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계 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보고대회 동영상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iaVr0vSW5OE


컴퓨터로 단순 작업을 할 일이 있어 이걸 틀어놓고 했는데, 보다보니 민주당의 지리멸렬함은 너무 다양한 개성을 가진 구성원들 때문이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위기 상황과 외부의 부당한 환경, 강력한 적 등, 이들 구성원들을 격동시키는 상황 덕분에 당지도부가 약간의 리더쉽을 발휘할 여지가 생기기는 했습니다만, 좀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일단 집회 능력치로 본다면 친노들이 인상적입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여성 의원들이었는데도 만만치 않더군요. 

사회자인 서영교의 경우 맷집도 좋게 생긴데다, 목이 약간 쉬었음에도 현역 대학 총학생회장들보다 전투력이 높아보이는 목소리로 대번에 장내를 압도합니다. (제가 시위라곤 신입생때 선배들한테 끌려나가서 두 세번 해본 것이 전부지만, 그때도 진짜 꾼들은 목이 약간 쉬었을 때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 것 같긴 했습니다.)


한정애는 애국가를 민중가요삘로 멋드러지게 부르는데, 하루 이틀 쌓은 내공이 아닌 듯 보였습니다.


닝구라면 감정이 좋지 않을 이미경 역시 약간 서울화된 경상도 말씨와 고조된 음성으로 쩌렁쩌렁하게 분위기를 잘 띄웁니다.


다들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이 인간들이 그동안 장외 집회하고 싶어서 환장하던 이유를 알겠더군요. 김한길은 고기한테서 물을 뺏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들과 대비되는 캐릭터성을 보이는 인물은 역시 김한길과 전병헌인데, 김한길은 목소리가 낭랑하고 침착해서 나름 힘있고 선동적인 연설을 할때도 서영교가 '오른쪽 줄 앉으세요'하는 말보다 파워가 딸리는 느낌입니다. 목소리만 지는 것이 아니라 이종격투기로 싸워도 김한길이 질 것 같더군요.

전병헌의 경우 약간 느끼해보이는 외모와 충청도 억양으로 전국노래자랑 삘이 풀풀 납니다. 중장년층이 많아 보이는 민주당원들 앞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호남 출신이었다면 1분만에 친노들한테 '구태'로 낙인 찍힐 캐릭터 같았습니다.

그나마 눈치없이 이상한 시를 읊어대는 도종환 덕분에 지도부가 조금 돋보였습니다. 여성의원들도 '아침이슬'은 그럭저럭 잘 맞춰 부른 반면, 김광석의 '일어나'는 가사를 모르는지 기타소리만 나옵니다. (사실 '일어나'의 가사는 저도 '일어나~'하는 부분밖에 모릅니다.)

 

워낙 좁은 공간이기도 하고, 날도 더워서인지 군중의 숫자는 그저 그래보였습니다만, 어차피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국회를 공전시키겠다는 협박에 주안점을 두는게 맞습니다.
 


김한길이 데모는 잘 못해도 옛날 박근혜의 꼬장으로 예산처리 못해서 개고생하고, 결국 사학법 누더기로 통과시켰다고 아군한테 몰매까지 맞은 경력이 있는만큼 장외 투쟁의 속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친노 팟캐스트들을 들어보면 장외 투쟁 타이밍을 못 맞췄다고 트집을 잡는데, 이보다 일찍 나갔으면 시민들의 호응도 더욱 못 얻었거니와 김한길은 그야말로 들러리나 섰을 것이고, 그렇다고 안 나갔다면 민주당은 그냥 망했을 겁니다.
저는 국정조사에서 새누리가 뻔뻔한 태도를 보인 지금이 제일 적절한 시기라고 보고, 오히려 시국 선언들이 너무 일찍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이라고 상황이 딱히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만 김한길이 가만히 있었다면 지방선거는 보나마나고 김한길은 바로 아웃, 민주당은 다시 착한 민주당 됩니다.

김한길의 입장에서 장외 집회가 실패하더라도 친노와 공동 책임인 만큼 국회에 남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을 한겁니다.(그렇다고 친노들이 봐줄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문재인이 대선 불복 시비를 염려하며 부산에 짱박혀 있는 것이 그에게 유일하게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봅니다.


 

김한길의 영수회담 제안은 새누리당에게 '너희는 박근혜 거수기잖아?'라고 도발한 것으로, 새누리가 대화록 정국에서 문재인을 직접 공격한 것과 비슷한 이간책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만 국회 파행이 길어지고 국정 운영이 점점 부담스러워질 경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뭐가 어찌되었건 민주당이 국회로 쉽게 돌아가지는 못할 듯 하니, 비, 반노들은 친노들에게 집회 노하우라도 집중 지도 받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ㅎㅎ


다만, 이래저래 김한길이 물러나거나 허수아비 되고 친노가 다시 당권을 잡아 10월 재보선 이후에도 지금의 정세를 쭉 끌고갈 경우 예산 심의가 걸려있기 때문에 새누리에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마 친노는 당연히 이렇게 할 겁니다.)
새누리가 계속 대선 불복이냐며 시비를 걸며, 대인배 행보는 좋아하지만 손해는 눈꼽만치도 보지 않으려고 항상 잔대가리 굴리는 문재인을 부산에 묶어 놓은 것은 친노의 민주당 재접수와 그에 따른 국회 장기 파행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김한길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ㅎㅎ)

 
저는 지방 선거는 어차피 깨질테니 민주당이 그냥 다음 총선까지 국회 안들어가서 박근혜 정부 식물 정권 되고, 문재인은 계속 부산에서 못 올라오는 것도 재밌겠다 싶습니다. 뭐 도종환의 시와 한정애 노래 솜씨면 장외에서 심심하지도 않을 듯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