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근혜의 인기 고공 행진 비결은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속담이 의미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지난 10년간, '노무현, 이명박'의 '말, 말, 말 행진'에 지친 나머지, 말을 아끼는 박근혜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발언을 넘어' 공해 수준이었던 전직 두 대통령의 언행에 비추어 박근혜의 '말아낌'은 국민들에게 '힐링효과'까지 보태져 인기 고공 행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2. 직위가 높을수록 언행에 주의를 해야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재임 기간 중 직원들의 아침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졌는데 자신이 직원의 인사를 받을 때 표출될 기분이 금융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린스펀의 행동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직위가 높은 사람의 언행은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교훈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말을 아끼는 것과 말을 맥락없이 발언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더우기 그 맥락없음이 '헛발질 수준'을 넘어 '책임 방기 수준'이라면 그 맥락없는 발언은 '말많음으로 인한 공해 수준'과 무엇이 다를까?


3. 박근혜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두고 '착한 적자' 발언을 하면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하여 '잘못된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일단, 발언 자체는 환영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무현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폭압적인 언행에 비하면 '문제의식'을 느끼고'는' 있다고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재임 기간 중 보기에도 아찔한 포크레인 위에 올라가 농성 중인 노동자를 두고 무슨 말을 했던가? '이제 노동자들도 책임을 져야할 시기'라고 처연히 주둥이질을 했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말로 폭력을 행사했지만 이명박은 '용역 깡패들을 동원', 은밀하게 노동조직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노무현의 폭력보다 훨씬 더 죄질이 나쁜 행동을 했었다.


물론, 박근혜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은밀하게 행사 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징후는 현재까지 없으니 최소한 그 부분은 아직은 안심해도 될 것이다. 그러니 '착한 적자' 발언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발언이다.



4. 그런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증나기는 마찬가지 발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주의료원 폐업은 이미 완결 상태이고 홍준표는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하여 고발을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사후약방문이라는 것이다.


왜 박근혜는 진주의료원 사태가 사회쟁점이 되었을 때는 침묵했다가 뒤늦게 '뒷북'을 때리는 것일까? 물론, 최선의 선의로 생각한다면, 지방정부의 결정 사항을 두고 중앙정부에서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최선의 선의로 해석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만일, 다른 지방정부에서 적자를 이유로 지방의료원을 폐업한다고 나서면 그 때 박근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도 뒷북만 칠 것인가?


물론, 박근혜의 발언에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기는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지방의료원 문제에 대해 “요즘 ‘착한 적자’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그냥 낭비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하다 필요한 부분이면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방의료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느냐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겠지만 응급의료가 지방에 굉장히 아쉬운데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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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을 왜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에는 발언하지 않았을까? 그 해법이 너무 어려워 생각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과연 '공공의료 적자를 보전하기 위하여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생각해내기 어려운 해법이던가? 이 해법은 중학교 사회시간에만 졸지 않았다면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실제 제도화되는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법을 거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이니 진주의료원사태 당시에 발언했으면 어땠을까?


5. '정치적 알리바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정치사에서 언급되는 발언이다. 이 발언이 나올 당시 독일은 집권을 한 우파 정당과 야당인 좌파 정당의 극심한 대립이 있었고 결국에는 우파 집권 정당이 '좌파 야당이 발목을 잡느라 일을 못한다'라는 폭탄 선언을 했다. 그에 발끈한 좌파 야당이 성명서를 내기를 '우리는 집권당의 무능함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알리바이 대상'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었고 이 발언은 강준만이 그의 저술 속에서 처음, 그리고 진중권이 한국 정치 시장에 일반화시킨 용어이다.



박근혜의 '착한 적자' 발언은 아무리 최선의 선의로 해석해도 '나는 책임없다'라는 정치적 알리바이성 멘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노무현 정권 당시의 그 수많은 '정치적 알리바이 멘트'보다는 진일보 했다는 것이다. 비록, 그 진일보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개미걸음으로 한발짝 정도의 진일보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