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니스트 이동훈이 <한국일보>에 과학 칼럼을 여러 편 썼다. 그 중에 진화론 관련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오류가 아주 많았다.

 

과학칼럼니스트라면 당연히 자신이 소개하는 과학 분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동훈은 진화론과 관련된 과학 칼럼을 쓸 자격이 없다.

 

물론 문제가 많은 칼럼을 실어준 <한국일보>에도 책임은 있다.

 

 

 

1. <유전자 결정론>

 

하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과거에는 원숭이와 다를 바 없던 인간이 어떻게 이 같은 능력을 획득하게 됐는지, 즉 진화의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성적 매력이 진화를 일으켰다는 설도 있고, 유전자 보전에 가장 적절한 개체가 살아남아 진화를 이루었다는 유전자 결정론적 시각도 있다.

인간의 진화 촉진한 요리

http://popsci.hankooki.com/Article/ArticleView.php?UID=1005963

 

유전자 결정론은 그런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Genetic determinism is the belief that genes, along with environmental conditions, determine morphological and behavioral phenotypes. The term is sometimes mistakenly applied to the unscientific belief that genes determine, to the exclusion of environmental influence, how an organism turns out.

http://en.wikipedia.org/wiki/Genetic_determinism

 

약한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은 유전자가 표현형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고, 강한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은 환경은 표현형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오직 유전자만 표현형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약한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은 뻔한 진리다. 강한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사실상 없지만 진화 심리학이 강한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이라고 터무니 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어쨌든 유전자 결정론은 “유전자 보전에 가장 적절한 개체가 살아남아 진화를 이루었다”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 보전에 가장 적절한 개체가 살아남아 진화를 이루었다는 이기적 유전자론에 대한 설명으로도 문제가 있다. 자연 선택의 기준은 생존(“살아남아”)이라기보다는 번식이다. 아무리 잘 생존해도 잘 번식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유전자 보전에 가장 적절한 개체가 살아남아 진화를 이루었다를 “성적 매력이 진화를 일으켰다와 대비하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이기적 유전자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성 선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 선택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넓은 의미의 자연 선택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넓은 의미의 자연 선택은 성 선택을 포괄한다.

 

 

 

2. <원숭이>

 

랭햄 교수는 수십 년간 자연 상태와 포획 상태의 원숭이를 연구하며 그 행동을 관찰했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알게 된 것은 원숭이도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요리된 음식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랭햄 교수 연구팀은 애틀랜타의 여크스 영장류 센터, 독일의 라이프치히 동물원, 그리고 콩고의 침포웅가 침팬지 보호구역 등에서 원숭이들에게 각각 익힌 상태와 익히지 않은 상태의 고기, 감자, 고구마, 당근, 사과를 주었다.

그때마다 원숭이들은 언제나 익힌 음식을 먼저 집어 먹었다. 원숭이들은 익히지 않은 음식도 먹기는 했지만 익힌 음식보다 선호하지는 않았다. 이는 원숭이와 다를 바 없던 초기 인류 역시 날 음식보다는 요리된 음식을 선호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해 준다.

인간의 진화 촉진한 요리

http://popsci.hankooki.com/Article/ArticleView.php?UID=1005963

 

Richard Wrangham has spent decades observing apes in the wild and in captivity, and is still discovering things about how they behave. But one thing he knows for sure – if given the choice, like humans, they prefer their food cooked. Professor Wrangham’s research team, based at Harvard’s Peabody Museum of Archaeology and Ethnology, ran controlled experiments in laboratories at Yerkes Primate Center in Atlanta, at Leipzig Zoo in Germany, and at the Tchimpounga Chimpanzee Sanctuary in the Congo Republic. Subjects were given raw and cooked beef, potato, sweet potato, carrot and apple – and chose the cooked food every time. “They are willing to eat some foods both ways, but there is nothing they prefer raw,” he says.

Taste for evolution

Rachel Sullivan

http://www.writer-editor-proofreader.com/pdf/Taste%20for%20Evolution.pdf

 

“ape”는 원숭이(monkey)가 아니라 유인원이다. 유인원에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이 있다.

 

Apes are Old World anthropoid mammals, more specifically a clade of tailless catarrhine primates, belonging to the biological superfamily Hominoidea.

http://en.wikipedia.org/wiki/Ape

 

A monkey is a primate of the Haplorrhini suborder and simian infraorder, either an Old World monkey or a New World monkey, but excluding apes and humans.

http://en.wikipedia.org/wiki/Monkey

 

 

 

3. <종족보존 본능>

 

이와 관련 진화심리학에서는 성범죄를 일종의 종족 보존 본능으로 해석한다.

과학으로 풀어 본 성범죄

http://popsci.hankooki.com/Article/ArticleView.php?UID=1008506

 

species preservation instinct”은 “종족 보존 본능”보다는 “종 보존 본능”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어쨌든 성범죄를 종족 보존 본능으로 해석하는 진화 심리학자는 사실상 없다.

 

보통 진화 심리학자들은 심리 기제가 유전자 복제 또는 개체의 포괄 적합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본다.

 

집단 선택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종족 보존 본능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종 또는 아종보다 훨씬 더 작은 집단 사이의 자연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의 번성을 위해”라는 식의 설명이 20세기 초반까지 진화 생물학계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Adaptation and Natural Selection(1966)』의 통렬한 비판 이후로 진화 생물학계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대중서로는 『이기적 유전자』를 참조하라.

 

 

 

4. <적응 가설과 부산물 가설, 적응 가설의 근거>

 

지난 2000년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행동생태학자 랜디 손힐과 인류학자 크레이그 파머가 출간한 '강간의 자연사: 강제적 성행위의 생물학적 기반 (A Natural History of Rape: Biological Bases of Sexual Coercion)'은 성범죄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엄청난 분노와 항의가 쏟아졌던 이 책에서 저자들은 성범죄를 여성을 지배하기 위한 행동으로 인식하고, 그로스 박사 등이 정립한 기존 학설을 부정했다. 그들은 성범죄를 번식과 진화를 위한 생존전략으로 바라봤다. 더 나은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근거는 단순했다. 오리와 거위, 돌고래, 심지어 유인원인 침팬지와 오랑우탄 등을 관찰 해봤더니 인간의 강간과 유사한 형태의 강제적 성행위가 벌어진다는 것. 몇몇 동물들의 강제적 성행위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들은 기존 동물학자들과는 전혀 다른, 즉 교미 경쟁에서 패배한 약자 수컷이 행하는 동물들의 강제적 성행위와 인간의 그것이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과학으로 풀어 본 성범죄

http://popsci.hankooki.com/Article/ArticleView.php?UID=1008506

 

“그들은 성범죄를 번식과 진화를 위한 생존전략으로 바라봤다라는 문장을 보면 두 저자 모두 강간에 대한 적응 가설을 지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손힐은 적응 가설을, 파머는 부산물 가설을 지지한다.

 

인간 강간의 진화적 원인에 대한 결정적이며 의미 있는(legitimate, 정당한) 과학적 논쟁은 강간이 강간에 전문화된(rape-specific) 적응의 결과인지 다른 적응들의 부산물인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 강간은 강간을 위한 선택(selection for rape)에 의해 설계된, 남자의 특수화된(special-purpose, 특수목적용) 심리 그리고 그 심리와 연관되어 존재할지도 모르는 비심리적 해부학적 특성의 결과인가, 아니면 강간이 아닌 상황들에 대한 특수화된 적응의 부수적 효과인가? 우리 두 저자는 이 문제를 두고 10 년 넘게 논쟁을 해 왔는데(Palmer 1991, 1992a,b; Thornhill and Thornhill 1992a,b) 강간이 강간 자체를 추구하도록 남자를 추동하고 조율하는 특수화된 심리적 기제들의 결과인지 여부를 확정함으로써 그 문제에 결국 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The crucial legitimate scientific debate about the evolutionary cause of human rape concerns whether rape is a result of rape-specific adaptation or a by-product of other adaptations. That is, does rape result from men’s special-purpose psychology, and perhaps from associated non-psychological anatomy, designed by selection for rape, or is rape an incidental effect of special-purpose adaptation to circumstances other than rape? We two authors, having debated this question for more than a decade (Palmer 1991, 1992a,b; Thornhill and Thornhill 1992a,b), agree that it may eventually be answered by determining whether or not rape is the result of special-purpose psychological mechanisms that motivate and regulate men’s pursuit of rape in itself.

(A Natural History of Rape: Biological Basis of Sexual Coercion, 12)

 

“번식과 진화를 위한 생존전략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냥 “번식을 위한 전략”이라고 하면 된다. “진화를 위한 생존전략”은 아예 말이 안 된다. 진화를 위해서 강간을 한단 말인가? 진화는 강간을 하든 말든 그냥 일어난다.

 

더 나은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진화의 산물은 적응 가설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 아니다. 좋은 유전자(“더 나은 유전자”)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로 정의한다면 그런 유전자는 그냥 유전자 풀(gene pool)에서 점점 더 퍼지게 된다. 그것을 물려주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근거는 단순했다. 오리와 거위, 돌고래, 심지어 유인원인 침팬지와 오랑우탄 등을 관찰 해봤더니 인간의 강간과 유사한 형태의 강제적 성행위가 벌어진다는 것를 보면 다른 동물이 강간을 하니까 인간의 강간이 적응이라고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 같다.

 

이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다른 동물의 뼈가 흰색이라고 인간의 뼈가 흰색인 것 자체가 적응이라고 생각하는 바보 같은 진화 심리학자가 있을까? 다른 동물에게 맹점이 있다고 인간의 맹점 자체가 적응이라고 생각하는 바보 같은 진화 심리학자가 있을까? 어떤 표현형이 다른 동물들에게 있으니까 인간의 그 표현형이 적응이라고 생각하는 바보 같은 진화 심리학자는 사실상 없다.

 

Men obviously don’t have a clamp designed specifically for rape, nor do they have any other conspicuous morphology that might be a rape adaptation. We must therefore look to the male psyche for candidates for rape adaptations. If found, such adaptations would be analogous to those in the male insects.

(A Natural History of Rape: Biological Basis of Sexual Coercion, 64~65)

 

저자들은 “If found”라는 조건을 분명히 덧붙이고 있다. 즉 강간을 위한 적응으로서 진화한 남자의 심리 기제를 찾아내야 한다는 조건을 분명히 덧붙이고 있다. 강간하는 곤충이 있으니까 인간의 강간도 적응이라고 무턱대고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그나마 여기에서는 침팬지와 오랑우탄을 원숭이가 아니라 유인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5. <노화에 대한 진화 이론>

 

전자는 생명체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보다 잦은 유성 생식을 통해 많은 후손을 남긴 뒤 사멸하는 것이 유전자적 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노화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생명연장을 위한 불로초 탐사대

http://popsci.hankooki.com/Article/ArticleView.php?UID=1007651

 

유전자적 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에”는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만약 세대 간 간격이 짧을수록 돌연변이와 자연 선택을 통해 종이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 이것은 “종의 번성을 위해”라는 식의 설명이며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설명은 진화 생물학계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만약 늙었을 때의 건강에는 해가 되지만 젊었을 때의 번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서 퍼질 수도 있다는 말이라면 노화에 대한 진화 이론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뜻이었다면 유전자적 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노화의 진화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다면 발현, 자연 선택, 그리고 노화의 진화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47

원문: Pleiotropy, Natural Selection, and the Evolution of Senescence, George C. Williams, Evolution 11, December, 1957. 398~411.

http://fischer.egloos.com/4574323

 

『인간은 왜 늙는가 - 진화로 풀어보는 노화의 수수께끼(Why We Age), 스티븐 어스태드

 

 

 

6. <증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미국 뉴욕주립대학 올버니캠퍼스의 진화심리학자 고든 갤럽 박사가 '인간의 성적 갈등에 대한 옥스퍼드 핸드북'에서 밝힌 바와도 일치한다. 그는 "성폭행범들은 무작위로 표적을 선택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신체적 2차 성징이 표출된 젊고 예쁜 여성, 다시 말해 번식력이 우수한 여성을 선택함으로써 임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피해자의 연령대라는 한 가지 요인으로 두 배나 높은 수치가 나타난다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에 고트샬 박사는 하나의 가설을 추가로 제시했다. 모든 남성은 가급적 가장 매력적이고 생식력이 우수한 여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일반 남성은 그런 여성을 찾아 호감을 표시한 여성의 선택을 기다리는 반면 성폭행범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임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갤럽 박사는 성폭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임신 확률이 높은 양질의 정액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남성의 정액에는 여포 자극 호르몬(FSH)과 황체 형성 호르몬(LH)이 함유돼 있어 여성의 체내에 들어가면 배란을 촉진시키는데 성폭행 시에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보다 정액 속 FSH LH 함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여성 방어기전의 허와 실>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지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하지만 낙타, 라마, 알파카들은 수컷 정자의 LH로 인한 배란 촉진 효과가 확인 됐으며, LH가 정액 속의 활성성분이 아닌 코알라들도 수컷 정액이 암컷의 배란을 촉진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성폭행하면 임신되지 않는다?!

미 하원위원 발언 파문의 과학적 진실

http://popsci.hankooki.com/Article/ArticleView.php?UID=1008656

 

진화 심리학 가설이 검증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동훈은 여기에서 <강간할 때에는 남성의 정액 속에 FSH LH의 함량이 높아지며 이 때문에 임신율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사실상 검증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과학자가 남자들과 여자들을 모아놓고 강간하라고 시킨 후에 FSH를 측정하는 식의 실험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간 피해자가 증거 수집을 위해 질 속의 정액을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서 FSH를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방법 말고도 상상력을 발휘하면 위의 가설을 검증할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진화 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이동훈이 “내가 잠시 생각해 보니 검증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증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대단한 과대망상이다.

 

 

 

이덕하

201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