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옷을 입으면 지하철 몰카와 같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은 너무나 뻔해 보인다. 야한 옷이 성범죄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선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야한 옷을 입으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질까? 나는 아래와 같은 구절을 쓴 적이 있다.

 

지하철 성추행의 경우에도 야한 옷을 입었는지 여부가 피해자가 될 확률에 꽤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혼자 사는 여자, 야한 옷을 입는 여자 그리고 성범죄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63

 

야한 옷을 입으면 성추행 당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에 그렇게 썼다.

 

 

 

이 글에서는 이 구절에 대한 세 가지 반박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첫째, “그건 당신의 추측일 뿐이다. 데이터를 대 봐라”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맞습니다. 그것은 추측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확실한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라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둘째, “강간은 섹스가 아니라 폭력이다”라는 여성주의자들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반박이 있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범죄심리학 박사다. 교정에서 프로파일러를 양성할 뿐 아니라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의 자문위원으로서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수사에 참여하는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해당 분야의 대가다.

그런 그녀가 성범죄와 여성들의 야한 옷차림과의 관계에 대해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20주년 기념토론회성폭력 정책, 현장에서 듣다에 참가해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정상적인 남성이라면 야한 옷차림의 여성을 보고 성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건 성욕이 아니라 억제력에 달린 문제다라며야한옷차림은 성범죄와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고?

http://www.fnnews.com/view?ra=Sent1201m_View&corp=fnnews&arcid=111129150759&cDateYear=2011&cDateMonth=11&cDateDay=29

 

이수정 교수 자신이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밑줄 친 부분을 보면 “강간은 섹스가 아니라 폭력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교수의 말은 온갖 방면에 응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적인 형이라면 동생이 들고 있는 빵을 보고 식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빵을 빼앗아 먹는 것은 식욕이 아니라 억제력에 달린 문제다. 따라서 형이 느끼는 배고픔이나 빵이 맛있어 보인다는 사실은 빵을 빼앗는 것과는 무관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돈을 보고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매치기를 하는 것은 돈 욕심이 아니라 억제력에 달린 문제다. 따라서 돈이 많이 있어 보이는 옷차림으로 다니는 것은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보석을 보고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강도짓을 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억제력에 달린 문제다. 따라서 비싼 보석을 드러내 놓고 다니는 것은 강도 당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정상적인 장발장이라면 쫄쫄 굶으면 배가 고파서 뭔가 먹고자 하는 욕구가 엄청 강해지겠지만 빵을 훔치는 것은 식욕이 아니라 억제력에 달린 문제다. 따라서 배가 엄청 고픈 것과 빵 훔치기는 무관하다.

 

만약 이 교수가 위에 있는 온갖 응용에 다 동의한다면 정말 한심한 범죄학자인 것 같다.

 

이 교수도 범죄로 얻을 수 있는 것이 크다면 범죄의 유혹이 크며, 유혹이 클수록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쯤은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또한 상습 소매치기라면 돈을 많이 가지고 다닐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을 볼 때 유혹을 느낄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범죄에는 온갖 요인들이 작용한다.

 

a. 마약에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것처럼 도무지 무엇을 얻으려고 그러는지 알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범죄자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범죄를 저리른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주로 돈이다. 소매치기나 강도가 돈 한 푼 없어 보이는 사람과 수중에 돈을 꽤 많이 들고 다닐 것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누구를 털 것 같은가? 내가 보기에는 그 답은 뻔하다. 돈이 꽤 있어 보이는 사람을 턴다.

 

b. 들킬 가능성이 높을수록 범죄를 자제할 것이다.

 

c. 처벌이 강력할수록 범죄를 자제할 것이다.

 

d. 착한 사람일수록 범죄를 자제할 것이다.

 

e. 상대가 만만해 보일수록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성범죄의 경우도 돈을 노리는 범죄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들킬 가능성, 처벌 수위, 성범죄 후보자(?)의 인간성, 상대가 만만해 보이는지 여부 등이 범죄를 저지를지 여부에 영향을 끼칠 것이 뻔하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리고 진화 심리학자들은 소매치기나 강도가 노리는 것은 돈이며 이것은 돈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이듯이 성범죄자가 노리는 것은 성적인 어떤 것이며 이것은 성욕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여성주의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 따르면 온갖 다른 범죄에서는 욕망(주로 돈 욕심)이 주된 역할을 하지만 오직 성범죄의 경우에만 욕망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들이 욕망을 고려한다면 지배욕이나 공격 욕망 등을 고려하지 성적 욕망은 무시하려고 한다. 강도를 설명할 때에는 강도가 피해자를 폭행함으로써 공격 욕망을 충족시키거나 피해자의 돈을 빼앗아서 피해자를 슬프게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보지 않고 돈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성범죄의 경우에만 피해자를 망가뜨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다른 범죄자를 다룰 때에는 범죄자가 상당히 합리적이라 가정한다. 예컨대 도둑이나 강도의 목적은 돈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쓸데 없이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강간하거나 죽이지 않는다고 본다. 그들은 보통 피해자가 반항할 때 폭행하고,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았을 때 협박 용으로 강간하면서 사진을 찍어 두거나 죽인다.

 

내가 보기에는 강간범도 이런 면에서는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여자가 강간 시도에 맞서 싸우려고 할 때 폭행하거나 폭행하겠다고 위협한다. 여자가 저항을 포기하면 강간범은 보통 폭행이 아니라 섹스에 열중한다.

 

만약 공격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뭐 하러 형량도 높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 강간을 하나? 그냥 여자를 두들겨 패면 된다. 여자에게 엄청난 모욕감을 주는 방법은 강간 말고도 수 많은 방법이 있다. 만약 여자를 모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런 방법을 쓰는 것이 나중에 걸렸을 때 처벌을 덜 받게 된다.

 

 

 

셋째, 내 글에 어떤 분들이 댓글에서 이야기한 것이 있다.

 

야한 옷을 입으면 자기 주장이 센 여자로 인식될 수 있다. 반면 수수하게 입으면 소심한 여자로 인식될 수 있다. 성추행범은 만만한 여자를 고르려고 한다. 따라서 야한 옷은 오히려 성추행을 덜 당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야한 옷을 입으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야한 옷을 입은 여자를 성추행하면 들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런 면에서도 야한 옷은 오히려 성추행을 덜 당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반박에는 “성욕은 성범죄와 무관하다”는 가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반박이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범죄심리학 박사라고 하는 이수정 교수의 반박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덕하

201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