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원래는 FTA의 유형이나 한미FTA의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보다도 한미FTA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일단은 글을 올려 봅니다. 제가 경제학에 대해 지식이 짧은 터라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꽤 많은데요. 그래도 나름대로 다양한 논조의 언론보도를 참조하려고 노력은 했다고 자평해봅니다.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연구한 결과는 대략 4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는 2006년 3월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한 결과로 실질 GDP가 7.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이상의 자료는 못 찾겠네요. 연구 제목도 모르겠고...

 둘째는 2007년 KDI(한국개발연구원)를 비롯한 11개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입니다.(아래에 첨부파일로 올려놨습니다.) CGE(일반연산균형) 모델로 분석한 결과,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서 실질GDP가 6.0% 증가될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아래는 이 연구결과에 대한 질의응답입니다.
KDI 질의응답: http://cafe.naver.com/ArticleRead.nhn?articleid=2484&clubid=12468191

이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론들도 있습니다.
정태인 반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07939
서준섭 반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11614

 여기에 대해서 다시 국책연구원에서 반론한 글이나 보수언론들에서 반론한 것은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있다면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름대로 꼼꼼히 읽어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솔직히 이해를 잘 못 하겠네요. 특히 서준섭의 반론은 무슨 소린지...여기에 대해서는 일단 판단을 보류하고요. 다만, 그 당시로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이 보고서를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보고, 중요한 건 셋째와 넷째 연구일 것 같습니다.

 셋째는 2009년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한 '기발효FTA와 한미FTA 발효시 경제적 효과분석'입니다.
프레시안 보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918224749&section=02
한겨레 보도: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76562.html

 부분균형 모형 분석으로 분석한 결과, 한미 FTA 발효 후 15년이 지났을 때 대미 무역수지는 70억7785만 달러 적자에 달하며,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제조업마저 심각한 무역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GDP 증대나 고용증대 등 거시경제 효과 분석도 중간에 포기했고요.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는 일반균형 모형 분석을 썼다가 이번에는 부분균형 모형 분석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CGE 모형 분석에서 사용하는 국제무역분석프로젝트(GTAP)의 제6버전은 최근 경제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았고, 최근에 출시된 제7버전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분석에 한계가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선택가능한 부분균형 모형 분석방법을 이용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구글에서 찾아본 결과 이에 대한 반론 보도는 없는 것 같더군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보도는 찾을 수 없었고, 동아일보와 쿠키뉴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보도: http://www.donga.com/fbin/output?f=bz_&n=200909140145
쿠키뉴스 보도: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gCode=eco&arcid=0921420007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나온 거죠. 정부의 반론, 즉 "이 연구는 생산성 향상과 생산효과, 소비자 후생 증대 등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 보수적 추정치"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여전히 별로 없습니다. 2007년도에 나온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은 세계 경제의 변화나 정권 변화에 따른 경제 정책 기조의 변화 등을 반영할 수가 없고, 기본 데이터도 달라졌을 테니 현 상황에서 큰 의미는 없다고 보고요. 2009년 KIEP에 이 연구를 부탁했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미FTA가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별로 없다는 것을 정부도 자인한 셈이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국책연구기관을 크게 신뢰하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정부의 눈치를 보게 돼 있으니까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은 정권이 바뀌거나 원장이 새로 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구 자율성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원장의 전공이 무엇이냐에 따라 보고서를 많이 낼 수 있는 전공자도 생기고 보고서가 외면당할 다른 전공자도 생긴다. 한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원의 말이다.
 "알다시피 저희 연구원은 재정적으로 특정 행정부처에 거의 의존하고 있어요. 친정부적일 수밖에 없죠. 원장, 부원장, 교육실장 등은 부처에 상시적으로 인사를 다녀요. 영업 나간다고도 하죠. 우리가 정부 하수인이라고요? 하수인이 아니라 동체同體죠."

                                                                                                                                        -<지식인의 죽음> 175p 중에서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한미FTA가 '국익'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거의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넷째, 역시 2009년에 TDI(국제통상연구원)에서 연구한 ‘한EU 및 한미FTA의 거시경제효과비교,분석’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CGE모델에서 가장 최신의 데이터인 GTAP(국제무역 분석 프로젝트) v7로 행해졌으며, 한미FTA 실질 GDP 증가율은 0.2%~0.13%에 불과하다는 결론입니다. 최신 데이터라 해도 2004년 데이터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안 맞는 부분도 있을 수는 있겠죠.
결과 요약: http://www.tdi.or.kr/bbs/board.php?bo_table=section&wr_id=108

 이 연구결과를 100% 신뢰할 수 있는 건지는 물론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KIEP가 거시경제효과 분석을 그만 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아마 GDP 실질 증가율이 생각보다 낮게 나와서일 가능성이 높겠죠.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지금으로선 추론에 불과하지만,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위의 과정을 보면, 국책연구기관에서 처음에는 GDP가 7.8%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가 다음에는 6% 증가, 그 다음에는 아예 얼마 증가할지 조사를 안 했죠.)

 그리고 CGE 모델은 2007년 11개 국책연구기관에서 연구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도 사용한 방법이니까 기본 모델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고-CGE 모델 자체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방법임을 감안하면 편향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KIEP가 거시경제효과 분석을 포기한 지금 상황에서는 한미FTA의 거시경제효과에 대한 가장 최신의 데이터인 셈이죠. KIEP의 말대로 GTAP v7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방법이라 하더라도 KEIP가 아예 거시경제효과를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대미무역수지가 적자가 날 수 있다고는 분석해놨군요-, 참고할 수 있는 최신 연구결과입니다.

 그럼 지금으로서 한미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사실상 없는 셈이죠. 2007년 경의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은 정확한 분석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설령 그렇다 해도 지금 상황에선 별 의미 없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그런 점을 인정해서 2009년 초에 KIEP에 연구용역을 준 거겠죠. 개인적으로는 보면 볼수록 한미FTA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언론보도에 의존한 경향이 있는데, 경제학에 소양이 있으신 분께서 참여해주시면 더욱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그럼 또다시 다음편에서...(내용은 없는데 길기만 쓸데없이 길어지는군요.쩝...;;) 


ps. 민주노동당에서 연구한 내용도 있군요. 2007년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반박하는 의미로 나온 것 같습니다.
CGE 모델로 분석한 결과 GDP가 0.28%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http://www.ghil.net/media/statement_view.php?idx=72&page=16&keyfield=&key
 
 
 

나는 역사에 밀착해서 살아왔다. 역사는 목동의 피리소리에 맞추서 춤추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부상자의 신음소리와 싸움하는 소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