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heacro.com/zbxe/free/879598

<지역차별 극복을 위한 시민행동>의 창립선언문 등에 jjj님이 제기하신 문제에 댓글보다 본글로 답변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이렇게 올립니다. 아크로의 다른 분들도 궁금해하실지 몰라서 이렇게 공유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선 '왜 선언문 등을 아크로 이외의 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느냐'는 질문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 전에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몇번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아크로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아크로는 우리나라 인터넷 진보담론의 중요한 맥을 잇는 사이트입니다. 안티조선을 표방했던 <우리모두> 이후 진보담론을 생산하는 사이트들은 몇 개 있었지만 참여 논객의 수준이나 담론의 품질 등에서 고급담론 중심의 사이트는 스켑티컬레프트에 이어 아크로로 정통(?)이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 인터넷 사이트들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아크로의 중요성은 당분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는 뉴페이스들이 아크로에 계속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또하나, 아크로는 대한민국 인터넷 토론 사이트에서 거의 유일하게 닝구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이트가 호남 출신이나 친DJ 논객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이 사이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닝구 담론이 이 정도 인정되는 곳도 찾기 어렵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저는 우리나라 진보진영 전반에 걸쳐 호남과 닝구적 정체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솔까말, 87년 체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기존 진보진영의 담론 가운데 여전히 대중성과 논리적 설득력, 현실 정합성을 가진 명제는 많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살아있고 점점 더 중요성(또는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명제가 호남의 위상을 둘러싼 지역차별 문제입니다.

보수진영이 심지어 경제민주화나 엄청난 복지정책까지도 수용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실제로도 문재인 등 친노진영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 영역도 보수진영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지역차별 문제는 거의 건드리지 못합니다. 이 문제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영남패권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버일지 모르지만, 지금 진보진영에게 호남은 노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에게 남아있는 열세 척의 전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지역차별 극복을 위한 시민행동>의 출범을 알리는 선언은 아크로에서 하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광주 5.18묘역에서 정치적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너무 거창하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아크로가 그만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봤고, 그런 상징성은 그런 상징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이나 절차에 의해서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런 점에서 제가 아크로에 제일 먼저 <지역차별 극복을 위한 시민행동>의 출범을 알리고 창립선언문과 회칙, 가입원서 등을 올린 것은 이런 아크로의 위상에 대한 최대한의 존경심을 표현한 것입니다.

왜 다른 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지 물어보셨는데, 저는 별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걱정 마십시오. 아크로 회원들이 시민행동에 가입하시는 경과 지켜보면서 다른 사이트에도 알려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알리바이라니... 조금 서글퍼집니다. 시민행동의 취지나 활동방향이 범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시민행동에 가입해서 생길지도 모르는 불이익(그런 게 있을리도 없지만)이 우려되시면 가입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강요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아크로 초기 물리적 지원이란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개 경제적인 도움은 물적 도움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데, 물리적인 지원이라면 혹시 몸을 움직여서 수고롭게 사이트 구축에 참여해주신 분들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어느 쪽을 가리키시는 것이던 지금 아크로에 무슨 선언문 하나 올리는 데 그분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분들이 아크로 출범에 기여하신 바에 대한 감사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의 포스팅이 아크로의 회칙에 위배된다면 현재의 운영진이 판단해서 경고를 하시거나 기타 조치를 취하시겠지요. 아크로 회원들이 게시판에 글 올릴 때 일일이 운영진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제가 시민행동의 결성을 제안한 이래 흐르는강물님, 피노키오님, 시닉스님, 차칸노르님 등이 논의에 동참해주셨습니다. 아크로의 운영진도 계시고 또 아크로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아크로 차원의 결정력을 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또 아크로에 부담을 드리는 행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크로에 '제일 먼저' 창립선언문과 회칙, 가입원서를 올리는 정도는 용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이런 의견에도 불구하고 운영진이 <지역차별 극복을 위한 시민행동>의 출범선언문이나 회칙, 가입원서 등을 아크로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신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이라도 글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