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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엄청난 주제이며 또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계속 이어져왔고 또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줄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주제에 제가 뭔가 말을 보탤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통속적 형태로 나타나는 박정희 공로론에 관해 평소 느끼는 불편함 몇 개 적어두겠습니다.
우선 다들 아시겠지만 이 논쟁의 구도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박정희의 공로가 완전히 없다거나 박정희의 군부독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주로 논점이 되는 사안 중 몇몇을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꼽으라면 이런 거겠죠.
1.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과 군부독재는 불가분의 관계였는가?
2.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박정희 정권이 기여한 몫을 정당하게 평가한다면 그 중요성은 얼마나 될까?
3. 박정희 정권의 군부독재 및 노동배제정책은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나? 등등등...
보시면 알겠지만 공과 과의 상대적 비중을 어떻게 잡느냐의 구도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주로 이럴 구도의 논쟁에서 박정희 옹호자들이 곧잘 쓰는 일종의 통속적 '속임수'가 있는데... 대개 이런식입니다.
ㄱ) 우선 한국의 경제성장이 예외적일만큼 성공적인 경제성장이었다는 주장을 깔아놓습니다. 이때 박정희 집권 당시 한국이 얼마나 어렵고 못사는 나라였는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죠. 또 이 주장에는, 예외적인 사태에는 뭔가 예외적인 이유가 있음에 틀림없다는 전제가 이 뒤에 암암리에 놓여져 있죠. 물론 이 암묵적인 전제 자체는 타당하다고 봅니다.
ㄴ) 그리고나서 반사실적 가정(과거에 일어난 실제 사실과 반대되는 가정)을 합니다. 여타 다른 조건이 다 일정한 상태에서, 단 하나의 요인 박정희가 없었다는 조건이 주어졌더라면 한국의 장래는 어떠했을까?
이거야 사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거죠.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박정희 옹호자들은 이 경우 그 당시 한국과 비교될만한 국가 중 몇몇 (필리핀도 이 중 하나)를 거론하며 그 나라와 오늘날의 한국을 비교해 봅니다. 이런 필리핀같은 나라들을 <박정희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한국이 처했을 상황>에 해당되는 나라로 '대치'시키는거죠. 물론 이런 비교를 통해 말하려는 메시지는 자명합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없었더라면 이후 한국이 걸어왔을 경로는 아마 필리핀과 유사했을 것이고, 이건 결코 박정희를 인정하지 않는 반대자들조자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박정희의 집권과 독재로 인해 일어난 결과는, 그 모든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능세계들 가운데서 가장 최선의 세계였다.>
그러나 사실 이게 속임수죠.
비교사례의 선택이 자의적입니다.
경제성장론 연구자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시피, 후발국의 선발국 따라잡기라는 경우에 예외적인 성공사례로서 '특별한 주의와 관심 그리고 분석'이 요구되는 사례로 꼽히는 나라들은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폴,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지 결코 한국 하나가 아닙니다.
개발국가론 논자들의 이론도 바로 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에 착목해 이 나라들이 경제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남미나 동유럽,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아시아 국가 특유의 체제상의 공통점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작업이죠. 한국은 경제성장이라는 면에서 분명 예외적인 성공사례입니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아시아의 예외적 따라잡기 성공사례의 하나일 뿐이죠.
이걸 감안하면, 박정희가 없었더라면 일어났을 가상의 대체역사를 추정할 때 그 목적을 위해 정당한 비교사례는 필리핀이 아니라 대만, 싱가폴, 중국, 일본 등의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틀을 잡고 검토하는 순간, <박정희> 개인이라는 아주 특수한 역사적 우연성에 의거해 한국의 예외적 성공사례를 설명하려는 모든 시도는 빛을 바래고 말죠.
좀 쉽게 말해, 이런 속임수는 개신교 목사들이 종종 신자들을 상대로 써먹는 저질 속임수와 그 패턴이 일치합니다.
<기독교 안믿는 나라들을 봐라. 대체로 못산다.... 한국이 예외적 성공을 거둔데는 예외적 이유가 있음에 틀림이 없는데, 이는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예외적으로 기독교가 부흥한 나라라는데서 찾아야 한다>
이 역시 <아전인수적 비교사례 선택>이라는 속임수죠. 당장 옆나라 일본과 중국만 보더라도 이 논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한국 개신교 목사들의 고질적 악성 저질 구라인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마찬가지로, <비교대상의 자의적 선택>을 통해 <박정희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한국은 필리핀....>을 주장한다면 이는 박정희의 반대자을 물론이거니와 중립적인 구경꾼들에게도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옹호자들의 지적 정직성에 대한 불신감만을 부추길 따름이지요.
이러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만 싱가포르 일본 모두 1당 독재에 가까운 시절이네요. 대만은 국민당 독재 싱가포르는 인민행동당 독재 일본은 자민당 독재 중국은 공산당 독재시절이긴 하지만 저땐 문혁으로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었으니 제외하는게 맞겠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독재자와 중화학공업 과잉투자로 박정희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필리핀과 비교하는건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안보로는 베트남과 비교하는게 맞구요.
검색 10초만에 찾은 그래프(gdp)라 좀 민망합니다만...;; 박정희 시대의 경제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특히 초기10여년간은 거의 정체 상태로 보입니다. 민주 정권이라면 10년씩 기다려줄 국민은 없었겠죠.
물론 산업화 초기 단계에는 권위주의 정권이 상대적으로 많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 중론이고, 이것은 한국전쟁 직후 북한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예요. 그렇다고 북한이 김일성 없었으면 경제성장 못했다? 이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경제발전은 문화적인 전통과 국민들의 교육열, 근면성, 종교와 같은 변수를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보입니다.
가령, 카리브해 연안의 흑인들 사이에서는 남자가 한 여자에 정착하는 것을 바보로 여기는 문화가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 문화권과 가부장적 가족 중심의 문화권에서는 똑같은 정책을 쓰더라도 다른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많은 독재 국가 가운데 어떤 국가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어떤 곳은 못 이룬 것은 오직 독재자의 역량 차이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박정희의 경제적 성과나 의지는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의 토대를 잡은게 박정희라는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가발 수출하고 쥐가죽 밍크 수출하고 먹고 살았어요.
자급자족도 안되는 수준이었고 그걸 비록 안보상황이라는 요인이 있었지만 반대여론을 누르고 중화학 공업육성으로 바꾸어서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을 일으키면서 한국을 제조업 국가로 발전시키는데 이바지 했죠.
다른 선진국들 거의 1세기 수십년에
걸쳐 성장한것을 압축 정상할려니 대기업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이 나중에 부작용도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60년대까지 필리핀에도 뒤졌던 gnp가 70년도에 접어들면서 앞서고 그 격차를 계속 벌리면서 고도성장을 계속했죠.
한국의 성장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고도성장이었고 다른 국가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송도 하고 싱가폴, 홍콩, 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의 4룡 끄트머리에 낄 수 있었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박정희가 없었더라면 경제성장은 거의 불가능했다>라는 주장의 여러 유형 중 하나가 좀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거죠.
<박정희 집권 당시 경제성장이 일어났다>와 <박정희가 집권하지 않았더라면 경제성장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서로 성격을 크게 달리하는 주장이죠. 되풀이 합니다만 이 글에서 제가 문제삼은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였습니다.
박정희는 정치로 비판해야죠. 중정의 정치공작 민주주의 후퇴 투명하지못한 흑막정치 유신독재 같은걸로 비판해야지 경제정책은 정말 박정희가 제2의 베트남이 되지않고 필리핀을 능가하는 국력을 갖추도록 한 건 박정희가 평가받아야 할 업적이 맞아요. 가정법으로 박정희 없어도 대만 싱가포르 일본처럼 발전했을 가능성은 저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박정희가 부재했을때 필리핀처럼 됐을거란건 제 정신으론 하기 힘든 생각이죠
그런 결과를 도출해내려면 장면내각이 마르코스수준으로 부패하고 10개의 일루스트라도스 가문이
국가경제를 독점하는것과 같은 상황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죠
근데 뒷북이지만 종교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기독교 믿어야 잘 산다 그런 얘기가 아니라 광신이 경제 성장에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단 뜻이죠. 사회, 문화적 뒷받침이 없는 경제 성장은 지속되기 힘듭니다.
가령 힌두교의 경우 인도 경제 발전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슬람의 경우도 극단으로 흘러가면 그렇고요. 카스트 제도가 유지되거나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제약을 받는 사회는 경제 발전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틀림없이 한계에 봉착한다고 봅니다.
필리핀하고의 비교도 가능하죠. '필리핀처럼 되지 않게 막은 것도 업적이다'라는 주장도 할 수 있으니까요.
진지 모드로 들어가자면, 실제로 우리의 경제성장과 비교 가능한 나라는 대만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은 산업화/근대화의 출발선에 워낙 큰 차이가 있어서 논외이고, 싱가폴은 국토의 협소함으로 인하여 중국은 소위 말하는 죽의 장막이라는 정치적 환경의 이질성으로 인해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을 비교 분석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만은 출발선도 비슷하고 크기도 크게 차이나지 않고 독재라는 정치 환경도 유사했고... 무엇보다도 고도성장의 문화적 배경으로 간주되는 한자/유교문화권에 속한다는 점때문에 매우 훌륭한 비교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의 성장모드(즉, 질적 측면)이 대만보다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방향을 잘 잡고 제대로 추진했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대만도 나름 선전한 셈이니 우리가 대만보다 낫다는 진단은 우리가 매우 잘 해냈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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