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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한 A와 B 두 나라 사이에 경계를 둘러 싸고 경계선 c가 있고, 이것에 대하여 국제법적인 분쟁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 -----------]-------------B
                                                                                   c

  원래 이 상태에 있었던 상태가 만약 다음과 같이 변경된다면,


                                                         A --------]------------------B
                                                                            c1

   이것은 분명 A 국가의 부분적인 영토 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약 영토선이 다음과 같이 변경된다면 어떤가?

                                                         A-----------[<--->]----------B
                                                                                  c2

   이것은 영토 포기가 아니라, 영토 경계선의 개념을 선적인 차원에서 면적인 차원으로 대치한 것이 된다. 
   백번 양보해서 '포기' 라는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A 국가가 자신의 영토를 포기한 만큼  B 국가 역시 자신의 영토 주권을 '포기' 한 것이 된다. 

  서해 북방 한계선을 서해 공동어로 구역으로 바꾼다는 것은, 군사적인 적대선을 두 국가의 경제적인 협력 구역이자 자유 지대로 대치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서해 공동 어로 구역이 도입되면, 우리 해군의 함정들이 드나들 수 있는 북쪽 경계는 내려오겠지만, 대신에 우리 어선들과 어선 보호를 위한 경찰선들은 지금 보다 훨씬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연평도에 사는 우리 어민들은 더 많은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 해군의 함정들도 지금 남하할 수 있는 남하 한계선은 올라 가게 되겠지만, 그 대신 북한의 어선들은 지금보다 더 깊이 남하할 수 있고, 더 풍족하게 자신의 어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북한 어민이 <현재 우리 수역에 와서> 고기 잡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양 군의 전투력이 각자 조금씩 물러 서게 되니 양 해군의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우리 어민과 북한 어민이 누릴 수 있는 소득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서해 협력 지대를 만든다는 것은 흡사, 바다에 '해상 개성 공단'을 건설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만약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비무장 지대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선'만 존재하고 있어서, 양 군이 선 하나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면? 
  휴전선을 둘러싼 긴장은 지금보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되어 있을 것이고, 그 긴장의 강도와 세기, 지속력은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을 것이다. 북한군과 우리군의 우발적인 교전을 통해 모르긴 몰라도 지금까지 사망한 병사들 보다 수없이 더 많은 아까운 젊은 생명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서해를 지키는 우리 해군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 육군의 긴장과 스트레스보다 현저히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리주의적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NLL를 대치하는 서해 평화 어로 구역이 도입됨으로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이고 손실이 무엇인지.  
  내 머리를 아무리 굴려 봐도 우리가 잃게 되는 손실은 없다. 그냥 북한과 우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태만 있을 뿐. 하다 못해 북한의 강경파가 득세해서 혹시라도 서해 어로 구역을 무력화 시키려고 한다면 우리는 간단히 NLL로 되돌아오면 된다. 개성 공단과는 달리 우리가 투자한 자본도 없어서 자본 불회수의 위험 또한 없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과거의 고정 관념에 고착해서 NLL 를 바라보게 되면 상식과 건전한 계산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언제까지 이런 고정관념의 족쇄 안에서 살면서 스스로를 속박해야 하나? 5년 내내 헛짓을 하고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보니, 정말 답이 안나오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발 새누리당은 노무현 관장사 좀 그만하고,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진지하게 한반도의 주도적 경영과 지정학적 안정화라는 큰 틀과 비전 안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내놓았으면 한다. 경제력이 백 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두 국가에서 큰 국가가 작은 국가를 리드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대화록을 공개함으로서 박근혜 정권은 우리가 5년 동안 대북 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 버렸고, 박근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신뢰 프로세스>는 한 순간에 이명박의 <북한 비핵개방 3000 구상> 처럼 휴지 조각이자 국내 수구 세력말고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 아마도 그들 자신도 관심을 갖지 않는- 레토릭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이런 대내외적 자살골을 너무도 태연하게 넣고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멍청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을 이런 식으로 가래를 들어 눈가림하는 식으로 막는게 정말 통할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우리가 치뤄야 할 대내외적인 공신력의 상실과, 국제 정치적인 데미지를, 그들은 정녕 몰랐단 말인가?

무능하고 멍청한 것들은 역시 무능하고 멍청한 채로 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멍청한 것들의 광대 놀이에 같이 휘둘리는 사람들이 한심하고 또 안쓰러울 뿐이다. 

 * 사파리에서는 파일 첨부 에러가 나는 군요. 크롬으로 실행해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