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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따르면, 19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단막연속극 수사반장이 20회 한정 시리즈로 부활한다고 한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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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차별 논란의 한 축인, 예를 들어 '범인은 대게 전라도 말씨'라는 논란에 휩쌓이기도 했던 수사반장을 본 기억에 의하면, 당시 시대상의 약자의 울분을 '범인을 잡는 것'으로 대리만족하게 하는 것으로 최근에 정교한 추리나 최첨단 수사과학이 동원되는 CSI류의 미드나 하다 못해 그런 미드를 다분히 모방한 한국드라마의 흐름상 '단순한 대리만족용'이었던 수사반장이 흥행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최근에 고령화 사회에 발맞추어 장년층은 물론 고령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들이 종편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고 하니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볼 일 많은 청년층이 더우기 '본방사수'보다는 기록된 영상물로 다시보기를 즐겨하는 현실에서 특히 공중파인 mbc에서 시청율로 선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내 예상이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훑어 내려가다가 다음 대목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한번은 육영수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드라마 끝날 때 항상 최불암씨가 담배 피우는데 그거 좀 줄일 수 없나요?' 그러데요. '왜 그러시느냐'고 했더니 '근혜 아버지도 그 장면 나올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데 못 견디겠어요' 하더라고요."
(관련기사는 여기를 클릭)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했던가? 도대체 편히 마음놓고 읽을 신문이 없어 행간을 읽고 다른 신문의 동일 주제의 기사와 '크로스 체킹'을 한다음에야 겨우 기사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소시민이다 보니 나의 그런 염려가 '육영수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라는 문장에서 눈이 멈춘 대신 머리가 바쁘게 회전한다.
'육영수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최 전 총경에게?'
최중락 전 총경은 단막연속극 수사반장의 극본들의 실제 인물이다. 당시 한국 경찰 강력게에서 독보적이고 전설적인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육영수가 직접 전화를 건다?
뭐, 백번 양보해서 퍼스트 레이디가 관련 연속극의 담당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최중락 전 총경이 수사반장 극본들의 실제 인물이었지만 수사반장 단막 연속극에서는 '숨은 인물'이다.
드라마의 '흡연 장면'에 불만을 토로하기 위하여 PD나 수사반장 역을 맡았던 최불암에게 전화를 했다면 그건 뭐 이해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숨은 인물'인 최중락 전 총경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오독했나? 생각을 하면서 기사를 두어번 더 읽어보았지만 최전총경의 대화는 '일인칭 시점'이다. 절대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의문을 뒤로한 채 다시 읽어내려가니 '의문에 집중하느라' 간과했던 표현이 나온다.
'근혜 아버지도 그 장면 나올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데 못 견디겠어요'
'근혜 아버지'라고 육영수가 언급했다고 한다. 숨이............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내뱉어진다. 이게 드라마 대사라면 정말 명대사이다. 그리고 내 머리 위로 '통일벼 볍씨'에 대한 일화가 떠올려진다.
전해지는 일화에 의하면, 박정희는 쌀증산을 위하여 당시 농촌진흥원 등 다수확 품종 개발 독려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통일벼 볍씨'였다. 품종이 개발되고 첫 수확을 한 것으로 밥을 짓고...... 농촌진흥원의 연구원들은 그 '영광'을 대통령에게 돌리려고 대통령을 초대했고 박정희는 그 자리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런데 박정희는 바쁘다는 이유로 수저조차 잡지 않고 헬기를 타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 일화가 만일 사실이라면, 단막연속극 수사반장을 보면서 최불암과 같이 담배를 피우는 박정희......와 그렇게 고대했던 '통일벼 쌀'로 최초로 만든 밥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를 뜬 박정희.......는 일개 서생인 나에게는 이해불가..이다.
내가 박정희나 육영수 그리고 박근혜에게 트집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에게 지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순간적으로 호흡을 멈추게 할 정도'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말 드라마 대사라면 '명대사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을 아무리 생각해도 사실같지 않은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시청자, 또는 독자에게 정치, 사회 기사에서 냉철한 이성을 요구하는 기사가 아닌 감성팔이를 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라는 것을 논외로 한다면....... 역시 '감성팔이'도 조선일보가 한겨레보다 몇 수 위라는 것이다.
즉, 연극으로 말하자면, 조선일보라는 배우는 무대 위에 올라가 결코 울지 않는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울음을 참는 조선일보라는 배우 대신 펑펑 운다. 그런데 한겨레라는 배우는 무대 위에 올라가 목청 놓고 울어젖힌다. 그걸 본 관객들은 대게 '뭥미?'하면서 같이 울어주기는 커녕 '왜 우는지' 그 우는 맥락을 이해하느라 같이 울어줄 타이밍을 놓친다.
아래, 피노키오님께서 '진정성'을 주제로 좋은 글을 쓰셨는데 평소의 피노키오님의 글과는 달리 뭔지 2% 빠진듯한 느낌이 들어 몇 자 끄적여 보았다. 물론, 피노키오님의 글이 실제 2% 부족한지, 그리고 2% 부족하다면 그 2%를 이 글이 제대로 채웠는지는 읽는 분들이 판단하시겠지만.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寂易騷"를 남기고 간다.
2013.07.25 15:14:55
한그루님/
전에 말씀하신 국민 교육헌장에 따르면 한그루님은 개그를 하실 것이 아니라, 영화 감독을 하셔야 겠습니다. 음휏휏.연극으로 말하자면, 조선일보라는 배우는 무대 위에 올라가 결코 울지 않는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울음을 참는 조선일보라는 배우 대신 펑펑 운다. 그런데 한겨레라는 배우는 무대 위에 올라가 목청 놓고 울어젖힌다. 그걸 본 관객들은 대게 '뭥미?'하면서 같이 울어주기는 커녕 '왜 우는지' 그 우는 맥락을 이해하느라 같이 울어줄 타이밍을 놓친다.
2013.07.25 22:47:15
비행소년님/농담을 다큐로 받으시면 저의 리액션은 어케 해야죠? ^^;;;
액면인데 비행소년님은 좋게 표현하면 순수하시고 조금 약올리는 의미로 표현하자면 순진하신거 같아요.
예전에..................... 저에게 온라인에서 인문학 분야에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당시 서울대 2년생 친구가 생각이 나는군요. 뭐, 제가 워낙 인문학의 기초체력이 부실해 그 가르침의 반도 채 소화못했지만 '이제 겨우 대학교2학년 생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국산사자음미체.... 통달 안한 과목이 없더군요. 아직도 이름이 기억납니다. 뭐, 잠시 손을 쓰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인연이 다으면 만나겠죠. 서로 실명은 알고 있으니까.
근데 그 친구의 순수함과 순진함이.... 비행소년님의 글들을 보면서 생각이 나더군요. ^^;;;
2013.07.25 15:44:07
이거야 한겨레한테 좀 미안한 얘기긴 한데, 한겨레 창간 당시부터 한겨레의 질떨어짐은 어느정도 예상되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선일보에서 광고중단, 기자해고 사건이 터진 이후에 복직이 된 사람들과 안된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짤린 사람들이야 능력에 비해 투쟁성만 강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뒤로도 조중동에 비해 자금력 등에서 딸렸던 한겨레에 뛰어난 인물들이 잘 수급되지 않았던 것도 이 트렌드를 가속화시켰다고 보이고요.
일단 지금 데스크 맡고 있는 사람들이 대충 20년 전쯤에 신입이었다고 생각하면 대충 그림이 그려집니다.
물론 한겨레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겨레 기사의 상당수가 수준 이하라는 것이죠.
저번에 한겨레에서 경력을 꽤 쌓았던 기자가 특강에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기자에겐 글쓰기 솜씨는 별로 필요 없다. 문제의식만 좋으면 된다'
한겨레의 현상태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준 한마디였습니다.
2013.07.25 17:31:57
디즈레일리님/아버님 사업을 물려 사업가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학생이었던 저와는 달리 사회 생활부터 '짱짱한' 브루조아였죠. 그 친구,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함께 구독했었는데 어느날 '한겨레 끊었다'라고 하더군요.
이유인즉, '한겨레는 너무 썰을 기사화한다'라고 하더군요. 이친구가 아마... 한겨레 '국민주주'인가 뭐인가였습니다.
님의 말씀에는 제가 아는 부분은 공감이고 제가 몰랐던 부분은 정보 감사드리고요....
우리나라 정치 포지셔닝상 진보진영이 적다는 측면에서 보면 전혀 이해못할 것도 아닙니다만 제 생각에 저널리즘에 철저했다면 아마도 저렇게까지 처참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쉬운게 요즘은 뜸하지만 '사회 르뽀'는 역시 한겨레!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요즘은 조선일보 이상으로 저질로 놀아 홈피도 거의 안갑니다만.
저널리즘이 시대가 바뀌었다고 바뀌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널리즘이 뭔지도 모르고 자기주장만 반복하니 촌스러움을 너머 촌극이 되버린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님이 언급하신 부분...
'기자에겐 글쓰기 솜씨는 별로 필요 없다. 문제의식만 좋으면 된다'
그 문제의식이 '조선일보 뺨치는 팩트편식'에 의한 것이라 문제라는 것입니다. 감히, 평가하자면 (물론, 조선일보 포함)기자들... 인터넷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수준의 시각을 보이는 블로거들보다 수준이 낮아 보여요. 진중권이 이야기한 '지식인은 필요없는 시대'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친일파 신문이라는 조선일보가 신문을 인쇄하는 활자체를 만드는데 국내에서 제일 많이 투자한다고 하더군요. 조선일보가 읽기 편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포탈에서 신문을 읽습니다만 각 신문사 홈피를 방문하면 조선일보가 가장 집중도가 높아지더군요.
언론이라는게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게 아니라' '독자가 들어야 할 말을 하는 것'이라는게 제 생각인데 조선일보는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면서 슬슬 자기편으로 꼬셔가는데' 한겨레 역시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데' 외연이 확대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걸 단순히 '국민들이 무식해서'라고 비웃지 말고 '왜 그런지 판단해야 하는데' 한국 진보들의 뿌리깊은 병폐 중 하나.... '남의 탓'만 하고 있다는게 문제이죠.
아마 한빠와 노빠의 차이인거 같아요. 한빠들의 노예근성은 정말 질릴 정도이지만 딱 하나 마음에 드는건 '남의 탓 절대 안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노빠들은 한결같이 남의 탓.
이 두 대비되는 것을 한마디로 줄여 표현하자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인다는 것'이죠.
2013.07.26 03:15:56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는게 나쁠건 없겠죠. 그리고 다른 신문사들에 비해서 열악한 재정때문에 급료수준도 낮은데 그런거라도 없으면 힘들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결국 그런 재정적인 문제때문에 재능이 뛰어난 기자들이 한겨레보다는 조선이나 중앙쪽으로 몰리는거 어쩔수 없는듯 싶어요. 그래서 그런거 감안하고 기사도 좀 봐줘야 하지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뭐 그런 돈 덕분에 외부 필진들 수준에서도 차이가 많이나기도 하고요. 제 친구들 중에서 한겨레 문화부쪽 기자들의 무식함에 치를 떠는 친구들이 있어요. ㅎㅎ... 조선 기자애들이 오면 정말로 몇 시간 재미나게 수다라도 떠는데 한겨레 애들이 오면 정말 할 이야기가 없다면서... 근데 조선이래서 글 써달라면 거절하곤 하던데. 암튼... 돈이라는게 뭔지 싶기는 하네요.
뭐 그런 돈 덕분에 외부 필진들 수준에서도 차이가 많이나기도 하고요. 제 친구들 중에서 한겨레 문화부쪽 기자들의 무식함에 치를 떠는 친구들이 있어요. ㅎㅎ... 조선 기자애들이 오면 정말로 몇 시간 재미나게 수다라도 떠는데 한겨레 애들이 오면 정말 할 이야기가 없다면서... 근데 조선이래서 글 써달라면 거절하곤 하던데. 암튼... 돈이라는게 뭔지 싶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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