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 편집실 - 아크로 주요 논쟁 Archive, 좋은 글 다시 보기
1. 먼저 남양유업 사태의 원래로 돌아가서 일단 이번 사태는 남양유업의 횡포라고 보는 견해는 차칸노르님도 수긍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막무가내식의?) 불매운동을 이렇게 벌이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라는 주장을 하신 것이 이번 토론의 촉발이라고 정리해 드리고 시작합니다.
2. 여러분들께서 토론을 할 때 주로 공급(공급량, 공급곡선)을 위주로 토론을 하시니 서로서로가 핀트가 좀 안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저 아래 어딘가에 썼던 것처럼 공급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 부분은 "생산비용을 결정하는 요인"과 관련이 적다는 생각때문에 공급곡선을 유의미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에 별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여전한 제 견해입니다.
3.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밀어내기, 즉 1+1의 예를 보니 이 우유시장이 기본적으로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을 하는 시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우리가 여태까지 우유를 단일한 제품(homogenous good)으로 생각하고 치고박고 싸웠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유시장의 소비자들은 (a) 유통기간이 10일이 남은 우유와 (b) 유통기간이 2-3일밖에 안남은 우유를 서로 다른 재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c) 유통기간이 10일남은 우유와 2-3일 남은 우유를 묶은 1+1 우유도 이 두가지와 다른 재화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a)가 1리터당 2000원이라면, (b)는 500원, (c)는 900원 이런 식으로 가격이 다르게 될터인데, 이것을 가격차별이라고 부릅니다.
가격차별이라는 것은 동일한(비슷한) 제품에 대한 여러 가격이 시장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게 생기는 첫번째 이유중의 하나는 독점기업이 존재해서 그런 것인데 우유시장은 독점기업이 아니므로 패스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이번 우유시장의 예같이 같은 재화내에서도 heterogeneity(비균등성?)이 존재하거나 같은 재화를 다시 사서 팔 수 있는(resale) 가능성이 없는 시장실패가 있을 때 생깁니다.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가격차별이 과연 전체 시장참여자들에게 이득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사실 전체 시장참여자들의 이득이냐라는 질문 자체에 숨어있는 것은 사회복지함수(Social Welfare Function)나 파레토 최적의 개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체 생산자 surplus + 전체 소비자 surplus>의 합이 가격차별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증가했냐, 감소했냐라는 질문인데, 말씀드린 것처럼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죠. 그때 그때 달라요~ 다시 말씀 드리자면 가격차별 전후에 단지 가격이 올라갔다/내려갔다라는 것이 효율성/비효율성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가격이라는 것의 개념도 여러가지 가격의 평균가격일뿐이라서 말하기가 애매해진다는 것이죠. 다시 강조해드리자면, 우리는 한가지 시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좀 강하게 말하자면) 여러가지 다른 재화의 시장과 다른 소비자들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기때문에 정성적, 정량적인 분석 모두가 다 애매모호해져버려서 이론적으로 결론은 없다는 것이에요.
남양유업 사태를 보자면, 저는 데이터를 안봐서 모르겠는데, 우유값이 15%이상 인상되었다는 차칸노르님의 주장이 이게 일시적인 것인지 롱런으로 그렇게 될지는 두고봐야하겠지만, 아마도 제 생각은 1+1같은 것의 판매가 적게 되어서 생긴 일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의심해봅니다. 즉, 1+1 또는 밀어내기라는 공격적인 가격차별을 할 수 없음으로 인해, 1+1에 대한 수요가 적어졌고, 결국 전체 우유시장에서 가격 평균을 계산해보면 1리터당 판매가격이 전보다 올라가게 된것이라고 보여지네요. 그런데, 1+1 말고도 유통기간이 상당히 많이 남은 신선한 우유시장에 대한 판매는 어떻게 되었는지 이 단순한 평균 계산으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네요.
아마도 상상하건데, 이 가격 차별적 시장에 참여하는 시장참여자중에서 신선한 우유만을 선호하던 사람들은 전과 소비가 달라질 이유가 없음으로 이들의 surplus는 변화가 없을테고, 1+1을 선호하던 시장참여자들은 일부는 신선한 우유로 옮겨갔거나 일부는 1+1에 대한 소비를 줄였을터이니 전체 surplus가 아마도 감소했을 터이고, 공급자(우유회사+대리점)들은 전체 공급량이 약간 줄어들었을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가격X공급량"이 줄어들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합쳐보면 더 나아졌는지 아닌지는 개별 데이터를 다 가져다놓고 비교해봐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개별데이터는 각 우유회사들의 전후로의 판매량, (신선한 우유 소비곡선과 1+1 우유 소비곡선의의 각각의) 소비 탄력성, 공급 탄력성 등등의 미시데이터를 말합니다.
4. 이 부분은 (이론적이 이야기인) 3과는 다른 저 자신의 견해입니다.
이 우유시장의 가격차별이라는 것이 전체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 전부 이득이 되는 것이라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남양유업과 같이 중간상인(중간생산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도 가격차별 시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아크로 논객들이 인정하듯이 시장은 무척 효율적이거든요. 현재의 불매운동이 있어서 우유시장에 약간의 타격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제 부당한 갑을관계가 정리가 되면서 우유회사들과 대리점들이 합리적인 계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서 반드시 1+1식의 가격차별을 이루어 낼 수 있을 유통기술혁신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봅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비슷한 종류의 유통혁신 (또는 우유회사와 대리점 사이의 리스크관리기법의 혁신)이 안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제 견해이고, 그렇지 않다면 남양이 해오던 일이 비효율적이어서 그랬다고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러므로 굳이 불매운동을 싸잡아서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도 보여지네요.
전에 님이 하신 '미국식의 경제학을 한국에 적용할 수 있냐'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할 때의 암묵적인 배경(?)은 거시경제학에 대한 이야기였던 같아요. 그래서 제가 Equity Premium Puzzle같이 미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거시-금융 경제학 이론들은 어찌보면 한국같은 나라에는 안맞는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지요. 그래서 덧붙여 (경험상으로 보아) 한국형 변형 모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구요.
이번 건은 거시경제 이야기라기 보다는 IO(Industrial Organization)나 비슷한 응용미시경제학에 관련된 이론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제학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참고로 저는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닙니다. ^^ )
한그루님이 말씀하신 컴퓨터 부품관련 시장 이야기는 우유시장과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아서 제가 뭐라고 말씀 드리기가 힘드네요. 큰 우유 시장 틀안에서 '신선한 우유시장'과 '유통기간이 임박한 우유시장' '이 두가지를 합친 1+1' 등등의 부분시장들이 차별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상황과 말씀하신 일시적인 덤핑품목이 나오는 것하고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전자제품은 단시간내에 (새로운 기술이 발견되어서 기존의 제품이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만들어진지 1주일 된거나 1년 된 것이나 큰 차이는 존재하지 않지 않나요?
(제가 IO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경제학적으로 또는 실증적으로 알려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제 경험상으로 말씀드리는 것인데) 미국 시장은 price discrimination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백화점에 가보면 거의 일년 내내 세일을 하는 것 같고 거의 비슷한 종류의 (약간은 질이 다른) 우리가 익히 아는 명품들에 대한 아울렛들이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비슷한 제품들이 천차만별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왜 가능하냐면 기본적으로 소비시장이 커서 각 소비자들의 willingness to pay가 다른 그룹들이 크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은 제 경험상만으로 보자면 이런 가격차별을 하는 시장이 별로 많지는 않은 것 같더라구요. 아마도 국토가 좁고 시장이 작은 편이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솔직히 제 와이프가 소비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간접경험임을 전제로 드리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____^ 이 price discrimination에 대해서는 여성 경제학자들이 훨씬 더 피부로 잘 느끼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아마 하킴님이 더 잘 설명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쿨럭.
다만 사실 관계는 확인하고자 합니다
차칸노르님은 우유값이 오를거라는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고 주장하면서 원유가격 인상 보도기사를 링크하면서 가격이 오르면 우유소비가 줄어들 것이어서 불매운동이 결국 대리점주등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주장했지요
그러나 원유가격 인상은 본래 매년 하던 낙농가와 협상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정확하게 211년 6월 15일 원유가격 인상 기사가 났고 2013년 6월 15일 원유가격 인상 기사가 나갔습니다
따라서 불매운동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남양유업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원유가격 인상은 예정된 일정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불매운동이 피해를 주었다고 하는데 불매운동과 이번 원유가격 인상은 상관이 없으므로 이 주장도 잘못입니다.
다만 차칸노르님 주장중 밀어내기 근절이 우유소비 감소 그리고 원유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것인가라는 문제는 순수하게 경제학적으로 따져 봐야 하겠지요
1.앞으로 밀어내기가 근절 되었을 경우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 것인가?
2. 줄어든다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인가? 일시적일 것인가?
즉 마시던 관성이 있어서 싼 맛에 사먹던 소비자들이 다 우유소비를 중단할 것인가와
밀어내기로 인한 재고우유가 전체 우유 시장에 미치는 비율이 얼마인가가 중요할 듯 합니다
3. 원유는 시유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치즈 분유 2차가공 빵이나 제과등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시유소비가 전체 원유소비중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가에 따라 원유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4. 차칸노르님 말씀대로 원유 매입이 줄어들 경우 낙농가들이 줄어든 생산량을 가격인상으로 보상받으려고 할 때 과연 어느정도의 인상요인이나 낙농가들 자체의 경영효율을 통해 이윤 하락을 방지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적 데이타를 가지고 논해야 할 문제이고 순수 이론으로만 따지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밀어내기 금지 조치로 우유 가격은 인하될 것이라 했지만 우유 가격은 인하될 요인이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 밀어내기 금지 조치나 제한 조치의 결과로서 우유소비의 감소로 단기간 채산성이 악화되는 낙농가들이 우유가격 인상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제 주장에는 비약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만약에 제가 낙농사업을 하고 있는 낙농가의 입장이라면 그런 요인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도 염두에 두고 우유가격 추가 상향 조정안을 제기했을 겁니다.
그리고 남양망해라식의 불매운동을 하고 남양의 제품이 안팔리면 남양의 대리점주들에게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남양의 지난달 매출이 많게는 50%줄었다고 하는데 그러면 남양대리점주들이 피해를 안입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퇴직 남양대리점주들은 피해를 안입겠죠. 그 사람들은 이미 남양과 무관한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현직 남양대리점주들은 남양이 살아야 자기도 삽니다. 남양의 제품이 안팔리면 그 사람들 생계가 위험해집니다. 대세가 그렇게 가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최악의 사태를 막아가면서 불매운동이 진행돼야하고 피해자를 최소화하면서 진행해야죠.
또, 만약에 밀어내기가 전면 금지되면 장기적으로 공급곡선이 이동하기 때문에 시장가격 상승과 시장수요공급량 축소 등으로 대리점주들과 낙농가들이 손해를 입는 것도 당연하고요. 다만 그 크기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방향은 시장가격 상승과 수요공급량 축소 등이라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다 우유소비를 중단할 것인가 아닌가나 낙농가들이 경영효율을 통해 해결할수 있을까 등은 공급곡선의 이동 폭이 얼마냐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방향이 시장가격 상승과 수량축소의 방향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차칸노르님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고유 권리입니다
그리고 망하라고 또는 망할만큼 위기나 타격을 받아라고 하는 것이 불매 운동입니다
불매운동은 징벌적 성격 그리고 개선을 위한 소비자의 압력성격입니다
남양유업이 불공정 행위였고 나쁜 것이라면 그래서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벌였는데 남양유업이 제대로 된 회사라면 재빠르게 시정을 하고
갑의 횡포를 멈추면 불매운동은 중단될 것이고 당연히 남양유업이나 대리점 축산농가의 피해도 최소화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이런 현저하게 볼공정한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고치려는 의사가 없다면 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남양유업의 행동에 따라 모든 결과는 달라지고 가장 중요한 열쇠는 남양유업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불매운동을 나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남양 우유 대리점주의 손해는 단기간에는 판매부진으로 인하여 맞는 말이겠지만 밀어내기나 본사의 불공정 행위 갑의 횡포가 사라지면 충분히 상쇄되고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남양유업이 양보조치를 했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어떤 조직이 이끄는 것이 아니기에 서서히 효과가 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남양유업 대리점주의 손해는 단기적이고 이번에 뺏긴 시장 점유율로 인하여 손해보는 부분등은 마케팅등으로 되찾아와야 할 것이고
적어도 남양유업의 대리점 착취로 인한 손해는 충분히 상쇄되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이익을 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압력이 아니고 을이 갑의 횡포를 개선할 어떤 방법이 있는지
소비자들이나 국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남양에 압력을 넣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밀어내기 중단으로 인한 수요감소의 문제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일단 남양유업의 시장 점유율이 크기는 하지만 다른 회사들의 경우 기존 관행에 별다른 변동이 없을 듯 하고 남양도 그 수준에서 판촉을 한다고 보면 남양의 밀어내기 관행으로 과소비 되었던 우유의 감소량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경제 상황이나 인구구성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경기가 좋으면 우유 소비량이 늘 것이고 출생율이 낮아지면 역시 우유소비가 줄어들 것이기때문입니다
또한 차칸노르님의 주장대로 하자면 불매운동은 영향을 받는 모든 주체들의 상황까지 판단하여 진행해야 한다는 소리이고 이것은 기업이나 정부 정책에나 맞는 말이지 소비자들에게 요구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낙농가들이 생산하는 원유의 용도별 소비비중을 보면, 일반우유(시유)가 71%, 발효유 22%, 치즈 4%, 분유 1%, 버터 등 2%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실상 낙농가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우리나라 원유의 절반 가격밖에 안되는 외국의 수입제품으로
시유를 제외한 유제품은 대부분 수입제품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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