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 9개 노선, 총연장 85.41㎞의 경전철을 내년부터 2025년까지 8조5533억원을 조달해 추진하는 내용의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008년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하려 했으나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과도한 예산 투입으로 보류됐던 사업을 5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입니다.


어제의 경전철 재추진 기자회견은 박원순이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임을 드러내는 순간이죠. 박원순은 사실 참여연대 활동할 때부터 노회한 정치꾼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현금엔 바로 반응하고 관심을 가지지만 어음엔 반응속도도 느리고 별 관심이 없습니다. 경전철 노선을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은 이 사업 발표가 자기 이익을 실현해 줄 현금으로 보이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은 나중에 자기가 부담해야 할 돈인데도 그건 나중 일인 어음으로 보이죠.

이번 박원순의 경전철 전략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의 세종시(당시에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지만)수도 이전 공약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충청도 사람들에겐 수도 이전은 자기 이익을 바로 실현해줄 현금으로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수도권 사람들은 이 공약이 당장의 문제가 아니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은 이 공약으로 이회창이 고향으로 생각하는 충청권에서 이회창을 눌러 대권을 잡았지요. 2002년 대선은 충청권이 사실상 결정했습니다.

박원순은 자칭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한 골수 새누리당 반대 그룹은 설사 이들이 이 경전철 사업이 타당성도 없는 토목사업이며, 부채를 증가시키는 뻘짓이라고 비판하여도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은 원치 않기 때문에 자기 표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이 사업의 실현여부를 떠나 계획의 발표만으로도 이 경전철 노선을 지나는 지역민들은 기대를 할 것이고, 기대를 현실화하려면 박원순의 재선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해타산을 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 노선을 지나는 지역의 보수적 주민들을 자기 표로 만들면 두 배의 효과를 본다는 계산을 한 것이죠. 서울의 전지역을 10개 구간에 걸쳐 2025년까지 온통 두더지 굴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그만큼 이해관계가 얽히는 서울시민들을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죠. 지하철 공사는 시작부터 완공까지  최소 5년, 보통 연장되어 7~8년이 걸립니다. 2025년까지 10개 구간을 건설한다면 2025년까지 서울시는 경전철 공사로 난장판이 되고 교통상황도 엉망이 될텐데 저런 무리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추진 의사가 있다기 보다는 내년 지선 국면에서 노선 주변 지역민들을 솔깃하게 만들어 호도하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박원순이 왜 하필 이 때에 이런 계획을 뜬금없이 내놓았는지 발표 시기에 저는 의문이 듭니다. 내년 지방선거는 2014년 6월4일로 아직 10여개월이 남아 내년 지선용으로 경전철 발표는 시기가 빠른 감이 있습니다. 저는 박원순이 이렇게 느닷없이 발표한 것은 현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박원순 개인적으로는 노량진 배수공사 인부 7명 사망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있고, 민주당은 NLL 관련 대화록이 국가기록관에 없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박원순 개인과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대면한 곤혹스런 정국에서 서울시민들의 시선을 돌려보고자 하는 국면전환 시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제 박원순의 발표가 있자 벌써 오늘 경전철 노선 구간 지역에는 민주당 명의의 환영 플랭카드가 거리 곳곳에 걸렸더군요. 박원순과 민주당이 조율하에 진행된 것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죠.

이 사업을 계획했던 전임 시장을 그토록 비난해 놓고  박원순이 이제 와서 타당성이 있다고 추진하겠다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자기 말을 번복하여 재추진하겠다면 과거 전임 시장을 비난했던 것에 대해 먼저 사과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죠.

자기가 부정했던 불과 2년전에 한 서울시 교통예측과 지금 검토한 서울시 교통예측이 달라질 이유와 요인이 2년 동안에 있었나요?

솔직히 저는 박원순이 경전철 사업이 타당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9호선을 맥쿼리에서 대형보험사나 시민펀드로 대체하겠다고 하는 박원순이나 서울시의 능력으로 보아 경전철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분석했다고 믿기 어렵습니다. 9호선도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데 어느 민간 사업자가  경전철 사업에 뛰어들겠습니까?  맥쿼리에 해 준 MRG 조건으로도 어떤 민간 사업자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물며 박원순은 MRG 조건도 내걸 수 없는데 민간 유치를 어떻게 합니까?

경전철은 건설사업비는 일반 지하철보다 덜 들지 모르지만 수송능력이 일반 전철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일반전철보다 더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전철은 역사(플랫폼)의 길이가 짧고 경전철의 폭도 좁아  한 편성차량이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이 일반 전철의 1/5에도 못미칠 것입니다. 의정부나 용인, 김해의 경전철 운행 차량 길이나 역사의 길이를 보면 대충 감이 올 것입니다. 의정부, 김해 경전철은 플랫폼이 짧고 2량만 연결되어 운행됩니다. 서울 경전철이 김해나 의정부에 비해 플랫폼이 길지는 모르지만 경전철의 폭이 좁은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아래에 의정부 경전철이 어떤지 보여주는 블로그를 링크합니다. http://blog.naver.com/kgbaby9948?Redirect=Log&logNo=90177691792

현재 건설중인 우이-신설선 경전철은 2량 1편성, 길이 25.6m, 폭 2.65m, 높이 3.6m입니다. 용인, 의정부 경전철과 유사한 규모입니다. 용인 경전철이 일반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절반 밖에 안들어 경제성이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은 어떠습니까? 용인, 의정부, 김해는 그나마 지상철이라 건설비가 덜 들었지만 서울의 경전철은 모두 지하에 건설되어 건설비가 의정부, 용인, 김해보다 훨씬 많이 들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이용은 출퇴근 시간에 집중되고 출퇴근 시간 이외에는 한산합니다. 따라서 배차도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간 안전이 지켜질 정도만으로 촘촘하게 배차(2분 간격)하지요. 그런데 경전철은 이론상 90초마다 배차는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90초마다 배차한다 하더라도 수송능력이 일반 전철에 비해 1/5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건설중인 우이-신설선 경전철의 수송능력이 1만명/시간이고, 4호선이 6만명/시간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확실히 경전철은 일반 전철(중전철)에 비해 수송능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지금 일반 전철도 출퇴근 시간에 2분마다 배차해도 전철이 북새통으로 발디딜 틈이 없을 지경입니다. 만약 출퇴근시간에 경전철에 많은 이용객이 몰리면 안전사고도 우려되고 정상운행도 힘들 것입니다. 경전철은 폭이 좁아 많은 승객이 동시에 몰릴 때 일반 전철보다 안전에 있어 취약합니다. 지금 서울시가 추진한다는 경전철 중 1~2개 노선은 이용객이 많을지 모르지만 다른 노선들은 이용객 수가 기존 전철구간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설사 경전철 노선 예상 이용객 수가 기존 일반 전철 노선과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경전철의 수송능력의 한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경전철은 일반 전철(중전철)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는 점입니다. 중전철이 80~90km/h, 경전철이 60~80km/h이고, 표정속도는 중전철이 40km/h대인 반면, 경전철은 30km/h대입니다. 물론 경,중전철의 역간 거리가 얼마이냐에 따라 이 표정속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계획하는 경전철의 역간 거리는 기존의 전철보다 짧을 것으로 보여 중전철보다 표정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이-신설선의 경우 11.4km, 13개역으로 전구간 운행에 22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론상 표정속도가 31km/h 밖에 되지 않고 실제 운행시 표정속도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경전철의 속도는 중전철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그 경전철 구간의 버스 속도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지 따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서울시 대부분의 간선도로는 버스전용차선이 있어 버스의 시내구간 속도도 괜찮은 편이며, 연착하는 경우도 특수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없습니다. 거기에다 버스 정류장마다 실시간 정보를 보여주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버스의 도착시간을 알 수 있어 대기 시간도 길지 않습니다. 속도나 편의성에서 버스와 경쟁해야 이용객을 흡수할 수 있는데 경전철이 버스와 경쟁력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용인 경전철이 저렇게 죽을 쓰는 것도 동백지구 주민들이 버스 이용하여 서울 가는 것이 경전철보다 시간이 덜 걸리고 편해 용인 경전철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경전철의 사업성(경제성, 타당성)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전철은 출퇴근 시간에 운송할 능력이 한계가 있으며, 우리나라 교통 이용 특성상 출퇴근 시간에 많은 이용객을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운송수단의 경제성을 좌우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경전철의 이용객을 어떻게 추정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서울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전철의 사례를 들어 추정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기존의 일반 전철 노선은 이용객도 많은 (황금)노선들인데도 지금 대규모 적자가 나는 판인데 경전철이 경제성이 있어 사업을 하겠다는 민간사업자가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일까요? 경전철은 일반 전철보다 요금을 2배로 하면 모를까 절대 사업성이 나오지 않습니다. 일반 전철보다 불편한데 일반전철보다 요금이 비싸면 당연히 이 노선을 지나는 지역민들의 불평이 늘어날 것이고 버스와의 요금 경쟁에서 밀리면 이용객은 줄어들어 요금 인상도 쉽게 하지 못합니다. 이래저래 적자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원순이 내년 선거를 위해 지키지도 못할, 또 지켜서는 안 될 10년 뒤의 사업을 空約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