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만도 못한 친노
[김용민 칼럼]
김용민

친노가 요즘 ‘똥값’이다. 아니 ‘똥’ 그 자체이다. 만지는 것은 당연하고, 보는 것조차 싫은 게 ‘똥’이기 때문이다. 요즘 친노는 딱 그 취급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가 잔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인데, 이들은 아예 노무현 대통령 친위세력을 자처하지 않았던가.

이번 대선에서 친노가 속한 대통합민주신당은 완패했다. 완패한 이유. 길 가던 강아지에게 물어봐도 다 알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못한 탓’이다. 물론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에서의 ‘노무현 수석당원’의 흔적을 지웠다. 그러나 친노를 그대로 품다보니, ‘도로 열린우리당, 도로 노무현당’이 됐다. 그러나 졌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수차례 ‘반성할 기회, 정치 잘 하도록 다짐할 기회’가 있었으니, 2004년 5월 지방선거 보궐선거, 2006년 5월 지방선거, 그리고 여러 번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의 완패가 그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친위세력들은 그 많은 힌트를 감지 못하며 등 돌린 성난 민심의 소재를 읽는데 게을리 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 ‘이명박은 한 방에 간다’라며 허황된 재집권 셈법을 세웠다. 왜 허황되냐.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반감이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치환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한 방’은 없었고 선거는 패배했다. 이제 벼랑 끝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안에서는 ‘늦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털고 가자’라고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뭘 털자는 얘기이겠나. 바로 친노이다.

이 마당에 이르도록 친노는 여전히 시계제로 상태인가 보다. 대선 패배 이후 친노 사이트를 들러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BBK 특검이 아직 남아있다. 취임 전 구속도 가능하다” 이런 논리가 나온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의 도덕성은 취임 이전이 아니라 이후에도 줄기차게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이 논리 속에서는 ‘대선에 반영된 민심을 거역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왜 정권을 빼앗아 정적에게 넘겨줬는지에 대한 고민’을 원천적으로 거부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 너희도 두고 봐라. 당했던 대로 돌려주겠다” 이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지난 정권에서 정략적 비토를 서슴지 않아 국정을 난맥상으로 치닫게 만든, 한나라당이나 일부 언론에 대한 감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정’을 인질로 삼아 타격을 입히겠다는 심산은 고약하다. 찬성 논리도 반대 논리도 ‘국민의 비위’가 우선돼 나와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 나라 국민들은 한 번 당해봐야 한다. 낡고 부패한 세력이 나라를 말아먹어 결국 그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이런 글도 아쉽지 않게 목격한다. 자기들에게 승리를 안겨주면 ‘현명한 국민’, 패배를 안겨주면 ‘무뇌아 국민’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장차 집권할 뜻이 전혀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무슨 결론을 내리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뜻을 겸손히 그러나 진심으로 내비춰야 한다. 이게 정치의 기본이다.

물론 제도권 내에서 정치 활동하는 친노의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반향’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반성하며 재기 하겠다”는 정치적 레토릭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 말에 진심이 담겨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야속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뭘 잘 못했는데’ ‘수구 정당 수구 언론의 방해 책동에 5년 동안 기도 못 폈는데’ 이런 울분이 식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심판이 매서운 것 아닌가. 지금 친노에게 절실히 필요한 부분은 ‘우리도 국민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라는 민주 정치의 기본 원리이다.

그렇다고 친노의 이런 탄식이 모두 허황된 것은 아니다. “사회 양극화로 인한 민생 경제의 위기를 꾸짖는다며, 어떻게 ‘부자’ ‘특권층’을 대변하는 당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가”하며 가슴 치는 부분이 말이다. 그러나 민심은 준엄하다. “그 사람(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너희(현 집권세력)가 미워서 투표한 것”이라고. 그러면 친노는 이렇게 대꾸하겠지. “그러다가 (한나라당 정권으로부터) 뒤통수 맞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민심은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확실한 자기 입장을 갖고 있다. “걱정 마. 쟤네(한나라당)도 너희처럼 엉망이면 다음에도 이번처럼 표로써 심판하면 돼” 이렇게 말이다. 하긴 그 민심은 5년 전, 친북 반미 정권이니, 아마추어 세력이니 하며 보수 세력의 갖은 ‘네거티브’ 덧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을 선택했다. 친노는 간과했다. 민심이 대단히 명민(明敏)해지고 자신감이 고양됐다는 점을. 민주적 역량이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것을 말이다.

친노가 걱정할 부분은 그래서, 이것이어야 한다. “5년 뒤. 만약 기대대로 이명박 정권이 실추된 도덕성, 망가진 리더십으로 휘청거릴 경우라도, 한나라당으로의 정권 재창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왜냐. 그쪽에는 ‘안티 이명박’ 박근혜가 있고, 박근혜가 아니라면 ‘세련된 보수’ 오세훈이 대기하고 있다. 이번처럼 탈이념, 탈세대적 투표경향을 재연케 할 히든카드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하더라도 그게 친노나 대통합민주신당에게 기회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법과 원칙’의 상징 이회창이 당 밖에서 대주자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회창은 4수 째이다. 국민들에게 동정표 얻기 딱 좋은 위치이다.)

친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스피드이다. 빠른 반성과 빠른 환골탈태이다. 국민은 친노의 변명을 듣지 않는다. (얼마 되지도 않은) 친노의 상대적 도덕성도 따지지 않는다. 친노의 구차한 한나라당 비난 역시 듣는 척 마는 척이다. 그나마 심판받을 때가 좋은 것이다. 2007년 12월 19일의 대굴욕을 딛고 국민 앞에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친노는 역사의 미아가 될 것이다.
2004년 3월. 탄핵 직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폭락하자, 한나라당은 당사를 천막으로 옮겼다. 공천 혁명도 시도했다. 이회창과 차떼기의 흔적도 지웠다. 친노는 그때 비웃었다. 물론 어설픈 표변에만 치중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까봐’ 몸부림치던 한나라당의 진지한 모습은 생생하다. 그 절박감이 지금 친노에게 필요하다.

‘거짓말쟁이나 선택하는 한심한 민도(民度)’를 언제까지 탓할 것인가. 한나라당을,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민심을 진심으로 존중하라. 그리고 새 집권세력의 장점, 즉 ‘국민 무서워할 줄 아는 법’을 배워가며, 대안 세력화 되도록 노력하라. 당장 다가올 4월에서 지더라도 5년 후 또 고배를 마시더라도, 기간에 구애받지 말고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실망한 민심을 돌이키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탓만 하다가 참여정부는 종쳤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쥐었으면서도 정권을 빼앗긴 이 순간까지 탓만 하는 세력.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 했던가. 친노에 대한 반감이 장차 무관심으로 바뀌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재론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스피드이다.

김용민 / 시사평론가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


김용민
한양대 겸임교수 특별 기고문

 

 

(...) 누굴 탓하겠나. 너희가 만만하게 보여서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지금의 너희 자리에 1980년대 군부 독재 권력에 온 몸으로 항거했던 386선배들이 있었다면 그래서 권력의 골칫거리가 됐다면, 과연 이명박이 지금과 같이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을까. 이명박은 강한 자에게 약하다. 아무리 수틀려도 미국에게 또 북한에게 찍소리 못하는 거 봐라. 봉하마을에서 험한 꼴 당할까봐 직전 대통령 빈소도 못 들르는 졸렬한 보신을 봐라. 촛불 또 일어날까봐 지나가는 다섯 살짜리의 촛불도 끄게 겁박하는 심약함을 봐라. 만약 천지가 개벽해 대학생들이 조직적인 봉기를 벌인다면, 이명박은 어떻게 나올까. 아마도 대학생 사회를 운동권과 비운동권 둘로 이간하기 위해 등록금 또 취업 정책에 상당한 성의를 나타낼 것이다. “강한 자가 (목표물을) 쟁취할 수 있다는 원리, 연애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너희에게 데모할 것을 부추기는 게 아니다. 도리어 만류하는 것이다. 왜냐면, 이미 너희는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너희의 단점, 즉 뒷모습을 이미 이명박이 목격했기에 어설픈 저항했다가는 더 가혹한 보복만 당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삽 들고 안전한 삶의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또 너희가 소화하기 좋은 유일한 충고이다. 다만, 나는 지금 10대에게 큰 기대를 건다. 이 친구들은 촛불의 발화점이 됐던 소위 촛불 소년 소녀 세대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애들이다. 독재 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불평등 현상에 대해 강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올 내년 또는 내후년쯤이면 아마 우리 대학 사회도 생존의 쟁투장이 아니라 가치와 사상이 꽃피는 진정한 지성의 전당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졸업하면 너희 세대를 앞지를 것이고, 곧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판 돈 모두를 걸련다. 너희에게 너무 야박하게 들렸을 법한 이야기였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너희는 안 된다.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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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