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저리라는 물고기가 있다. 정식 이름은 망둥어라고 하는데, 암튼 남해안 바닷가에서는 대부분 문저리라고 부른다.

요즘은 워낙 어족이 귀해져서 문저리도 제법 생선 취급을 받지만 과거에 문저리는 말 그대로 잡어축에도 못 드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볼품없는 생김새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 물고기는 미끼가 없는 빈 낚시로도 얼마든지 낚을 수 있는데다, 낚은 뒤 풀어줘도 다시 그 낚시를 문다고 해서 미련한 놈들의 대명사로 불리곤 했다.

남해안 바닷가에서는 그래서 '문저리 같은 놈'이라는 말이 멍청하고 도무지 판단력이 없는데다 값어치 없는 인간을 지칭할 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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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그냥 문저리라는 물고기가 떠오른다. 빈 낚시도 물고, 물었다가 풀려난 낚시도 또 문다. 그래도 문저리는 지 혼자 비웃음을 사고 말지만 요즘 문저리들은 주변 사람들까지 모조리 멘붕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민폐 내공이 장난 아니다. 업그레이드된 문저리인가?

문저리는 그래도 요즘 나름 효자 노릇을 한다. 어족이 황폐해진 바닷가에서 그나마 싱싱한 생선을 갈급해하는 사람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그래서 그 바닷가 문저리만도 못한 이 세상 문저리들 얘기를 돌려서 하느라 그 문저리 얘기를 꺼낸 게 진짜 문저리에게 미안하기는 하다.

진짜 문저리에게 미안한 심정에서 한 마디 덧붙인다.

"이 허접한 똥대가리들, 마인드가 쓰레기같은, 문저리보다 못한 새퀴들아. 제발 민폐 그만 끼치고 좀 꺼져주면 안되겠냐?"

덧 : 문저리란 이름이 누구랑 비슷하다고 해서 꺼낸 얘기는 아니라는 걸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