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수비수는 덜렁대는 O형에게는 적합하지 않고 집중력 강한 B형에게 적합하다면서 혈액형이 O형인 수비수 김영권이 한차례 집중력이 떨어져서 결정적인 한 골을 내준 사례를 예로 들었다.   (http://sports.donga.com/3/all/20130702/56258200/3)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 분류법이 학문적 영역에서 최초로 활용된 것은 형사정책학으로 알고 있는데, 혈액형별로 성격이 다르고 성격별로 빈발하는 범죄유형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면 범죄대응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꽤 진지하게 연구됐었다. 지금도 교도소에 가면 강력범은 덜렁대는 혈액형인 O형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는 조사결과인지는 모르겠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 분류법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차치하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성격을 4가지로 분류하면서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과 혈액형에 따른 성격과 실제 성격이 다른 경우가 허다한데, 즉 AB형이면서도 O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 처럼, 이 때 애꿎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의 경우에는 자기 선수들의 실제 사례까지 거론하는 것을 봐서 혈액형별 성격유형을 신봉하는 수준인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밑에 있는 선수들이 자기암시효과에 걸릴 수도 있다. O형인 수비수가 "나는 덜렁대는 성격이니까..."하면서 실제로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한다거나, 실제로 수비수에 적합한 선수임에도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최 감독이 냉정히, 엄밀하게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지 못하고 어떤 편견에 입각해서 선발, 기용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팀웤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최 감독은 혈액형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는 게 낫다.

일상에서 사람을 어떤 특별한 유형으로 분류해놓고 그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유용할 수도 있다. - 특히, 복잡한 단서들을 정리하는 추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나 논리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더 잘 어필한다. -

대표적으로 MBTI 성격유형 분류법이 있다, 여기에는 사실 합리적인 면이 있다. 인과관계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행동 패턴들을 종합해서 그 사람의 성격 패턴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이라는 것이 성격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떤 행동을 보였으니 어떤 성격을 가졌을 것이라는 MBTI 성격유형 분류법은 당연하다. -물론 MBTI성격유형 분류법은 혈액형별 성격유형 분류법보다는 합리적이지만 혈액형별 성격유형 분류법이 가진 현실적 문제를 마찬가지로 갖고 있다. 16가지의 성격도 사실은 너무 적다. 또 성격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지난 총선 대선 이전까지는 INFP형 (잔다르크형)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INTJ형이나 ISTJ형에 가깝다. - 

혈액형별 성격유형분류법이나 MBTI 성격유형 분류법보다는 훨씬 많은 성격유형을 분류하는 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주팔자에 따른 성격유형 분류법이다. 사주팔자에 따르면 크게 12가지 성격이 있는데 자세하게는 사주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에 사주의 총 갯수 만큼의 성격, 즉 103만6800개가 있다고 본다. 또 역학에서는 조상의 사주와 부모의 사주, 그 때 그때 관계한 주변 상황, 시대에 따라 그 사주를 다르게 평가하기 때문에 사주팔자상의 사주유형, 그리고 사주유형에 따른 성격유형은 무한대다.

이 역학으로서의 사주팔자, 즉 명리학(운명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을 조금만 더 깊게 공부해보면 명리학은 과학이 아니라 도덕철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지식체계가 아니라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현재와 자기자신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인간성을 고양하는 훈련을 하기 위한 도덕적 가치체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시공부를 할 때, 동기들 사이에서 내가 역학과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알려져서 친구들 사이에서 고시에 합격할 수 있는지 봐달라는 부탁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결국 내가 사주팔자 나온 대로 말하는 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사주를 보는 의미-자기 반성과 수양-에 대해서 주지시키고 난 다음 친구들, 후배들의 사주를 다 봐줬다. 12명 봐준 것 같다. 

그 친구들이 내 감정결과를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12명 가운데 내가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에 합격한다고 한 친구들은 다 합격했고, 불합격한다고 한 친구들은 다 불합격 했다. 왜 그렇게 100%적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명리학에 나와있는대로 이야기 해줬을 뿐이다. 

지금도 친구들의 사주를 봐준 것은 후회한다. 불합격한 친구들이 자기암시효과에 걸려서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거니와 합격한 친구들은 자칫 방심해서 합격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주팔자와 명리학을 깊게 이해한다면 사주팔자를 본다는 것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자기반성을 하기 위해 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면 미신적 자기암시에 빠져서 사주를 보는 게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친구들 중에서 한 친구는 사주를 보려다가 사주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나 자신에 충실할 뿐이다"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손금은 볼래?"라고 하니 손금은 보겠다고 해서 손금을 봐줬다. -사실 나는 수상(手像)학은 잘 모른다. 큰 틀에서 손바닥 언덕이 골고루 도톰하고 빛깔이 좋으며 손금이 뚜렷하면 수상이 좋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수상이 좋다는 것도 사실은 건강이 좋다는 것 이상으로 이해하지는 않는다.- 

그 친구의 손을 잡아보니 감각기 좋고 건강해 보였다. 평소 그 친구의 됨됨이와 공부하는 모습, 성격 등등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그 친구에게 "너는 반드시 사법시험 합격한다. 내가 다른 친구 사주 다 봐줬는데 그 친구들 다 떨어지더라도 너만은 반드시 합격한다."고 말해줬다. 그 친구의 의지력과 지적 수준, 건강 상태, 가치관을 봤을 때 합격할 것 같았다. 사실 그 말을 해주려고 일부러 "손금이라도 볼래"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몇 년 뒤에 아주 훌륭한 성적으로 합격해서 지금은 판사로 일하고 있고 그 친구와 지금도 테니스를 치면서 잘 지내고 있다. 

그 때  "니는?"이라고 묻는 그 친구에게 "나는 지금은 고시 안된다."고 말해줬다. 

아무튼 결론은, 사주팔자는 자기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세우면서, 상황을 객관적이며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좋은 시기에 방심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에 낙담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도록 수양하기 위해 보는 것이지 절대 미래를 알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게 요지다. 

혈액형도 그런 생각으로 본다면 별 문제는 없겠는데 최감독이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보지 않으니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