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루즈벨트라는 이름을 가진 대통령이 두 명 있었죠. 그 중 한 명은 너무도 익숙한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루즈벨트, 또 다른 한명은 20세기 초의 루즈벨트.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같은 성을 가진 두 대통령 중 한 명에 의하여 일본이 국익을 최대한 챙기고 또한 다른 한 명에 의하여 전쟁이 나고, 일본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을사늑약은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 정부의 외부대신 박제순과 일본 제국 정부의 주한공사 하야시 곤스케에 의해 체결된 불평등 조약입니다. 그런데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던 그 해 7월에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체결됩니다. 이 밀약 때문에 일본이 당당하게 을사늑약이라는 것을 체결하게 됩니다. 그리고 역사의 기록은 없지만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이 주미대사를 역임했다는 것도 하나의 체크 포인트겠죠.


가쓰라-태프트 밀약에 대하여 브리테니커 사전에서 인용합니다.

1905년 7월 29일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桂太郞]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특사인 육군장관 W.H. 태프트 사이에 맺어진 비밀협약.

1905년 6월 러일강화회의가 열리게 되자, 그해 7월 루스벨트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태프트는 필리핀 방문 전에 일본에 들러 가쓰라와 회담하여, 미국의 대필리핀 권익과 일본의 대조선 권익을 상호 교환조건으로 승인하였다. (중략) 즉 러일전쟁이 발발한 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1900년 이래 한국은 자치할 능력이 없으므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책임을 져서는 안되며,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여 한국인에게 불가능했던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능률있게 통치한다면 만인을 위해 보다 좋은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피력하고 일본의 조선 지배를 승인하였다. 이 비밀협정에 의해서 미국의 한국문제 개입의 가능성을 배제시킨 일본은 같은 해 8월에 제2차 영일동맹, 9월에 포츠담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국제적 지배권을 획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조선에 대해 을사조약을 강요했으며, 미국은 이를 적극 지지했다. 이 협정의 내용은 1924년까지 양국이 극비에 붙였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은 여기를 참조)


제가 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거론하는 이유는 바로 개성공단 폐쇄를 둘러쌓은 의혹 때문입니다. 박근혜와 오바마 간의 밀약이 없다면 정말 '닭대가리' 수준의 대처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김정은이 잘못했습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뭐, 개성공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 신인도 문제이죠. 사정이야 어떻든, 투자했는데 저렇게 어느날 갑자기 폐쇄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데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습니까? 님이 회사 CEO라고 하면 북한에 투자하시겠어요? 좀, 참았어야죠.


그러나 박근혜도 잘한 것 없습니다. 인수위 시절 포함하여 북한이 이명박에게는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원색적인 비난을 해댔지만 박근혜에게 비난은 하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거든요? 이거, 북한이 박근혜에게는 나름대로 '기대한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박근혜는 이미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지 않습니까?


문제는 박근혜는 수첩공주답게 이 신호를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캐치하고도 무시했는지도 모르지요. 왜? 윤창중 같은 극우 중의 상똘아이같은 극우를 참모로 앉혔으니 말입니다. 제가 아크로에도 썼습니다만 박근혜는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중국을 먼저 방문했어야 한다...라고 했던 이유도 당연히 북한에 대하여 강경한 입장을 보일 미국에 대하여 중국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들어본 다음 미국에 가서 설득을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했지요.


각설하고......


개성공단 폐쇄는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임기 내 치적 쌓기에 급급했던 노무현도 원인제공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이번 NLL 대화록 공개 시에 나타났던 김정일의 불만이 바로 그러합니다) 또한 'two separate track'조차 이해 못했던 그래서 미국 시다바리 노릇에 충실했던 이명박이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으며 박근혜가 파국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북측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이 최초 계발계획대로 확대·발전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2010년에 450개 기업이 진출하고 북측 근로자 10~15만 명 근무, 1단계 100만 평 전체가 완전가동될 것으로 계획되었다. 그런데 MB정부 들어 모든 것이 중단되고, 기존 기업들만 제한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상황이 되자, 북측은 남측의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에 대해 늘 불만을 제기했다. 현재 100만평 공단부지 중 40%만 공장이 들어섰고, 가동기업 123개, 근로자 5만3000명으로 기존 계획보다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북측은 공단부지 100만 평을 남측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다만 우리는 기존 공단부지에 있었던 각종 지장물 철거비 명목으로 북측에 평당 1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보상을 한 게 다였다. 그런 곳을 두고 남측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퍼주기', '돈 줄', '달러박스'라고 호도했던 것이다.
(전문은 여기를 클릭)

한편, 현재의 위기가 상승 유지되는 또 다른 문제는 위기 심화 상황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어떠한 노력도 없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북측이 압박을 통해 문제를 던지는 상황에서 구체적 대책 없이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초기 10여일간을 허비했다는 점이다. 결국 의도적 무시전략으로 사태는 심각해지고 문제 해결은 요원해지는, 타이밍을 놓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생떼 쓰면 대화하고 만나주던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기조였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식 기준과 관점의 분석이고, 개성공단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부족하거나 남북 상호작용의 관계를 무시한 인식의 오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한다. 왜냐하면 개성공단은 실지로 우리 기업들이 북측에 주는 임금 액수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이 순익을 창출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문은 상동)


오히려 북측은 이번 기회에 일관되게 주장해 오던 정전협정 폐기, 평화협정 체결의 근본문제를 풀고자 했고, 미국은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했다. 이 와중에 터져 나온 것이 개성공단 출입 제한이다. 개성공단은 북측에 평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나, 긴장이 고조되고 안보문제가 발생하면 공단 자체가 북측에 상당한 안보위험이 되는 곳이다.

그 이유는 첫째, 개성공단의 위치 때문이다. 개성공단 건설로 북측 주력 군부대 1~2개 사단이 후방 10~15Km 후퇴했다. 즉 유사시 안보가 매우 취약한 곳이다. 둘째, 위기심화시 공단 내 남측 근로자 추방, 소개부터 해야 하는데, 이것이 상황 전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셋째,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5만4000여명의 경우 남측 주민들과의 일상적 접촉으로 체제 내적으로 긴장도가 매우 이완되는 곳으로 자본주의 황색 바람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전문은 상동)


[녹취:조선중앙TV]
"대결광신자들은 돈줄이니, 억류니, 인질이니 하면서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참을 수 없는 악담을 계속 줴치고 있으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도 이러한 북한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을 우선 추진하고 해주에도 기계와 중화학 공업 위주의 경제 특구를 더 만들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안합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도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 새로운 공단만 세운다는 것은 허황된 이야기라면서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습니다.

이어 공단은 남한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실질적으로 북한에는 이익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개성공단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데다, 입주 기업 역시 첨단산업체보다는 단순 근로만 필요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데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은 여기를 클릭)


개성공단은 물론 군전략가별로 의견이 갈리기는 하지만 '북한이 안보의 위협을 무릎쓰고 양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개성공단을 '북한도 경제적 이익이 생기므로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지적했듯 극우들의 한심한 인식 때문이죠.


예를 들어, 아래에 질문님이 이런 인용을 하셨네요.

나쓰노덴(夏の戰)이 끝난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 왈, "적의 약속을 믿는 자는 죽어 마땅하다."

질문님이 인용한 문구는 많이 인용되는 문구죠.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설명할 때도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그런데 통일문제에 이 문구를 인용하셨다?


좀 흥미롭네요. 엊그제는 어리별이님이 뉴라이트 주장인 '신라민족론'을 들고오시더니 이번에는 질문님이 뉴라이트안보연합 사무총장 이해평이 발언한 맥락과 같은 맥락으로 인용을 하셨으니 말입니다. (이해평의 '적장의 말을 믿는 자들은 죽어 마땅하다' -- 조갑제닷컴에서 보실 수 있고 각각 포스팅에는 별도의 주소가 매겨져 있지 않으니 조갑제닷컴에서 이해평을 검색어로 넣으시면 제일 위에 올라올겁니다.)

제가 아는 한, 통일문제에 저 문구를 인용한 것은 이해평의 글 이외에는 없거든요?


뭐, 질문님이 뉴라이트와 어떤 관계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건, 질문님의 지적 수준으로 보아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더 높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질문님, 제발 부탁 좀 드릴께요. 제발, 그 빌어먹을 '침소봉대식 팩트주의'에 빠져 지식을 희롱하지 마시고 좀, 제발, 좌우를 함께 좀 살피세요.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뭐, 기부스라도 하셨나요?


그럼, 말씀하세요. 제가 그 왼쪽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부스 완전히 깨뜨려 드릴테니 말입니다. 맨날, 말로만 좌고우면 언급하지 마시고요.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