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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셜미디어 전문가와 언론인들의 딜레마. 러킹과 언론 취재 윤리, 가이드라인

▲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 프로토스족 진영에 침투한 저그족의 러커가 러킹 공격을 하고 있다.
언론 전문용어로서, 러커 유닛과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는 것을 '러킹 (lurking)'이라고 하는데 러킹은 취재 대상의 사적 영역에 잠입하여 기사에 들어갈 내용을 빼와서 취재대상의 허락없이 기사로 내는 행위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을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의 측면에서 정리하자면, 공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러킹이며 사적 사항의 러킹이 아닌 공적 사항(국가대표팀 명령 체계)에 관한 러킹이다. 기자는 면책된다고 할 것이다.
논란의 발단이 된 김현회 기사는 표면적으로는 "공적 사항에 관한 러킹"인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적절한 수단에 의한 기자 개인의 분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회 글은 그 맨 마지막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스승 알기를 무슨 개떡으로 알면서 태극마크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1년 전 기성용의 글을 제보받고 삭이고 있다가 최근 윤석영이 올린 트위터 몇 줄 때문에 폭발한 걸로 보이는데, 전 아무리 봐도 윤석영의 그 트윗이 "스승 알기를 무슨 개떡으로" 알아서 그런 걸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서 엄청난 폭로전을 벌일 정도의 기자는 권위주의에 찌든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구요.
만약에 이런 자의적이고 감정적인 '러킹'이 비판없이 허용된다면, 공인은 물론이고 그에 준해 취급되는 공적 인물들마저도 웹상에서 누릴 수 있는 사생활의 영역이 부당하게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구요.
논란이 되는 것처럼 김현회의 폭로는 그 방식과 내용에서 상당성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축구계의 위계를 바로세우려 했다기 보다는 기성용과 몇몇 선수들을 그야말로 조지기 위해 언론권력을 행사했다고 봅니다.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 생각하고, 그러한 폭로는 가장 최후에 이루어져야 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런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기자들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김현회처럼 무슨 축구커뮤니티에 싸지르는 수준의 글이 언론 자유 같은 미명으로 포장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PS. 논외로 그 비밀계정의 글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진행된 기성용의 태도를 보아하니 기성용은 정말 쌩양아치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인간이 대표팀 마크를 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엘 / 김현회의 "스승 알기를 무슨 개떡으로 알면서 태극마크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등 기사 전체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로 나올 수 있습니다. '쌩양아치'에 몇몇에 대한 기자 개인의 분풀이라고도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공적인 문제, 즉 국가대표팀 지휘체계와 대표팀 감독의 관리감독의 권한을 주제로 해서 기성용 등 해외파 몇몇이 지휘체계를 무너뜨리고 감독의 관리감독 권한을 무시하는 월권행위 내지 내규(?) 위반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격정적으로 쓴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에 대한 해석의 대립이 심해지면 법적인 문제로 발전하는데, 그 때까지 간다면 김현회 기자는 아마 면책될 겁니다.
방식의 상당성이야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고 다만 그 상당성을 결한 행위에 대해서 규범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조건들의 문제죠. 이 문제는 언론 취재 윤리의 문제라서 일반적인 프라이버시 침해, 기본권 충돌 문제와는 조금은 다르게 취급됩니다. 좀 더 언론 편을 많이 들어줍니다. 조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운동선수는 공인이 아니나 저명한 스타선수나 국가대표팀 선수는 공인에 준해서 취급한다.
2. 언론의 러킹 취재 대상이 사인이면 러킹 취재는 허용될 수 없으나 공인이면 러킹 취재도 일정한 조건에서 허용된다.
3. 일정한 조건이라는 것은 취재 내용이 공적 사항에 관한 것이고 공익에 부합하는 것을 말한다. 부수적으로 개인적 감정을 발휘하거나 사적 이익 (선정적 기사 독자 끌기)도모를 하더라도 무방하다.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최강희 감독이 인터뷰에서 어떤 혈액형인 선수들은 수비 집중력이 낮다는 우스갯 소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영은 트위터에 그 반례에 해당하는 선수들 몇 명을 적었습니다. 정말 이게 감독의 권위나 권한을 무너뜨린 월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십니까? 그런데 김현회는 다음날 이것으로 촉발하여 엄청난 폭로 기사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 글은 무슨 "국가대표팀 지휘체계와 대표팀 감독의 관리감독의 권한을 주제로" 한 글 아닙니다. 위에 인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디 새파랗게 어린 놈이 하늘같은 선배에게 감히' 이게 전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일부 공적인 보도 가치가 있더라도 그 방법에서 사적 영역을 침범할만큼의 상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법적인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더 문제라고 봅니다. 김현회가 그걸 공개했을 땐 분명 기성용이 천하의 공분을 사리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고, 그 천하의 나쁜 놈이 감히 법적인 조치를 취할거라 생각지 않았겠죠. 즉, 법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나쁜 놈이면 수단 가리지 않고 들추어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자세한 논점들에 대해선 비전문가인 제 생각을 늘어놓기 보다는 김현회 기사에 대한 한윤형 기자의 비평기사를 읽어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링크하겠습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569
물론 적필상 원칙의 고려, 즉 필요성과 상당성을 고려하면서 더 나은 해결 방향을 모색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 기자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어보입니다.
김현희 가자가 정식으로 매체에 보도한 기사인가요?
저는 정식으로 보도를 한 것이라면 면책
아니고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하거나 자기 블러그에 썼다면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흐르는강물님 /
정식매체에 보도한 기사는 아니고요.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스포츠전문기자의 김현회 칼럼코너에 기고한 것입니다.
포털사에서 제공하는 칼럼이나 자체 제작 뉴스가 법적으로 언론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언론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합니다만
저는 사실상의 언론이라고 봅니다. 다만 신문법 정간물법 상의 적용만 안받을 뿐, 법이 규정한 외의 문제에서 포털사 자체 서비스 뉴스가 언론이냐 아니냐를 정해야 하는 사건에서는 언론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처럼 언론의 러킹 취재의 위법성 문제같은 경우에 김현회 기자의 기사 작성 및 송고 활동은 언론활동으로 보는 것이죠.
차칸노르님/
이번에 논란이 된 기성용의 SNS 계정은 80여명 정도가 볼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김현회 기자가 잘했는지 안했는지는 논외로 두고 말씀드립니다.
80명이면 이게 사적인 영역인가요? 아닌가요. 이거 상당히 애매모호하지 않나요.
만약에 이게 10명정도였다면 사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듭니다. 그런데, 이게 100명, 200명, 500명, 아니면 1000명 정도의 회원이 있었다면요? 제가 질문드리는 것은 <회원제로 정보가 공개된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치면, 사적영역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게 되어버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비행소년님 / 80여 명 정도가 볼 수 있는 비밀 계정은 상당히 애매모호합니다만 저는 사적인 영역이라고 봅니다.
명예훼손에 관한 우리 나라의 대법원 판례는 '공연히...명예를 훼손'이라는 조문에서 '공연'을 해석할 때 전파가능성설을 따르는데요, 한 사람에게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말을 했더라도 그 말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하고 여러 사람에게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말을 했더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없으면 공연성을 부정하고 죄의 성립을 부정합니다.
아마 공연성, 전파가능성을 염두에두고 80명이면 사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요. 80여명의 사람중에 분명히 기성용의 말을 밖으로 꺼내서 고의로 혹은 실수로 퍼뜨릴 사람이 한 두사람 있기는 있겠죠.
이 문제는 위법성 조각에 있어서 공공에 관련된 사항을 공익에 부합하게 보도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점에 있어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한 사건과 유사하지만... 명예훼손과는 좀 다른 문제입니다. 오히려 주거침입의 법리가 적용되죠. 은밀하게 러킹을 한다는 점에서요. 즉 김현회 기자의 기사 내용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김현회 기자의 취재 과정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기사 내용에 관한 문제는 별 건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가를 따지면 됩니다)
SNS계정 공간에서 평온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김현회 기자가 그 평온을 깨뜨린 겁니다. 애초 목적이 기성용의 지인들만 보기위해서, 즉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목적에서 '사적'인 목적이 인정되고요. 활동, 즉 커뮤니케이션 내용도. 사적인 일상사라고 할 것입니다.
회원이 1000명 정도 넘어가면 평온성이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적 영역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습니다만 80명 정도면 충분히 평온성이 인정되고요. 실제로도 김 기자가 기사를 내기 전까지 평온하게 유지돼 왔잖습니까. 듀나게시판 같은 경우에는 초기에는 사적 영역이라고 해야하겠지만 지금은 공적 영역이죠.
그래서 사적 목적의 개설, 사적인 활동 내용, 및 평온성이 인정되는 사적 영역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참고로 이런 언론의 사적·공적 영역에서의 취재활동에서 프라이버시에 관한 법리 및 언론자유, 알권리와의 충돌이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제대로 연구된 것이 없다고 알고 있고요. 그냥 에전에 제가 언론재단 강의를 위해서 푸드라이온 사건에서 나온 법리를 원용해서 이론을 제 나름대로 만들어봤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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