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선수의 비공개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기성용 선수의 발언을 모 스포츠 전문 기자가 기사로 써서 공개하자 이에 대해 스포츠선수들의 SNS가이드라인 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SNS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미디어스의 기사를 읽고, 제가 오래 전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기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던 글을 조금 손봐서 올립니다. 제가 출간예정인 책 '소셜미디어 리터러시' 에도 들어갈 내용이고요.  미디어교육학이 가르치는 내용인 소셜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의 뜻은 소셜미디어의 올바른 이해와 활용이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이러한 소셜미디어 SNS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압축적으로 나타납니다.


제목 : 소셜미디어 전문가와 언론인들의 딜레마.  러킹과 언론 취재 윤리, 가이드라인

스타크래프트게임에서 저그 종족의 러커(lurker) 유닛은 땅 밑에 숨어서 적을 공격한다. 디텍터가 러커를 탐지해내기 전까지는 상대방은 러커를 공격할 수도 없고 러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lurk.jpg
▲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 프로토스족 진영에 침투한 저그족의 러커가 러킹 공격을 하고 있다.

언론 전문용어로서, 러커 유닛과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는 것을 '러킹 (lurking)'이라고 하는데 러킹은 취재 대상의 사적 영역에 잠입하여 기사에 들어갈 내용을 빼와서 취재대상의 허락없이 기사로 내는 행위다. 

러킹과 관해 유명한 사건이 미국의 푸드라이온 사건 (Food Lion vs ABC, 1992)이다. 언론사의 잠입 취재를 제동 걸고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한지에 관해 고민을 이끌어 낸 세계적인 사건이다. 

ABC 기자가 식품회사인 푸드라이온 회사의 비위생적 식품 제조 실태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속여 회사 내에 잠입해 회사의 비위생적인 식품 제조 실태를 고발했다. 보도내용은 사실이었지만 러킹이 문제됐다. 

1997년 배심원단은 ABC에게 550만 달러의 배상금을 판결했지만 1999년 연방항소법원에서는 ABC의 기만행위 부분에 315,000 달러, 무단침입 행위 부분에 상징적으로 1달러의 배상금을 결정했다. 

각국의 법 현실에 따라 러킹 행위는 조금씩 다른 취급을 받지만 어찌됐건 이 사건 이후로 세계 각국은 예전 처럼 언론행위에 따르던 무분별한 몰래 카메라, 러킹 행위를 자제하고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과의 충돌에 관해 명확한 법 규정은 없으나 언론사가 사적 영역에 잠입하여 러킹으로 취재하는 경우는 대체로 언론사는 책임을 물게된다. 

이 때 취재 대상이 공인의 경우는 공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러킹은 허용되기도 하나 사적 사항의 러킹은 금지된다. 취재 대상이 사인(私人), 즉 일반인인 경우는 사인의 경우는 사적 영역, 즉 비공개공간의 잠입도 금지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취재 윤리 … 공개된 공간 공개된 사이버 게시판에서는 Plain View의 원칙

그렇다면 온라인 공간에서의 러킹은 어떨까?'디지털 딜레마 : 온라인 (소셜) 미디어 전문가들이 안고 있는 윤리상의 문제 (Digital dilemmas : Ethical issues for Online Media Professionals. 2003)이라는 책에서는 이 문제를 다뤘다. 

회원들만 읽을 수 있는 비공개 SNS계정, 그룹이나 사적인 대화방에 허락 없이 몰래 잠입해서 정보를 캐내어서 취재하는 것은 허용될까? 물리적인 사적 공간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견해도 있기에 논란 중에서 위 책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비공개 계정, 그룹이나 대화방에 러킹하여 허락없이 기사를 취재, 생산하는 경우는 오프라인에서 사적영역에 몰래 잠입해서 취재하는 것과 같다고 보아 언론윤리에 반한다고 설명한다. 옳은 견해다. 

이상에서와 같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공개되지 않은 사적 영역에 기자가 몰래 숨어들어 허락없이 기사를 생산하는 행위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책임을 진다고 보는 것이 1990년대 이후의 경향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에 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에서의 행위는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적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플레인뷰 (Plain view) 에서의 묵시적 승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의 풍경을 소개하기 위해서 기자가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도할 때 행인의 얼굴이 공개돼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만 이정도는 승인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대로상이나 사이버 게시판에서라면 취재도 묵시적으로 승인됐다고 보는 것인데,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곳에서는 당사자들 스스로 처신과 행동을 주의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한편,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위에 설명한 원칙에 따라 판단을 하면 되겠지만 구체적 상황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더 보장하기도하고 취재대상의 기본권을 더 보장하기도 한다. 

최근 문제 된 기성용 선수 비공개 SNS계정 취재 사건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운동 선수는 공인이 아니나 저명한 스타나 국가대표인 경우는 공인에 준해서 취급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공인에 준해서 취급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을 소셜미디어 리터러시의 측면에서 정리하자면, 공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러킹이며 사적 사항의 러킹이 아닌 공적 사항(국가대표팀 명령 체계)에 관한 러킹이다. 기자는 면책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