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가들은 대체로 체제 비판적이다

그들은 늘 어두운곳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밝은 곳은 여백으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문인들의 특권이기도하다

사실 밝은 곳은 여백일수 밖에없다 어두운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생존과 이와관련한 정의의 문제"들과는 달리

밝은 곳은 관찰자가 눈길을 줄만한 특별한 가시적 사건이 잘 벌어지지않기때문이다

작가들은 대체로 휴머니즘에 충실하다

그래서 좌파나 진보주의자가 많기도하다

그러나 이념은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이기때문에 역사적발전과정의 한 부속물이라기 보다는 근원적 철학이다

이념이라는 문제에 천착하지않으면 근원적 고뇌를 담은 문학사에 길이남을 작품은 나오기어렵다 

이념문제를 다룬 소설은 많다

예를 들면 미하일 쇼로코프의 장편 "고요한 돈강" 과 최인훈의 "광장"이다

"고요한돈강"은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을 배경으로했다

 

백군과 적군사이를 오가는 한 자유인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그레고리는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고 이를계기로 백군 적군을 오가며 이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랑도 사라지고 가족도 잃게된다

제목에서 고요한이라는 것이 보여주듯 이념과 이를 구현하려는 정치는 긴 강이라는 인간역사에 비추어 고요한 강물의 물결정도이다

 

한때는 범람해서 사람이 쓸려가 죽음을 맞이하기도하지만 어떨땐 가뭄으로 물자체가 말라버릴수있는 일이다

러시아소설이 이념과 관련한 사회적 이야기라면 

최인훈의 "광장"은  이념에 회색적인 한 인간에대한 이야기다

"광장" 은 민주주의 상징이아니라 역설적으로 편협한 이념과 그이념을 상징하는 체제를 보여준다

주인공 이명준은 자신의 선택대로 좌우를 택하고 결국 3국행을 택한다

이명준이 그레고리와 다른점은 그레고리는 자신의 선입견이나 의지가 없었다는 점 이명준은 자발적 선택으로 좌우를 선택하다가 회색이되어갔다는 것이다

본래 회색은 검정과 순백을 혼합한 것이다

이전에 1차세계대전때 프랑스군인들은 독일군들을 보쉬라는 경멸의 뜻으로 불렀다

 

보쉬는 회색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독일군의 군복이 배경과 구별하기어려워 유래된 의미이다

검은색과 흰색은 양극에 놓여있지만 가장 잘 조화되기도하고 가장 대립적인 색이기도하다

두색으로 디자인된의상은 기품이있다 그러나 두색을 섞어놓은 회색으로 옷을 만들면 우중충하고 늙다리같은 느낌을 주기도한다

흰색과 검은색에대한 또다른 일화를 소개하면

로맹가리가 쓴 "자기앞의 생애"라는 성장소설이다

창녀의 아들이 또다른 창녀와 삶을 같이하는 밑바닥 인생을 그린 이야기로 주제가 "사랑"이다

여기 에 나오는 문구가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것은 없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있고 검은 색은 늘 흰색을 위해 존재한다"

 

소설의 감동은 남루한 창녀촌의 삶이 결국에는 사랑이었기때문이라는 가슴저밈에서나온다

 

이것은 논리와 수사가 결론과는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를 보여준다


회색은 수사적으로는 기회주의적이란 뜻이다

중간 중도 중용 선악의 가운데 같은 가치중립적의미로 쓰이기도하지만 위선 양다리 우유부단 의뭉 기믹세작질 같은 부정적 의미를 가리키기도한다

그래도 회색옷은 흰색과 검은색의 장점을 다 가지고있다

검은색처럼 나름 따뜻하고 수용적이며 흰색의 순수함과 고결함이 있다


물론 반대일수도있다

 

검은색처럼 암흑과 절망을 표현하고 흰색처럼 공허할수있다

어느쪽으로 갈진 회색인이 결정할 문제이다