 이웃나라를 보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한테서 이리저리 입맛대로 왜곡당하는 비운의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