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과 오장
 

음양오행설의 오행은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이며 오장육부의 오장은 간장(肝臟), 심장(心臟, 염통), 비장(脾臟, 지라), 폐장(肺臟, 허파), 신장(腎臟, 콩팥)이다. 한의학에서는 오행과 오장을 대응시킨다. 즉 나무는 간장, 불은 심장, 흙은 비장, 쇠는 폐장, 물은 신장에 대응한다.

 

옛날 사람들은 간이나 허파의 생리적 기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을 것이다. 당시의 지식과 기술로는 간이 해독 작용을 한다는 것을 밝혀내기 힘들었을 것이며 허파에서 산소를 추출하여 피에 공급한다는 것 역시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산소 개념이 생긴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확한 지식을 몰랐던 옛날 사람들은 각 기관의 기능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오장육부에 대한 동양의학의 이야기다.

 

현대 생리학은 인체의 각 기관의 기능을 상당히 상세하고 정확하게 밝혀냈다. 이런 지식에 비추어볼 때 오장에 대한 한의학의 명제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과학자와 의사가 이로써 한의학이 엉터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외칠 때 한의사들이 그것을 인정하는 법은 거의 없다. 그들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장이 배 속에 있는 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도 반박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면 비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김이 빠진다.

 

프로이트가 주장했던 명제들이 하나하나 반박 당할 때 현대 정신분석가들이나 프로이트주의자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특히 라캉주의자들이 그런 것 같다. 한의사들과 라캉주의자들이 쓰는 개념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한의학의 오장육부 개념은 실제 인체 기관과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 인체 기관에 대해 현대 생리학의 밝힌 것을 아무리 들이대더라도 한의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의사들이 쓰는 진단명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그들의 엉터리 진단 체계를 비판하면 그들은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요”라며 빠져나간다.

 

한의사들이 이런 저런 식으로 발뺌하는 것을 본 과학자들 중 일부는 한의학은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나는 한의사들이 자신들의 이론이 뽀록날 때마다 반증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개념을 애매하게 변신시킴으로써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의학에 대한 검증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한의학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할 것이다. 상상력만 조금 발휘하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우징 실험
 

1980년대에 독일 뮌헨에서는 500 명이 다우저(dowser, 수맥찾기 하는 사람들)들을 모아 놓고 실험을 했다. 지하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다우저들에게 물이 흐르는지 여부 등을 알아맞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실험 설계에 다우저들도 참여했으며 그들은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다우징에 효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어떤 사람은 그 실험에서 다우징의 효능이 일부 입증되었다고 주장했지만 통계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반박을 받았다. http://en.wikipedia.org/wiki/Dowsing#Evidence 에 그 실험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다.

 

이 실험을 통해 다우징에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이 100% 입증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진짜 고수가 초청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명한 다우저들 대다수가 초대된 듯하다. 따라서 적어도 세간에 알려진 다우저들에게는 수맥을 찾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우저들이 모두 실험 결과를 받아들여서 다우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많은 다우저들이 자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알아 맞히기에 실패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일부는 과학 또는 통계학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식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과학 실험으로 해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실험으로 다우징의 인기가 급속이 떨어진 것 같지도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실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며 과학자가 아무리 미신을 정확히 비판해도 개의치 않는다.

 

어떤 다우저들은 전혀 이론을 내세우지 않고 “그냥 하니까 되더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어떤 다우저들은 나름대로 이론을 내세운다. 그 이론이라는 것이 한의학의 이론과 비슷해서 엉터리와 애매모호함이 뒤죽박죽 결합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다우징 검증 실험을 설계할 수 있다. 실험은 간단하다. 다우저가 볼 수 없도록 지하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물을 흘려 보내기도 하고 흘려 보내지 않기도 하면서 다우저에게 알아맞혀 보라고 요구하면 된다. 다우저가 그 어떤 애매모호한 이론으로 무장하든 못 맞히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가짜 약 효과와 이중맹검법
 

가짜 약(placebo) 효과란 가짜 약을 먹었는데도 치료 효과나 통증 완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가짜 약 효과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따라서 어떤 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가짜 약을 써 보기도 하고 실제 약을 써 보기도 해서 그 둘을 비교한다. 만약 실제 약의 효과가 가짜 약의 효과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그 약에 효능이 있다는 주장은 인정받지 못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런 실험이 당연히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짜 약이 비싼 약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경우에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실험을 위해서 환자는 자신이 먹는 약이 실제 약인지 가짜 약인지 몰라야 한다. 의사가 자신도 모르게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의사도 몰라야 한다. 이런 설계를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라고 한다. 한의학의 효능에 대한 실험도 이런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할 것이다.

 

 

 

 

 

한의학 검증 방법 1 – 경혈
 

한의학에서 경혈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침을 놓거나 뜸을 뜰 때 경혈에 해야 효과가 좋다는 것이 한의사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그 경혈의 위치에 대한 주장이 학파마다 한의사들마다 서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의사 A가 이야기하는 경혈에 실험을 했는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도 한의사 B는 개의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B는 “나는 거기가 경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실험으로 내 이론은 반박되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한국의 유명한 한의사들을 몽땅 초청한다. 초청된 한의사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경혈 자리들을 선택한다. 그리고 대조군에는 무작위로 자리들을 선택한다. 그 다음 경혈에 침이나 뜸을 시행한 집단과 아무 곳이나 침이나 뜸을 시행한 대조군을 비교하면 된다. 만약 둘 사이에 유의미한 치료 효과나 통증 완화 효과 차이가 없다면 적어도 초청된 한의사들의 경혈 이론이 몽땅 엉터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되는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경혈이라고 주장되는 곳에 침을 놓으나 다른 곳에 놓으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의학 검증 방법 2 – 보약
 

한의사들은 환자 개인을 진단하여 그에 맞게 맞춤 보약을 지어주기 때문에 양의학과는 달리 일반적인 공식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공식이 없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 가지 실험 방법을 제시하겠다.

 

우선 보약을 잘 짓기로 유명한 한의사들과 한의학계에서 권위를 누리고 있는 한의사들을 모두 초대한다. 한 명의 한의사에게 30명의 피험자를 배정한다. 한의사는 그 30명을 정성스럽게 진단한 후 각자에게 맞춤 보약을 지어준다. 이 때 30명 중 10명은 그 맞춤 보약을 그대로 먹는다. 다른 10명은 맞춤 보약을 서로 무작위로 바꿔서 먹는다. 물론 피험자는 모르게 다른 사람이 몰래 바꾸어야 한다. 만약 두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맞춤 보약을 먹으나 그냥 아무 거나 먹으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즉 한의사의 진단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남아 있는 10명에게는 보약 맛이 나지만 보약과는 전혀 거리가 먼 액체를 먹게 한다. 만약 이 집단과 맞춤 보약을 먹은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보약 자체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한의학 검증 방법 3 – 진맥의 통일성
 

한의학의 진단 방법은 현대 의학과는 다르다. 한의사들은 실증적 검증이 매우 힘든 애매모호한 진단명을 사용한다. 예컨대 “차다”, “균형이 깨졌다”, “열이 많다”는 식이다. “열이 많다”고 진단 받은 사람을 데려다가 온도계나 적외선 감지기 등을 동원해서 열이 없다(보통 사람보다 체온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밝혀도 한의사들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들은 “열이 많다”는 진단은 온도와는 무관한 개념이라고 우길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것을 보고 한의학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이번에도 잘 나가는 한의사들을 모두 초대한다. 환자 10명이 등장한다. 이 때 이 환자들을 현대 의학으로 진단할 필요는 없다. 어떤 식으로 진단하든 한의사들은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초대된 한의사들이 모두 그 10명을 진맥한다. 그리고 한의사들의 진단이 얼마나 통일되어 있는지 따져본다. 만약 진단이 완전히 무작위여서 통일성이 전혀 없다면 한의학이라는 체계가 완전히 뒤죽박죽이라는 것이 드러난 꼴이 된다.

 

 

 

 

 

한의학 검증에 나서자
 

위에서 제시한 방법 말고도 수 많은 방식으로 한의학을 검증할 수 있다. 권위 있는 집단이 나서기만 하면 된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대규모 실험을 하면 좋겠지만 그럴 가망성은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계열도 민주당 계열도 심지어 민주노동당 계열도 한의학에 푹 빠져 있다. 한국인들은 한의학 문제에서는 극우에서 극좌까지 대다수가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과학자 집단이나 의사 집단이 나서는 것이 지금은 그나마 가망성이 있어 보인다. 나는 의사 집단이 이 일에 나섰으면 한다. 조직력도 있고 자금력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게다가 의사들이 잘 알고 있듯이 결과는 뻔하다. 한의학은 거의 모두 엉터리다. 따라서 실험을 대대적으로 하면 한의학이 엉망이라는 것이 하나하나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갑자기 한의학을 멀리할 것 같지는 않지만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한의학이 망하면 의사들의 밥줄에도 도움이 된다. 정의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밥줄을 위해 못된 짓을 한다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왜 의사들이 이런 일에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 서양에서는 온갖 미신을 검증하는 실험을 한다. 현재 한국의 가장 큰 미신은 한의학, 점술, 혈액형 성격론이다. 특히 한의학과 점술은 막대한 국부를 빨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한의사나 점쟁이에게 ‘치료’ 받다가 때를 놓치는 경우도 상당할 것이다.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