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안철수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은 안철수는 자꾸 자신을 수평적인 존재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실제로 안철수는 그럴 때 가장 그림이 좋아보입니다. 어린 대학생들 앞에서 같이 웃고 떠들 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아무리 포장해도 수직적인 것입니다. 리더가 결국 이끌고 가야 합니다. 진보신당 애들처럼 정당이 아니라 이념동아리를 할 것이 아니라면 결국 리더가 정치력으로 정치적으로 그 아래의 지지자들, 조력자들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만큼의 권력을 절대 주어서도 안 됩니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선량한 것도 탈권위적인 것도 아니고 그냥 멍청하고 사악한 겁니다. 일시적으론 지지자들과 조력자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결과적으론 지지자들과 조력자들이 바라는 세상을 전혀 이뤄내지도 못하고 그들의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 뿐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군의관 시절 일반 병이나 후임들에게도 존댓말을 쓴 적이 가끔 있었다는 이야기 같은 것은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두번은 사람 좋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우습게 보여집니다. 


또한 안철수 측은 창당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김대중처럼 자신이 당을 만든다고 하면 곧바로 수십명의 국회의원이 달려오는 것도 아니고 김대중처럼 개인의 브랜드 만으로도 넉넉히 당선될 지역구가 지역텃밭을 넘어 서울에도 있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컨택하면 10명중에 5명은 넘어올 정도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럼에도 하루 빨리 창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차피 안철수는 기초단체장, 기초위원 공천에 반대해왔으니 부담도 없습니다. 도지사,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설 정도의 인물이면 그렇게 질 떨어지는 인물들이 모이지도 않고 설령 낙선했다고 니가 책임지라고 찌질하게 달라붙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잡음은 각오해야 대통령도 되는 겁니다. 잡음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잦은 잡음이 되면 면역력도 생기는 법입니다. 

물론 다행히도 안철수가 문재인이나 노무현처럼 삼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 노원병 출마 때 온갖 비난을 들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고 이겼습니다. 그러고나니 진보정의당의 심상정은 안철수와 손잡을 수도 있다는 딴소리를 하더군요. 사실 안철수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삼성X파일 그거 노무현이 도청이 본질이라고 딴소리 한 사건입니다. 수사도 노무현 정부가 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의 스스로를 포장할 줄 아는 뻔뻔함도 아주 높게 삽니다. 사실 안철수의 글이나 이야기를 보면 자기애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저는 그게 정치인의 최고 덕목이라고 봅니다. 김대중도 이 점에서 같았습니다. 세속의 어지러움에 발을 담그고 있어도 자신을 구원자처럼 생각하는 자기 착각에 적절히 빠질 줄 아는 사람이 위대한 정치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 행동을 구구히 설명하려고 구차하게 논리를 내세운 유시민 같은 인간이 왜 삼류 쓰레기인지 알 수 있지요. 김대중이 정계 복귀 이전에 낸 자서전을 보면 자신은 아마 사업을 했으면 재벌이 되었을 것이라 자신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정도 자신감은 정치인의 기본입니다. 안철수 역시 그냥 정치인과 자신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던가요. 저는 그 점은 지금도 높이 삽니다.

저는 안철수가 일시적인 지지율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하루 빨리 창당하고 선거에서 3자구도를 감수하거나 아니면 설려 양보해주더라도 확고하게 절차를 거치는 인물로 변하길 바랍니다.

예컨대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서 또 그냥 양보해주면 대선에서도 그냥 양보해주게 됩니다. 박원순을 붙잡고 일정한 공약 이행을 조건으로 단일화에 응하는 식으로 철저하게 지분행사를 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 안철수의 욕심이니 욕망이니 하던 말던 그렇게 하는게 정답입니다. 혹은 박원순이 낙선하더라도 3자구도에서 끝까지 나가는 것도 정도입니다. 사실 저는 후자를 더 원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은 쌍욕을 먹을 것을 알면서도 정계에 복귀를 했고 심지어 3자구도로 총선에 참패했음에도 뻔뻔하게 버텼습니다. 96년 총선이 끝나고 김대중이 당원들 앞에서 한 연설은 냉정하게 보면 정신승리의 극치입니다. 단순히 의석수가 늘었으므로 패배가 아니고, 대선에서 이기면 다 이기는 것이니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정신승리. 그 당시 당내에서도 비웃음을 샀던 그 정신승리가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든 겁니다.

김대중이 행여 잔인하다, 음험하다 욕먹을까 겁이나서 꼬마민주당 지역구에 자기 후보를 내지 않고 (실제로 꼬마민주당 스타 정치인들 지역구에서 국민회의는 거의 다 3위를 했습니다.) 착한 김대중이 되었다면 아마 대선에서도 착한 김대중이 되어 그 자신 스스로도 신뢰 할 수 없는 조순 옆에서 억지로 웃으며 유세전문가 김대중이 되어야 했을 겁니다. 

저는 안철수가 자기에게 쌍욕을 하던 말던 뭐라고 하던 말든 내 식대로 내 사람 이끌고 가겠다는 리더로 빨리 변모하길 바랍니다. 지금의 착한 철수님 컨셉도 좋지만 저는 노원병 출마 때 보여준 뒤도 돌아보지 않는 냉혹한 모습이 결국 안철수에게 영광을 가져다주리라 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지금처럼 자신을 착한 사람으로 끊임없이 포장하는 뻔뻔스러움도 더욱 더 세련되고 정갈하게 갖추길 바랍니다.

위대한 정치인은 본디 위대한 사기꾼과 백지 한 장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