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소개

오늘은 던전 크롤 스톤 스프 Dungeon Crawl Stone Soup, 흔히 줄여서 던크, 혹은 돌죽 이라고 불리는 게임을 리뷰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하 이 게임을 '던크'라고 호칭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매일 한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리라는 본인의 다짐을 좌절시킨 무서운 게임입니다. 

만약 (비디오) 게임의 종류와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한문장으로 이 게임에 대한 리뷰를 마칠 수 있습니다: 
     던크는 아주 개념있게 잘 만들어진 "로그류" 롤플레잉 게임 (RPG) 입니다. 끗.

하지만 게임 장르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1. 롤 플레잉 게임 이란?

롤 플레잉 게임 Role-Playing Game (RPG)이란 원래는 말 그대로 어린아이들의 "역할 놀이극"을 게임으로 만든 것입니다. 역할극 놀이에서는 아이들은, 나는 "전설의 기사", 너는 "위대한 마법사"고 우리는 가짜로 무서운 드래곤과 싸우고 있다 면서 나무칼을 휘두르면서, 마법 주문을 외치코 화이어볼을 만들어 던지고 놉니다. 이런 역할극 놀이에(Role-Playing)에 여기에 일정한 '규칙'을 부여하여 정규화된 게임(Game)으로 만든 것이 롤플레잉 게임이고 던전과 드래곤 (Dungeons&Dragons, 1974년)이 대중화된 첫 작품이었습니다.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스스로 일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게임을 이끌어 가는 마스터가 주인공들과 상대하는 상대방을 만들어 주고, 모두는 흡사 연극을 하듯 게임을 이어 갑니다. 이를테면 이런식입니다.
    
      마스터: 왕에게 부탁을 받은 기사는, 실종된 공주를 찾아 금지된 숲의 어둠동굴을 찾아갔습니다. 동굴속에서 300미터쯤 들어갔을 무렵,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른쪽 길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플레이어: "빛의 기사에게 두려움은 없다." 오른쪽 길로 들어가 봅니다. 
     마스터: 어둠속에서 금색의 갈라진 눈동자가 허공 속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붉은 빛이 번쩍거리기 시작합니다.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파이어 드레이크가 눈을 뜬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하면 그냥 연극 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게임"으로 발전한 이유는 여기에 일정한 '규칙'이 덧붙여 때문입니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는 일정한 수치로 그 능력치가 정의되고 (예, 체력 30, 공격력 12, 방어력 8), 플레이어와 갈등하는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 파이어 드레이크, 체력 250, 공격력 15, 방어력 17).  캐릭터가 취하는 특정 행동은 일정한 규칙에 의해 , 그 결과가 판정되고 적용됩니다. (예, 기사의 공격이 성공했을 때 드레이크의 체력 감소 = (육면체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 + (기사 공격력) + (무기 보너스) - (드래곤 방어력) * (마법효과) )

    플레이어: "지저분한 어둠속의 도마뱀, 빛의 심판을 받아라." 빛의검으로 공격합니다. (주사위를 굴림)
    마스터: 파이어 드레이크는 15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상처를 입은 파이어 드레이크는 불을 뿜을 준비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개념은 컴퓨터나 비디오게임과 독립적으로 고안되었으며, (미국에서) (나름) 히트를 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영화 ET에 삽입된 주인공 아이들이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장면 ( http://www.youtube.com/watch?v=XH7pABfm1HQ )이나 빅뱅이론의 장면 ( http://www.youtube.com/watch?v=S7-_gQbOfxo )을 보시면 이 게임이 뭔지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뭔가를 쉴새없이 떠들면서 주사위를 던지고 종이에 끄적끄적 하고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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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너드들이 모여서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장면>

롤 플레잉 게임이 (나름) 히트할 수 있었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접 만들고, 잘 만들어진 캐릭터를 통한 게임에의 몰입성. 
    (2) 몰입성을 도와줄 수 있는 비현실이지만 설득력있게 꾸며진 배경 세계 (SF, 환타지, 공포등)와 그 안에서의 게임 플레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서사성 
    (3) 상상가능한 거의 모든 행동을 수행 할 수 있는 자유도와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가 게임의 향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호 작용성.
    (4) 캐릭터의 행동의 결과가 시스템적으로 판단되는 잘 짜여진 게임 규칙
    (5) 몰입하고 있는 캐릭터의 성장 (레벨업, 아이템 ..)을 통한 성취감 
    (6) 여러 사람과의 협력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


2. 컴퓨터로 옮겨진 롤플레잉 게임

그 태생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었다곤 하지만, RPG게임은 곧바로 비디오 게임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특히나 RPG 게임의 복잡한 룰을 계산기로 적용하는데 지친 사람들은 누구나 컴퓨터 게임으로 그걸 적용하고 싶어했습니다.) 최초의 RPG 게임으로 보통 여겨지는 던전 (1975년)을 시작으로 그리고 그 이후 수십년간을 통해 수 많은 명작들이 줄을 지어 탄생합니다.
 
오늘 이야기 하는 주제가 되는 로그를 시작으로, 위저드리와 울티마, 화이널 환타지와 드래곤 퀘스트, 파이어 엠블렘, 발더스 게이트, 디아블로, 리니지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등, 컴퓨터로 구현된 RPG라는 장르를 규정하고 대표할 만한 작품들이 차례로 발표된 것입니다. 

비디오 게임으로 구현된 RPG는 오리지널 RPG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장점들을, 즉 위에서 이야기한 (1) ~ (6)을 컴퓨터라는 매체에서 최대한 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 장점들중 어떤 부분에 집중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어떤 다른 재미요소를 추가로 집어 넣느냐에 따라서) RPG의 하위 장르가 다르게 발전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울티마와 같은 고전 서구식 RPG는 플레이어의 자유도와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반면,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일본식 RPG는 캐릭터성과 서사성을 좀더 강조합니다. 요즘의 흐름은 다른 사람과의 협력 플레이를 강조한 WOW 같은 대규모 온라인 RPG 게임입니다.  그 밖에 사용자의 빠른 반사신경을 통한 '액션'의 요소를 강조하면 디아블로와 같은 액션 RPG가 되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융합된 전략 RPG와 같은 변종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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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고전 RPG의 인기를 되살렸던 발더스 게이트>


3. 로그류의 게임

오늘의 주제가 되는 로그류(rouge-like) 게임은 RPG 게임의 한 하위 장르입니다. 이 장르를 최초로 정립한 (로그 rouge, 1980)라는 게임으로 부터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로그류 게임은 RPG의 요소중에서 "규칙성"과 "자유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캐릭터에 대한 "몰입성"이나 게임의 스토리가 주는 "서사성"은 상당부분 완화되거나 아예 무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RPG 비디오 게임들이 주력하는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 효과, 간지나는 주인공과 동료들, 비극적이면서도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 같은 요소는 아예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로그류 게임이 주는 가장 큰 시각적인 특징이라면, 텍스트 문자(ASCII)로 이루어진 게임 화면입니다. 처음 로그류 게임을 접하는 사람은, '뭐야 이게 게임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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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버전 던전 크롤의 플레이 화면>

로그류 게임에서 주인공 캐릭터는 '@'으로 표시됩니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던전은 벽(#)과 길(.)로 이루어져 있고, 캐릭터를 습격하는 몬스터들 역시 문자 (D는 드래곤, o는 오크, j는 자칼...)로 표시되고 아이템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 $는 돈, %는 음식, !는 물약, ?는 마법 두루말이 ...)

이런 단순화된 게임 그래픽은 로그류 게임의 역사에서 기인합니다. 로그류의 게임은 옛날 전산실 메인프레임 컴퓨터 (서버) 시절에 개발되었습니다. (사실 최초의 RPG 게임이 로그류의 게임이었습니다.) 요즘 PC와는 달리 그런 서버의 자원은 여러 사람이 나누어 써야 했고 그래픽 처리 기능도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게임의 촛점은 그래픽이 주는 몰입감이 아니라, 게임 그 자체 특히 게임의 "룰"을 통한 재미를 얻도록 하는데 맞추어 지게 되었습니다.. 즉 RPG에서 역할극(ROLE-PLAYING game)이 아니라 게임(role-playing GAME)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요즘 나오는 로그류 게임들은 그래픽 타일을 지원하는 것들도 많습니다만 (던크도 아스키 버전과 타일 버전이 있습니다), 이 기본 접근 방향 만큼은 동일합니다. 

이 기본 설계 방향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인해 표현 됩니다.

* 정해진 게임 '시나리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적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혹은 스토리 라인은 없거나 매우 단순하며, 플레이의 목적은 단순히 최종 게임 목표를 달성하여 게임을 (고득점으로) 이기는 것입니다. 이는 '부루마블' 게임의 목적이 그냥 승리이지, 게임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감정 이입을 하는게 아닌 것과 같습니다.

* 게임의 무대가 되는 "던전"은 랜덤하게 <자동생성> 됩니다. 게임을 새로 할 때마다,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룰로 진행되는 바둑이나 장기의 매 게임이 전부 다른 것과 비슷합니다. 

*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은 마찬가지로 자제됩니다. 특히 게임상에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죽으면", 그 캐릭터에 대한 세이브 파일은 "영구 삭제"되며, 그 뒤를 이어서 플레이 할 수 없습니다. (영구적 죽음 permanent death) 기껏 고레벨 올려놓고, 고급 아이템으로 치장했던 캐릭터라도 한 번 죽으면 그냥 끝입니다. (세이브 파일을 카피했다가 덮어씌우는 편법이 존재하지만, 그건 그냥 치팅입니다.) 갤러그와 같은 슈팅 게임에서 모든 기체가 파괴되면 게임 오버인것과 같습니다. 

* 게임은 '턴-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매턴 플레이어가 어떤는 행동은 취할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지유입니다. 다만 플레이어의 행동은 게임의 결과에 직접적인 여향을 미치고, 잘못된 행동은 캐릭터에 대한 영구적인 죽음으로 이어지므로, 플레이어는 행동을 선택할 때 깊이 생각하고 주의하게 됩니다. 체스에서 말을 움직일 때 아무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눈앞에 몬스터가 보이는데, 싸우러 갈것인가. 아니면 옆의 문을 열고 도망 나갈 것인가를 선택합니다. (문 뒤에 더 강한 몬스터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싸우러 가기전에 미리 강화 마법을 쓰거나 마법 물약을 마실 것인가, 아니면 나중을 위해 아이템을 아낄 것인가도 선택해야 합니다. 매 순간 순간 게임 시스템은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만들고, 플레이어는 선택을 해야 하며, 잘못된 선택은 영구적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로그류 게임은 40년전에 처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본 사상을 가진 (그래픽 적으로도 별로 발전을 안시키고있는) 로그류 게임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플레이 되고 있으며,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로그류 게임이 주는 극단적인 '게임성'에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대작 RPG"들은 서사성과 몰입성이 높긴 하지만, 일단 그 컨텐츠가 한번 소비되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할 마음이 잘 들지 않습니다. 같은 영화를 두번 보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 로그류 게임들은 '게임' 그 자체가 주는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플레이를 하기 쉽습니다. 바둑을 매일 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재미있게도 일반적인 RPG에서는 캐릭터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간다면, 로그류의 게임에서는 (수없이 많은 캐릭터를 죽이면서) 플레이어의 경험치가 쌓이면서 레벨이 올라갑니다. 즉, 로그류 게임의 고수가 되는 것은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대전 격투 게임의 고수가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를테면 초보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초반에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입수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적으면 그 캐릭터는 금방 죽게 됩니다.


4. 던크의 설계 철학

영어로는 DCSS, 우리 말로는 던크 혹은 돌죽이라고 불리우는 게임은, 위에서 소개한 로그류 게임의 일종입니다. 로그류의 게임은 개발이 워낙 쉽고 소스가 공개되어 있어서 100개도 넘게 나와있습니다. 던크는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 (최초 던크 1997년, 돌죽버전 2004년, 최근 0.12 버전 2013년), 로그류 게임중에서 아주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던크는 위에서 말한 로그류 게임의 정수를 잘 이해하고, 그 철학을 잘 살린 게임 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설계의 철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외성(randomness)와 도전성(challenge)의 균형: 로그류 게임의 상당 부분은 랜덤하게 생성되므로 이는 난이도의 관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약한 주인공 앞에 말도 안되게 강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플레이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죽어 버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게임성이 죽어버립니다. 반대로 항상 평이한 상황만 발생해서, 생각없이 게임을 지루하게 진행하는 상황도 배제하고 싶긴 마찬가지입니다. 

던크의 게임 엔진은 미리 정의된 고난도 요소들과 랜덤 요소들을 적합하게 섞으므로서 이 균형을 맞춥니다. 그렇기 때문에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던크에서는 캐릭터의 죽음은 랜덤 요소 때문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즉 "죽을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건 랜덤 요소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라는 뜻입니다.  몬스터를 보자마자 싸우는 대신 도방 쳤더라면, 진작에 다른 기술에 경험치를 투자했다면, 서브 던전을 다른 순서로 클리어 했더라면, 아이템을 아꼈다면 혹은 아이템을 아끼지 않았다면...  게임 내에 누적된 플레이어의 (잘못된) 행동이 캐릭터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을 들였던 캐릭터가 죽었을 때, 플레이어는 "아 x발 컴퓨터 뭐야!" 이렇게 랜덤성을 저주하는게 아니라, "아, 진작에 화염 회피 기술 익혀 둘걸." , "뱀굴 먼저 클리어 하고 올걸." 하면서 자기의 플레이를 복기하고, 다음번 플레이에서 그 경험을 적용하게 됩니다.

* 플레이어 선택의 강조와 지루한 플레이의 방지

이렇듯 던크의 디자인은 그래서 모든 플레이어의 선택이 의미가 있도록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대신 쓸데없는 선택이 없도록, 지루한 플레이를 방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던전의 쉬운 부분에서 뺑뺑이를 돌면서 저렙 몬스터를 무한정 많이 잡아서, 초반에 레벨 업을 많이 하는 흔히 "레벨 노가다"라고 불리는 플레이는 아예 불가능 합니다.특정 던전 층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몬스터의 출현 빈도가 줄어들어서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캐릭터는 몬스터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는 동안 '식량'을 구하지 못해서 굶어 죽게 됩니다.)

아이템을 상점에 파는 행위도 불가능합니다. 쓸데없는 아이템을 주워서 상점에 가져다가 파는 행위 자체가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닌 '노가다' 행동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템을 보았을 때 플레이어는 필요한 아이템이면 줍던지, 아니면 버리던지 둘 중 하나의 행동을 해야 합니다. 최대 들고 다닐수 있는 아이템 개수가 52개로 제한되어 있고, 무게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또 버려둔 아이템은 몬스터가 주어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선택은 게임에 영향을 줍니다.

상점에서 파는 아이템을 비롯, 모든 아이템의 개수는 유한합니다. 즉 게임을 질질 늘여서 무한정 계속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백만턴이 지나고 나면 세상이 멸망하면서 무조건 게임 종료입니다.)

* 명료성 및 편의성

같은 선상에서 다른 로그류 게임들에 비해서, 던전 크롤은 상대적으로 게임 규칙이 단순하고 명료한 편입니다. 게임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은 전부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새로운 아이템이나 몬스터를 만날 때 까지 던전을 '자동 탐험'을 하는 기능이라던지, 이미 가본 곳까지라면 최단거리로 알아서 이동하는 '자동 이동' 기능, 이전에 버리고 온 아이템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가 원할때 찾아주는 '찾기' 기능이 제공됩니다. 즉, 머리를 쓰지 않고 행하는 단순 플레이는 최대한 배제하고, 플레이어는 꼭 필요한 선택만을 쾌적하게 진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다양성및 재도전

반면 던크는 플레이어가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진항 할 수 있게 만들어서, 게임을 여러번 플레이하게끔 유도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의 진행 방향이 완전히 바뀌기 떄문입니다. 게다가 랜덤하게 생성되는 던전은 매번 플레이를 다르게 만들어 주므로, 게임을 다시하는 재미를 극대화 합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생성함에 있어서 (캐릭터의 종족) x (캐릭터의 배경) x (캐릭터의 신앙)의 조합에 따라, 게임을 플레이 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게 됩니다. 이 조합을 다르게 가져감으로서,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5. 던전 크롤 게임 시스템 및 소개

a. 게임의 목적
던크의 게임 목적은 단순 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게임의 주 던전 (지하 27층)의 맨 아래층까지 가서 잠겨있는 문을 열고, 그 아래로 5층을 더내려가서 맨 마지막 층에 있는 특정 아이템 (Orb of Zot, 조트의 오브 흔히 X오브라고 부름)을 가진다음, 다시 맨 꼭대기 층까지 올라와서, 출구로 나오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던전 맨 마지막층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3개 (이상, 최대 15개)의 '룬'이 필요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룬을 얻기 위한 서브 던전을 3개 이상 클리어 해야 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마지막 오브를 손에 넣는 순간, 강력한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길을 가로막습니다. 이 모든 역경을 뚫고 다시 올라와서 던전을 탈출하면 최종 승리하게 됩니다. 죽거나 승리하여 게임을 끝내면 스코어가 기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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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버 화면. 왜 죽었는지를 알려준다. 현재까지 플레이의 최고 점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게임의 첫 목적은 생존입니다. 던전 안에는 몬스터들이 드글거리고, 거의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적대적입니다. 그리고 던전을 내려갈수록 더욱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캐릭터도 그에 맞춰 강해져야 생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강조되는 점은 캐릭터가 '생존'하는게 목적이지, '모든 몬스터를 도륙'하는게 목적이 아닙니다.

이 게임의 특성상, 아무리 만랩 찍고 강해진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자칫 잘못 부주의 하게 플레이하면 순식간에 도륙당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약한 게임의 초반부나, 몬스터들이 엄청나게 강한 게임의 후반부나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몬스터와 전투를 할지, 아니면 그냥 몰래 지나쳐서 건너갈지 항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은 대게 치명적입니다. 

b. 캐릭터와 성장
캐릭터에 던크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는 단 세가지 입니다. (힘 Strength, 지능 Intelligence, 민첩 Dexterity) 이 수치는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상승하고 (종족별로 초기값과 상승 폭이 다릅니다), 체력(HP)과 마력(MP)도 마찬가지로 상승합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경험치를 어떤 "기술치"에 몰아줄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기술은 30여가지가 있으며 전투 기술류, 생존 기술류, 마법 사용 기술류, 아이템 사용 기술류, 신앙심 사용 기술류 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술에 경험치를 투자할지 (그리고 어떤 기술에 '먼저' 투자할 지)는 게임에서 생존하여 진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결정 사항이 됩니다. 

이를테면 캐릭터가 공격을 하거나 마법을 사용하거나, 몰래 도망가거나, 아이템을 사용해서 효과를 보거나 할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팩터가, 그 행동에 관계하는 기술 레벨이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캐릭터를 암살형으로 키울지, 근접 전투형으로 키울지, 혼합형으로 키울 지의 선택은, 이 기술을 선택하여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루어 집니다. 

캐릭터 생성시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종족'을 결정합니다. 캐릭터의 종족 선택은 게임 플레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초기 결정사항입니다. 캐릭터의 종족에 따라 어떤 기술을 익히기 쉬운가 아닌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종족에 따라 몇가지 특수한 능력이 생긴다거나 제약이 생긴다거나 합니다. 이를테면 트롤로 진행하면, 캐릭터 지능 이외에도 마법적성이 낮아서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어렵습니다. 대신 트롤은 HP 회복속도가 빠르며, 날고기에서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얻습니다. 대신 그만큼 더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합니다.)

캐릭터의 특징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는 신앙입니다. 신앙을 갖지 않고 플레이 할 수도 있고, 어떤 종족은 아예 신앙을 가질 수도 없지만 (반신 혹은 악마혈통), 대게 캐릭터는 게임상에 마련된 10여가지 신앙중의 하나를 자의적으로 선택합니다. 일단 신앙을 가지면, 해당 신에게 특정한 규율을 지켜서 신앙심을 얻는 대신 (악마나 언데드를 죽인다던가, 아이템을 공양한다던가), 신으로 부터 보너스를 받습니다. (능력치의 상승, 특수 능력의 사용, 아이템 선물)  어떤 신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 진행의 양상 또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흔히 다른 게임에서 말하는 '직업'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만, 던크에서는 이 요소는 사싱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던크에서의 캐릭터는 직업 혹은 클래스라는 말 대신 "배경 background"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캐릭터의 배경은 게임을 선택했을 때 초기 기술 수치와 초기 아이템에만 영향을 줍니다. 이후 캐릭터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재량입니다. 

c. 아이템과 몬스터
로그류 게임의 전통대로 캐릭터는 특정 개수의 아이템 (52개)만을 소지 할 수 있습니다. 무기 + 방어구 + 장신구 + 마법 아이템 (책 / 두루마리 / 물약) + 기타등으로 구분되며,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다닐 것인가가 플레이어의 중요한 선택이 됩니다. (보통 현재 사용하지는 않지만 유용한 아이템들은 몬스터가 잘 생겨나지 않는 곳을 창고로 삼아 쌓아둡니다.) 이를테면 불꽃을 내뿜는 드래곤과 싸우기 위해 화염 방어 장비를 준비해서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독을 내뿜는 몬스터들이 나타나서 중독되어 죽어버리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로그류 게임의 전통처럼, '식별'하지 않은 아이템들은 그 효과를 알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처음 주은 물약은 그냥 '빨간 물약' 이런식으로만 표시되며, 실제로 그걸 마셔 보던지 (치료 물약일 수도 있고, 독약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식별 마법을 걸어야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모르는 물약을 용감하게 마셔볼지, 식별마법 사용이 가능할때 까지 기다릴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

몬스터들은 각 (서브) 던전에 레벨에 맞추어서 자동으로 생성됩니다. 던전이 처음 생성 될때 각 레벨 마다 일정 수의 몬스터들이 생성되어서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후 일정 시간간격으로 게임은 추가적인 몬스터(떼)를 생성합니다. (그러므로 클리어한 층이라도 간혹 몬스터들이 다시 생겨내서 캐릭터를 습격해 옵니다. 긴장의 연속.) 

몬스터 중에는 고유 몬스터 (Unique)라고 하는 몬스터들이 있습니다. 일반 RPG 에서 '보스'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들로 다른 몬스터들 보다 특별히 더 강하고 특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초반부에 등장하는지그문드(Sigmund)는 투명반지를 가지고 있고 강력한 낫을 가지고 있어서, (투명 상대를 사용할 방법이 떨어지는) 초반 캐릭터들의 학살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몬스터들은 그 특징이 다 다르므로 공략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원거리 공격이나 마법 공격, 속성 공격, 아이템 공격등. 그러므로 플레이어들은 몬스터의 특징을 알고, 그에 때한 대비를 적절히 해야 합니다. (몇번 죽다 보면 알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 몬스터를 만나면 위키를 열어보는 습관을 들이게 됩니다.)  특히나 게임 시스템은 간혹가다가 그 레벨보다 조금 더 어려운 몬스터 (Out of Depth Monster)를 의도적으로 생성하기도 하므로,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보면 즉시 전투할지, 아니면 일단 도망갔다가, 레벨업 한다음에 나중에 다시 올지를 항상 결정해야 합니다. 

고렙 캐릭터라도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초반 던전에서도 꽤 어려운 적들이 나올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모든 시간동안 항상 긴장의 연속이 이어집니다.


d. 게임 승리를 위한 전략및 전술
게임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러므로 모든 단계에서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선택이 필수 입니다. 

캐릭터 육성에 있어서 전략적이여야 합니다. 예를들어 전사형 캐릭터로 플레이를 할 경우,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를 결정해서 관련된 기술치를 집중 투자해서 올려야 합니다. 또한 민첩성을 중시해서 가벼운 갑옷을 입을지, 무거운 갑옷을 입을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이 선택은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초보는 근접전형 중장갑 전사형 캐릭터가 유리하지만, 암살자형 캐릭이나 원거리 전투 캐릭, 마법사 캐릭으로 진행하는 건 게임에 아주 다른 재미를 줍니다.)

그렇지만 후반부에 가면 특정 한가지 기술 (근접 격투) 만으로는 도저히 몬스터들을 상대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전략적으로 제2, 제3의 생존 기술을 준비해서 발전시켜 둬야 합니다. 이를테면 상황에 필요한 몇가지 저레벨 마법을 부가적으로 사용할수 있느냐가 캐릭터의 생존에 필수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물로 가득찬 레벨에서 중과부적일때, 날아서 도망갈 수 있느냐) 몬스터와 경험치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걸 어떻게 나눠서 투자할지가 플레이어의 선택의 관건입니다.

서브 던전을 어떤 순서로, 언제 정복할 것인가 또한 중요한 전략적인 결정상황입니다. 서브던전 마다 난이도가 다르고, 서브 던전을 정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아이템도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인 결정이 필요합니다.  최소 3개의 서브 던전만 정복하면 게임을 이길 수 있지만, 서브 던전을 점령해서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는 다던가, 고득점 엔딩을 노리기 위해서 추가적인 서브 던전을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술적인 면에서도 매 순간 플레이어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몬스터를 보고 전투를 할것인가 말것인가가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선택입니다. 그리고 전투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이템을 미리 사용할지 (이를테면 강화용 물약), 무기를 바꾸거나 장신구를 바꿀지, 특수 능력을 사용할지 여부등을 세심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약해 보이는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부주의하게 몬스터를 향해 무조건 돌진하다 보면, 그 뒤에 드래곤이 숨어 있을 수도 있고, 구석에서 켄타루스들이 달려나와서 화살 세례를 퍼부면, 뭐 해보기도 전에 한턴에 죽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통된 팁이라면 최대한 전략적으로 차분하게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죽으면 바로 게임이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예외는 고양이인데 이 종족은 추가 생명이 있어서 그 갯수 만큼 레벨 다운과 함께 부활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어렵다 싶으면 바로 도망가야 하고, 도망 갈 수 있는 수단을 항상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자기 캐릭터가 어떤 특수 능력과 아이템이 있는지를 항상 확인하고 (투명화가 가능한가? 광폭화가 가능한가? 텔레포트로 도망칠 수 있는가? 독저항을 늘릴 수 있는가?), 몬스터들이 어떤 능력과 약점이 있는지 파악한 다음 세심한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이를테면 투명화한 몬스터에게 손도 쓰지 못하고 맞아죽었는데, 알고 봤더니 수중에 안개의 두루말이가 있는 걸 나중에 깨닫고 나면 엄청나게 분통이 터집니다. . (안개의 두루말이를 읽으면 투명화한 몬스터의 윤곽을 볼수 있어서 공격이 가능합니다.)

이 게임은 디아블로가 아니라는 점을 항상 명시해야 합니다. 오히려 체스에 가깝습니다. 턴 방식 게임이므로, 항상 게임을 멈추고 얼마든지 깊게 생각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잘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인터넷에서 던크 위키를 참조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패닉에 빠져서 공격 버튼을 누르는 일은 확실한 자살행위입니다. 대신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어려운 몬스터를 만났을때, 한 몇시간동안 궁리를 거듭하다가 아이템과 기술을 잘 활용하여 생존하는데 성공했 때는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방심하고 있다가 만만한 몬스터에게 한방맞고 어이없게 게임이 끝나 버릴 수도 있는게 던전 크롤 돌죽의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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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크롤 그래픽 타일을 입힌 버전>


6. 마무리

던전 크롤은 무료로 다운받아 실행이 가능하며, 매우 저용량 저사양 컴퓨터 (이를테면 1GHz 256MB 메모리)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실행이 가능합니다. 모바일 버전 (안드로이드)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PC 버전 다운로드 : http://crawl.develz.org/wordpress/downloads) 

로그류 게임은 처음에는 약간 진입 장벽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 100명즘 캐릭터를 죽이고 게임에 대한 감이 생기고 나면, 이 게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던크의 경우에는 튜토리얼 모드와 게임내 설명이 잘되어 있고, 위키 사이트도 잘 유지되고 있으므로, 다른 로그류 게임에 비해 적응이 쉬운 편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한가지 확실한건 이 게임을 이해하고 나면, 다른 RPG들을 하고 싶은 욕구가 거의 들지 않게 될 정도로 (그런게 게임이냐? 동영상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지), 완성된 게임성을 보장해 줍니다. 어려운 난이도가 주는 도전성과,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도 남다릅니다, 몇 번이고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들어 주며, 그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어찌보면 '종합 예술'이 아닌 순수한 '게임'으로서의 비디오 게임에 완성형에 가장 가까운게 로그류 게임이고, 그 정점에 있는 작품중 하나가 던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