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사를 보니 세종시 원안은 백지화하고, '교육과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를 했군요.
뭐, 다른 건 아직 더 들여다 봐야 알겠지만, 그 중에 KAIST와 고려대가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들어온다고 했다는 내용이 눈에 띄더군요. 제가 이공계 출신이라서 그런지...

원래 KAIST(한국과학기술원)은 홍릉쪽에 있었습니다.
이게 1990년 이후 유성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전 후 멀쩡하거나 더 발전했느냐? 아니죠~~~
이전 다음 해부터 입학생들 수준부터 달라졌습니다. 일단 대규모로 입학을 하던 서울대생들의 입학지원이 대폭 줄어들었고, 그 가장 큰 이유는 위치때문이었습니다. 캠퍼스는 홍릉에 있었던 그 건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지만 그 허허벌판에 새로 세워진 대규모의 최신형 KAIST는 역시 서울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KAIST가 세종시로 또 다시 자리를 옮기는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년간 이공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질이 떨어져서 난리인데, 대표적 이공계 대학원 중심의 KAIST는 제가 볼 땐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듯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제가 참으로 궁금한 것은, 왜 정부부처는 효율이 떨어져서 이전을 못 한다고 하면서 효율 측면에서 더 좋아야 할 일반기업은 세종시로 몰아 넣으려 하는 것일까요? 솔직이 공무원 주제에 효율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웃기지도 않습니다. 정 총리의 발언 중에 '행정부를 분산할 경우 매년 3~5조원의 비용이 낭비된다는 것이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입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무엇때문에 이런 비용이 낭비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서울시 인구 중 5%(1천만 중 50만)가 세종시 이전으로 빠져나가 서울시 차량이 하루에 0.4리터의 휘발유만 절약할 수 있게 되기만 해도 이 정도 비용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공회전시 1분당 연료 소모량이 대충 0.015~0.02리터 정도 됩니다. 출퇴근 각각 10분식은 줄어든다고 봤습니다.)

차량 수는 잘 몰라서 걍 짐작으로 5백만대 잡고, 휘발류 1리터당 1600원 잡습니다. 1년에 300일 운행한다고 잡겠습니다. 계산해보니 대충 1조원이군요. 좀 모자라긴 합니다. ㅎㅎㅎ

누군가는 겨우 인구 5% 빠져 나간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서울토박이인 저는 명절 때마다 서울에 걍 있습니다. 명절 때 얼마가 빠져 나가는 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는 서울이 아예 텅텅 빈 느낌이 납니다. 5% 빠져 나가면 출퇴근 시간이 각각 10분씩 줄어들 것으로 보는 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군요. (물론 짐작이긴 합니다.)

제가 알기론 세종시로 정부부처 이전을 못 하겠다는 이유가 '행정부의 효율 저하' 말고는 뚜렷한 것이 없던데 고작 년간 3~5조 손실만으로 세종시법을 백지화하겠다는 주장을 감히 할 수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과집중으로 인한 손해가 년간 3~5조원만도 못 하겠습니까?
 
하여간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어떻게든 서울 부근에 사무실과 공장을 두려는 기업들이 세종시로 가겠다고 했을 때는 뭔가 단단히 특혜를 받거나 혹은 강요도 없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부부처는 안 되고 기업은 되고. 그런데 문제는 효율이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지요.

정운찬만 불쌍한 꼬라지가 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