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04년부터 입시에서 국사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했다. 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국사를 응시해서 배우도록, 우리 학생들의 국사 교육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서울대가 국사 과목을 필수로 하자  고등학생 전체적으로는 국사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4년에 국사를 선택한 전체 응시자 수는 15만 9천명이었다.  이후 국사를 선택한 응시자 수는 계속 줄어들어서 2012년, 2013년은 4만 3천명까지 줄어들어서 전 보다 약 75%가 줄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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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근 서울대는 2014년 입시부터 국사 필수를 취소하고 선택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진보를 자처하는 네티즌들이 국사 교육을 소홀히 하는 처사라며 서울대를 "경성제대의 후신, 신자유주의자의 학교"라고 맹비난한다. 한 학교라도 더 국사교육을 필수로 하도록 해야지 그래도 가장 앞서나가는 서울대학교가 국사를 필수에서 선택으로 하면 어떡하냐?는 논리다.

그러나 서울대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국사를 선택해서 공부하도록 하려면 서울대의 회의가 옳다.  

모든 대학교에 대해 국사과목을 필수로 지정할 권한이 서울대에 없는 이상, 서울대만 입시에서 국사를 필수로 하면 수능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아이의 입장에서는 국사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서울대만 바라보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다가 자기가 결국 능력이 부족함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고대 등 인서울 중상위권 학교를 동시에 바라본다. 

이런 상위권 아이들이 국사를 필수로 공부할 때, 그보다 낮은 실력으로 원래 중상위권을 목표로하던 아이들,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가속이 붙어서 좀 더 높은 학교를 지원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위권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중상위권과 중위권 아이들은 자기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아이들과 경쟁을 해야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서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유리해지도록 상위권 아이들이 선택하는 국사를 선택하지 않고 다른 과목을 선택한다. 

또, 상위권 학생들은 소신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위권 및 그 이하의 학생들은 억울한 경우를 당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학생들은 자기가 성적이 좋은 학생들보다 특출난 어떤 학습의 소질이나 기회,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은연 중에 생각한다. 자기 생각을 믿고 돌발행동하다가는 손해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에 중위권과 그 이하의 학생들은 소신선택 보다는 남들이 하는 선택을 그대로 따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위권 아이들이 소신에 의해서 국사를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중상
위권 이하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세를 따르면서 국사를 포기한다. 

이러다보니 서울대가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이 계속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전체 대학교 차원에서 보면 수험생들이 국사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세상에는 의도의 선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경제 (선택) 원리  때문이다. 애초에 서울대는 우리 고등학교 전체 학생들 중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수능에서 국사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하게 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국사 과목을 보는 학생들이 오히려 대폭 줄어버렸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