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책을 읽고 우울증을 벗어 던지다

 

 

영화, 로 만들어진 책

<채링크로스 84번가>

 

 

아름다운 글은 심금을 울린다. 어제는 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가」라는 책에 대한 서평을 읽고 마음을 빼앗겼다. 헌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책과 아름답게 연결시켜 책만큼이나 아름다운 글을 수 놓아 간다. 그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다. 그는 다만 나의 손이었고, 그는 다시 나의 영혼이 된다. 또 다른 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나는 어려서부터 헌책방에 다니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다녔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처음부터 헌책방을 좋아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가난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책값을 절약해보려고 헌책방에 다니기 시작했으리라. 그리고 나는 편지쓰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일 때문에 가끔씩 편지를 쓰는 때가 있는데, 힘은 들지만 편지 쓰는 걸 좋아한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편지는 이메일로 대치가 되어버렸지만 진정 살아있는 것을 느끼려면 펜을 잡고 사각사각 글씨를 써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그 책을 만난 것은 물론 헌책방에서이다. 정확하게는 아름다운 가게 헌책 코너에서였다. 모처럼만에 들린 헌책방에 볼만한 책이 없어 억울한 심정으로 서가에 꼽혀있는 책들의 제목을 이 잡듯 하나하나 살펴나갔다. 이상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띄였다. 채링크로스 84번가라니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열어본 결과? 책에 관한 내용이어서 두 말 않고 구입했다. 얼마에?, 2,000원에.

 

채링크로스 84번가의 책을 읽고 다니면서 얼마나 킥킥거리며 웃었는지 모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녀가 느꼈던 일들이 고스란히 감정전이를 해 왔다. 그러니 웃지 않고 배길 수 있었으랴. 그 작은 책에 잠시나마 내 영혼을 저당잡혔었다.

 

, 어제 나를 감동시킨 그 서평을 읽으면서 나는 바로 그 책을 읽고 있었을 때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의 헌책방과 편지에 대한 해석이 아름답다. 또한 책과의 만남을 너무 감미롭게 그려준다. 그의 서평을 읽고 있자니 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돈다. , 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헌책방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가장 아랫단에 쌓인 책을 빼들고 경건하게 읽는 남자를 본 적이 있다. 어찌나 성스럽고 고결하게 느껴지던지 그 사람의 손에 들린 책이 진귀한 보물로 보였다. 시처럼 아름다운 눈길이 아닌가. 수고스럽게 허리를 구부리고 위에 있는 책들을 들춰내고 좋은 책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그걸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리라. 이런 글귀는 나의 귀를 때리고 가슴을 방망이질하게 한다. 서평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부디 많은 독자들의 발걸음이 헌책방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 재미를 얻는 것보다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경험하는 게 더욱 재미나고 의미 있는 법이다. (http://www.readersguide.co.kr noelkids님이 쓰신 서평에서 발췌 인용함.) 이 얼마나 은근한 권유란 말인가. 해서 나는 어제 사고 싶은 책도 있어서 헌책방 순례길에 올랐다. 아직도 채링크로스 84번가라는 책이 당신의 부드러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요즈음엔 헌책방도 여러 종류가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책방이 있는가 하면, 몇 년 전부터 전철역내에 생기기 시작한 간이 헌책방도 많다. 보통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며, 통로에도 책들이 이중삼중 쌓여있는 전통적인 헌책방에는 어쩌다 한번씩 간다. 전통적인 헌책방 중 일부는 인터넷 헌책방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전에 내가 주로 다니는 곳은 전철역 내에 있는 헌책방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아름다운 가게에 헌책 코너가 생겨 그곳엘 자주 다니고 있다.

 

그것은 재작년 초겨울쯤의 일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범계역에 있는 헌책방에 들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하자면, 나는 범계역 내에 있는 헌책방에 가끔씩 들렸다. 전철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먹자골목으로 가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통로 한쪽에 헌책방이 자리잡고 있다. 나중에 그곳 사장님이 노량진역에 있는 헌책방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곤 최근에 그 사장님이 용산역에도 헌책방을 하나 더 내신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튼 바람이 세차게 부는 그 날, 그 헌책방을 지나게 되어 헌책을 구경하였다. , 그런데 새로운 직원이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책 구경을 했고, 아마 한두 권쯤의 책을 샀을 것이다. 계산을 치르다가, 눈망울이 참 큰 아주머니께서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말을 주고 받게 되었다.

 

그런데 힘드신가 봐요~! 하는 한마디에 그 아주머니께서 감정이 북 받혀서인지 눈물을 펑펑 쏟으신다. 나도 가슴이 저려왔다. 얼마나 힘드시면 생면부지의 사람 앞에서 눈물을 다 흘리시는가 싶어 참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자세한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좌우지간 나는 애써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나서는 좀 편안해지신 것 같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그 분의 일이 궁금했었다. 얼마 후에 다시 그쪽으로 가게 되어 헌책방을 들렸더니 아주머니께선 안 계셨다. 잘 살고 계신지 어떤지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용산역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던 자리에 헌책방이 하나 들어서 있는 게 아닌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그 헌챙방엘 들렸더니 세상에 범계역 헌책방에서 일하시던 그 분이 거기에서 일하고 계신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특별히 살 책도 없었지만 도와드리고 싶어서 책을 샀다. 마음 상태는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았다. 참 다행이었다. 

 

<아주머니께서 일하시던, 용산역 상행선에 있는 헌책방>

 

그리고 얼마 전 3월에 들렸을 때는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았다. 그 때도 몇 권의 책을 샀다. 그 날 그 곳에 사랑을 지혜롭게 하는 방법이라는 책이 한 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때 살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라 다음에 사야겠다고 미뤄두었다. 그런데 아는 분께 그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 그 헌책방엘 간 것은 바로 그 책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그 분을 만났을 때, 내가 샀던 책이 제임스 알렌의 책이었다. 저자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그 분이 권해주셔서 구입했다. 그 때 아주머니께서는 이미 그런 명상서적을 읽고 계셨던 것이다. 삶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희망을 찾고 계시던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의식이 성장하시게 되었을 것이리라. 어제는 내게 우주에 관한 쪽도 관심이 있을 것 아니냐면서 읽고 있는 책을 보여주시는 게 아닌가. 이야, 근데 그 책은 정말 수준이 높은 책이었다. 정말 많은 것을 깨달으시게 된 것 같았다. 손님 상대를 하시는 걸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베테랑 헌책방 직원이 되신 것이다. 손님들에게 좋은 책도 권하시면서 젊으신 분들에게는 책을 읽으라고 야단까지 치신다고 하셨다.

 

어제도 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하루 종일 손님을 상대해야만 하는 데에다가 손님이 없을 때는 또 기운이 없고, 물리적으로 워낙 여유시간이 없으니까 딱 1시간만이라도 자유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기다리는 시간에 책을 읽으신다든가 하면서 공부를 하시면 어떻겠냐고 하면서 오프라 윈프리 얘기를 해드렸다. 그 얘기를 꺼내자마자 알았다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고 말씀을 하신다. 무얼까? 헤어질 무렵에는 하루의 삶, 느낀 점등을 글로 써보라고 조언을 해 드렸다. 그래야 나중에 성공하셨을 때 자연스럽게 책을 내시게 될 게 아니냐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는 그분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분명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시고 힘차게 인생길을 달려가시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미 고통을 잘 겪어 내셨고, 또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을 하셨으니깐 말이다. 책을 계속 읽는다면 앞으로도 더욱더 성장 발전하시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리 싸인이라도 한 장 받아두어야만 할 것 같다. 그 분을 통해서 고통은 성장을 위한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헌책방 순례길에 용산역 헌책방에서 만난 아주머니와의 이야기가 마치 채링크로스 84번가의 헨렌 한프 이야기의 한편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헌책방 아주머니께 책의 힘이 오래도록 미치길 기원하고 싶다.

 

출처: http://www.myinglife.co.kr/bbs/bbs.htm?dbname=D0216&mode=read&premode=list&page=1&ftype=&fval=&backdepth=&seq=32&num=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